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절벽으로 인한 가격상승 초래 … 비강남권 도시정비 통한 균형발전 모색

재건축 추진 여부를 판별하는 안전진단에 대해 민심의 불만이 증폭됨에 따라 기준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래 들어 목동과 상계동 등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강화된 규정으로 인해 안전진단을 신청한 재건축단지 상당수가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안전진단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민심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과 사회적 자원 낭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주거환경 분야를 강조했던 기존 규정을 뒤엎고 구조안정성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조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지 않고선 구조안정성 기준을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현행 안전진단 기준은 재건축사업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현재 정부는 기성 시가지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이를 입구에서 전면 봉쇄한 현행 규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셈이다. 이에 현행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옆 단지는 통과하는데, 왜 우리는?

현재 재건축 추진 열기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 자리한 목동 신시가지는 1980년대 중후반에 걸쳐 건립된 14개 아파트 단지로 전체 세대수는 약2만7천세대에 달한다. 이밖에도 상계동 주공단지와 올림픽선수촌아파트, 광장동 극동아파트 등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목동의 경우 신시가지 14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지만 통과한 곳은 6단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목동6단지는 안전진단 결과 지난 1월 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이어 한국시설안전공단에 의한 적정성 검토를 받았고, 지난 6월 최종 D등급(54.58점)으로 판정됨에 따라 최종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하게 됐다.

6단지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함에 따라 목동 신시가지 일대는 크게 달아올랐다. 바로 옆 동네에 위치한 비슷한 유형의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함에 따라 재건축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후속주자로 나선 9단지가 최종 안전진단에서 낙마함에 따라 뜨거웠던 열기는 급냉했고,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강한 불신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목동9단지는 지난 3월 안전진단 결과 평가점수 53.32점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이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적정성 검토 결과 58.55점으로 C등급, 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재건축 추진이 좌절됐다.

9단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준공시기도 몇 달 차이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여건이 유사해 별다른 차이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더불어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구조안정성 강화한 안전진단, 재건축 차단의 선봉장

2018년 2월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하고 사회적 자원 낭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먼저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 단계부터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한국시설안전공단 및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해 구조안정성을 크게 강화했다. 조정된 가중치 내역에 따르면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중점을 둔 ‘주거환경’ 중심평가에서 ‘구조안정성’ 확보에 치중했다.

세 번째 안전진단 종합판정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안전진단 결과보고서에 대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기존에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시장·군수가 주태시장과 지역여건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기에 통과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상태다.

 

∥안전진단 기준, 재건축 본질에 부합해야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이후 최종 통과한 재건축 단지는 목동6단지, 마포 성산시영, 삼환도봉아파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판정기준 중 주거환경의 비중을 낮추고 구조안정성을 대폭 키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재건축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안전진단 제도가 등장했을 당시부터 구조적 문제로 재건축이 필요한 공동주택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현실적으로 구조적 문제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는 사실상 극히 드물며, 거의 대부분이 주거환경 개선과 재산가치 상승을 위해 진행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부는 안전진단 강화조치의 배경으로서 무분별한 재건축과 사회적 비용의 남용을 방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은 작금의 주택시장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근래 정부는 기성 시가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건축 활성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추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을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정부는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재건축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 낭비를 막는다고 하지만 되려 안전진단 기준강화와 같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주택공급을 막아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악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 단지 가운데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총 10만4천가구로 나타났다. 이 중 양천구가 2만4천여세대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노원구로 약9천세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노원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한 반면 강남3구는 17%에 불과했다는 것.

과거 재건축사업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최근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 대부분이 비강남권에 속한다. 강남과 강북, 강남권과 비강남권간 균형 잡힌 도시개발을 위해서라도 비강남권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사업에 대해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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