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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사다리, 아파트 화재시 이상적 대피수단 ‘급부상’
공간효율 높고, 피난시간 ‘단축’ … 성능미달 제품 많아, 안전성 우려 지적도
2020년 09월 15일 (화) 16:47:08 이현수 기자 lhs@rcnews.co.kr

작년 12월 발발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이들이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 삶의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재난이 더해가는 요즘 코로나 여파로 인해 삶에 있어 생명과 안전이 주요 가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맞물려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이슈인 ‘공동주택내 피난시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피난사다리, 초고층시대 이상적 대피수단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토지이용의 효율성과 건축기술의 발달, 조망권 등의 주거가치가 부각됨에 따라 공동주택은 점차 초고층 아파트로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초고층 아파트가 구조와 설계 등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지만 역설적으로 재난상황,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발생하면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유발하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화재발생시 대피수단은 발코니에 대피공간을 설치하거나 고가 사다리, 완강기, 에어매트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본질적 한계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수단으로 효과적이지 않다.

먼저 대피공간의 경우 현행 법령에 의거 층마다 2㎡ 이상 설치를 강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립 의의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초고층의 경우 화재발생시 사다리차가 닿을 수 없기에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고, 대피공간에서 장기 체류시 외부 화염이나 연기 흡입을 통해 인체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사다리차 외에 완강기나 에어매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초고층 아파트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요소가 많아 이용이 어렵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하향식 피난 사다리’가 화재발생시 가장 유효적절한 대피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향식 피난 사다리

현행법상 하향식 피난구, 즉 피난사다리는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4조>에 의거 덮개, 피난 사다리, 경보시스템을 포함한 구조를 뜻한다. 평시에는 해당세대의 바닥에 설치(격납)되어 있으며, 화재시나 유사시 주 출입구를 통한 피난이 불가능한 경우 사용하는 피난기구를 말한다.

덮개를 개방하고 격납되어 있는 피난사다리를 펼쳐서 신속하게 아래층 세대로 피난하는 세대내 2방향 피난 조치이며, 밀폐된 구조의 아파트 공간에서 가장 이상적인 피난기구로 손꼽힌다. 화연은 상부 방향으로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화연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인 아랫집으로 피난해 생존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피난방식인 셈이다.

하향식 피난사다리 설치할 때 최대 관건은 흔들리지 않는 ‘사다리의 고정성’에 달려 있다.

고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피난사다리의 특수한 설치 방법 때문이다. 피난사다리는 고정식 사다리처럼 벽체에 붙어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발코니 등 슬라브 바닥에 설치해 상부 뚜껑을 열고 사다리를 아래층으로 전개하게 된다. 이때 사다리 부분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여서 타고 내려올 때 옆으로 흔들리게 된다.

사다리의 흔들림이 심하면 급하게 내려오다가 떨어지거나 개구부 등에 부딪쳐 사고가 날 수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경우 위험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재난을 피하려다 역으로 재난을 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피난사다리 설치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고정성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피난사다리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피난사다리는 2011년 서울숲 갤러리아포레(45층)를 시작으로 고덕지구 재건축단지 등을 거쳐 아파트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사)한국피난기구협회(회장=문기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설치된 하향식 피난사다리의 숫자는 모두 35만대로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건축법과 소방법 등 제반규정이 개정되며 법적 토대가 마련됐으며, 평면설계 측면에서 피난사다리를 설치하는 것이 공간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비해 피난사다리를 설치하는 것이 공간효율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피난사다리 시장의 외연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내실은 부실하다는 평가다. (사)한국피난기구협회 박상욱 사무국장은 “시중의 상당수 피난사다리가 부족한 품질로 안정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외형과 저렴한 비용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대부분의 피난사다리가 낮은 기술력과 저가의 재질로 제작돼 과도한 흔들림을 보이며 녹과 부식 등에 취약해 대피수단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

박상욱 사무국장은 “피난사다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몇십 년 동안 녹슬지 않는 튼튼한 재질과 위급 상황에서 언제라도 사용가능한 신뢰도 높은 성능”이라며 “고정성이 취약하고 흔들림이 심한 사다리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깐 인터뷰 - 사단법인 한국피난기구협회 박상욱 사무국장

“피난기구, 비용논리가 아닌 생명보호 위한 안전수단으로 인식해야”

 

   
아파트가 점차 초고층화 되고, 내부 평면의 공간효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피난기구로서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향식 피난 사다리로 진화하는 추세다. 생명보호 측면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다만, 생명보호라는 숭고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논리에 함몰돼 저렴하지만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피난사다리가 공급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와 관련 (사)한국피난기구협회 박상욱 사무국장은 “이 같은 시장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아파트 입주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입주자 스스로 피난사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능과 품질을 체크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통상 피난사다리와 같은 피난기구 선정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시공사다. 최대한 공사비를 절감하고픈 시공사 입장에서 저렴하면서도 적당히 보기 좋은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제품이 저렴할수록 그 성능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공사로선 하자보수기간인 입주 후 3년 정도만 넘기면 책임소재에서 벗어나기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 박 국장의 설명이다.

성능과 품질이 떨어져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은 피난기구 사후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부분도 한몫을 한다. 건축법과 소방법 사이에 걸친 피난기구의 특성상 관리주체가 모호한 규정 탓이다. 결국 신뢰할 만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당사자인 입주자가 설치될 피난사다리를 제대로 검증하고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박상욱 사무국장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점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피난 사다리는 아파트 입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단순히 비용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는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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