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서설

A 조합은 최근 발발한 코로나19 창궐 관련 해운대구청이 발송한 총회 연기 요청 공문에 따라 당초 2020년 3월로 예정되어 있던 정기총회를 연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A 조합은 이미 서면결의서를 징구하였고 징구한 서면결의서를 이후 연기되어 개최하는 정기총회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도시정비법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재사용에 대하여(제37조) 규정하고 있을 뿐, 서면결의서 혹은 발의서 재사용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와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서면결의서 재사용에 관한 법원의 태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이전 총회에 제출되었던 서면결의서가 재사용된 총회이기에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임시총회가 3차례 연기된 사실, 당초 예정된 2017. 4. 1.자 총회를 기준으로 이 사건 총회 개최시까지 제출된 서면결의서가 이 사건 총회에서 사용되었는데 위와 같이 총회가 연기되면서 총회의 목적사항이 변경되지 아니하였고, 조합원들이 제출한 서면결의서에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이 있거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기일을 변경하거나 장소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 총회의 목적사항에 대한 본인의 의사표시 내용에는 변경이 없으므로 이 결의서를 재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기에 서면결의서 재사용으로 인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7비합1011결정).

서울행정법원 또한 도시정비법이 규율하고 있지 않은 ‘정비예정구역 해제요청서’의 재사용과 관련하여 “정비예정구역의 지정을 해제하여 달라는 해제요청자의 당초 의사에 변동을 초래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해제요청서의 재사용 여부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해제요청서의 위법한 재사용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7. 11. 24. 선고 2017구합56018판결).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추진위에서 해임발의총회에서 해임된 추진위원장이 총회의 효력정지를 구하며 해임발의서가 재사용되어 하자가 있음을 주장한 사안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총회는 2019. 8. 29.경 개최일을 2019. 9. 28.로 하여 처음 소집 공고가 이루어진 후 3차례에 걸쳐 개최 일시·장소를 변경하는 소집 변경 공고가 이루어져 최종적으로 2020. 2. 22. 개최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이 사건 총회의 목적사항은 별지 목록 기재 안건으로서 최초 발의시의 목적사항에서 본질적인 변경은 없었던 점, 위와 같이 목적사항에 본질적인 변경이 없고 실제로 총회가 개최되고 난 이후에 다시 발의서와 서면결의서를 재사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를 연기된 총회에서 사용하는 것을 위법한 재사용으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총회 및 해임결의 시 사용된 발의서와 서면결의서에 각각 총회가 연기될 경우 재사용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던 점, 총회가 연기됨으로써 개최 시까지 사이에 해임사유에 관한 사정변경 등으로 해임여부에 관한 찬반의사에 변동이 있을 경우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토지등소유자로서는 총회 개최 전까지 언제든지 찬반의사의 철회가 가능하였으므로, 총회 일정의 연기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해임결으에 관한 토지등소유자의 의사가 왜곡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발의서와 서면결의서의 재사용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2020카합50126결정).”라고 판시하였다.

 

3. 결어

서면결의서 혹은 발의서 등의 재사용 가부에 대해 하급심 결정의 판시 내용에 따르면, 총회의 안건 등 목적 사항이 변동되지 않아 조합원 본인의 의사표시 내용을 달리 보아야 할 사유가 없는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위 A 조합의 경우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에 더하여 관할 행정청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기에 조합의 임의적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연기의 경우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기 징구된 서면결의서의 재사용에 대하여 특별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해임발의총회의 경우 그 남용을 방지할 수 있게 서면결의서 등을 재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본다. 발의에 의한 해임총회의 경우 서면결의서의 수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면 총회를 연기하고, 다시금 해임총회를 소집한 후 서면결의서 등의 재사용을 근거로 수차례에 걸쳐 소집 공고와 연기를 거듭 반복하는 방식으로 해임총회의 국면을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조합 사업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대치 상황에만 정력을 쏟게 해 사업의 진행을 방해하는 악질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코로나 혹은 조합의 사정에 따라 총회를 부득이 연기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발의에 의한 해임총회의 경우 서면결의서 등을 재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정관 등의 개정 등을 통해서 이에 관한 사항을 분명히 규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의) 02-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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