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제시 시공사 투입금 별도약정 없을 경우 원인 제공자에 따라 보상기준 틀려


1. 머리말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시공사나 컨설팅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시공사나 컨설팅회사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 업무대행계약서를 해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최초의 사업계획안보다 용적률의 축소나 건축기준의 강화 등으로 인하여 주민 부담금이 늘어날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업추진 단계에서 안전진단비, 설계비, 조합업무 추진비용 등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 비용을 주민들이 자체 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재건축주택조합(또는 추진위원회)이 시공사나 컨설팅사로부터 대여 받아 사용하거나 시공사나 컨설팅사가 향후의 수익을 기대하고 선투자 하는 방식으로 사업비가 조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건축사업의 포기로 이어질 경우 또는, 기존 시공사나 컨설팅사와의 계약을 주택조합이 해지할 경우 기투입 비용의 보상, 정산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의 임원이나 조합원, 시공사, 컨설팅사 등에 모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래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중도에 포기되거나 계약 해제되는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하여 각각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기투입 비용을 처리한 방식에 따른 문제

가)대여금으로 처리한 경우
재건축조합(또는 추진위원회)이 안전진단비용, 설계비, 조합운영비 등을 시공사나 컨설팅사로부터 대여 받아 자금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공사도급계약, 컨설팅 계약과 별도로 각각의 대여금에 대하여 별도의 대여금 약정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대여금 약정서에는 재건축조합이 채무자로 표시되고, 채무자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재건축조합의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대여금 약정은 공사 도급계약이나 컨설팅 계약과는 별도의 독립된 계약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 도급계약, 컨설팅 계약의 해제나 무효여부와는 구분하여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사정으로든지 재건축사업이 중단되거나 공사 도급계약, 컨설팅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재건축조합은 대여금을 상환하여야 한다.

대여금 약정서에 대여금의 반환시기에 대하여 재건축사업 결과 일반분양 수입금으로 충당한다고 정하여져 있는 경우에는 대여금의 반환시기에 대하여 불확정기한을 정한 것으로 본다. 불확정기한이란 기한이 도래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한이 언제 도래하는지는 확정적이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민법상 불확정기한을 정한 경우, 기한의 도래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간주한다. 시공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의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일반분양 수입금이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불확정 기한이 도래한 것이므로 즉시 대여금을 반환하여야 한다(서울지방법원 2000.8.22.선고 99가합82653 판결).

나)별도의 대여금 약정 없이 공사도급계약에 포함된 경우
시공사 등이 재건축조합(또는 추진위원회)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전진단비용, 설계비, 조합운영비 등을 시공사측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투입비용에 대하여 별도의 대여금 약정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거나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사업을 포기할 경우에 시공사 등은 기투입 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 경우에는 공사 도급계약이 해제된 원인을 누가 제공하였는가가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다. 시공사 등이 일정한 용적률을 약속하여 이를 전제로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시공사가 약정한 용적률대로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여 재건축조합이 재건축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면 재건축조합은 기투입비용을 반환할 책임이 없다(서울고등법원 96나 48192 판결).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조합원 총회의 결의 없이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시공사가 안전진단비, 설계비, 조합운영비 등을 지출하여 조합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조합원총회의 결의 없이 진행된 시공사와의 도급계약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의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조합원총회의 결의 없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민법 및 조합규약에 의하며 무효이므로 시공사는 공사 도급계약이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하여 기투입비용의 상환 및 위약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다만, 안전진단, 설계비, 조합운영비 등을 시공사 등이 현실적으로 지출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재건축조합이 조합설립, 사업승인 등 이득을 얻었다면 시공사등이 지출한 비용은 결국 재건축조합의 이득으로 귀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조합은 현실적으로 발생한 이득에 대하여는 시공사등에 부당이득반환 책임이 있다(서울고등법원 1998.12.8.선고 96나 49416 판결).

시공사 등이 공사도급계약상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조합이 공사 도급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시공사 등은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공사도급계약의 임의해지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즉 계약의 유지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재건축조합이 재건축 사업의 포기를 선언한 상태라면 시공사 등은 공사계약의 유지를 할 수 없으므로 재건축조합의 귀책사유로 공사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시공사 등은 재건축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액은 기투입비용 및 향후 발생할 이익금액 상당을 손해배상액으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3. 투입비용 정산을 위한 소송제기 방법

가)시공사와 재건축조합, 조합원 사이의 소송
재건축추진위원회나 재건축조합이 대여금 약정, 공사도급계약을 할 때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한 경우에는 시공사나 컨설팅사는 조합임원들에게도 조합과 연대하여 대여금 등을 변제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연대보증하지 않은 일반조합원에 대하여는 시공사 등이 직접 대여금 등의 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 재건축조합 규약에 조합의 채무에 대하여 조합원이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시공사와의 대여금 약정서에 조합원이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조합원이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가?

조합규약은 조합내부의 규율을 위한 것이므로 직접 시공사 등에게 효력이 미칠 수 없고, 대여금 약정서나 도급계약서에 개별 조합원이 직접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이 약정서에 날인하지 않은 조합원에게는 계약의 효력이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공사 등이 약정서에 날인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직접 대여금의 상환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시공사 등이 일반 조합원의 재산에 대하여도 부동산 가압류를 실시하는 사례가 있고, 법원도 이러한 가압류신청을 받아들여 가압류가 집행되는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가압류는 엄격한 증명이 아니라 피보전채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소명이 있으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조합원들의 연대책임 조항이 있는 조합규약, 공사 도급계약서가 있을 경우 법원은 가압류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가압류가 받아들여졌다 하여 결코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시공사 등이 일반 조합원을 상대로 한 대여금 등의 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압류집행을 당한 조합원들은 가압류이의 소송을 제기하여 가압류를 풀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압류집행을 당하면 조합원들은 재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되므로 시공사 등이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일단 가압류집행을 해 놓은 상태에서 재건축조합에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시공사 등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투입비용의 정산을 위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부닥치는 가장 큰 문제는 신탁등기와 관련한 문제이다. 조합원 소유의 구분건물에 대하여 일단 재건축조합 앞으로 신탁등기가 이루어지면 신탁 전에 담보권이나 가압류가 설정된 경우 및 신탁사무의 집행으로 인한 채권이 아닌 경우에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신탁법 제21조). 그런데 시공사 등의 기투입 비용 정산을 위한 채권은 신탁사무의 집행으로 인한 채권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시공사 등이 공사비 등으로 많은 비용을 투입한 경우에 있어서도 신탁법상의 강제집행 금지 조항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애로를 겪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신탁의 수익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밖에 없는데 집행상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조합 내부의 소송문제
시공사 등은 기투입비용의 상환에 대하여 재건축조합과 연대보증을 한 조합임원에 대하여 대여금 등의 반환청구를 하여 집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재건축조합은 현실적으로 재산이 없으므로 연대보증을 한 조합임원이 집행을 당하게 된다. 이 경우 대여금을 현실적으로 변제한 조합임원은 재건축조합에 자신이 변제하여 준 금액을 갚으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를 구상권이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건축조합은 아무런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재건축조합은 비법인 사단이며, 비법인 사단의 재산소유형태는 총유이다. 개별 조합원은 조합의 채무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법 및 조합규약에 따라 조합채무에 대하여 각각의 지분에 해당하는 조합원 부담금을 납입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재건축조합은 자신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하여 개별조합원에게 분담금을 산정하여 징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등과의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하거나 재건축사업을 중도 포기한 경우에 재건축조합 집행부가 이러한 조합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하여 조합원들로부터 분담금을 산정하여 징수하려 하지 않을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재건축조합의 채권자(시공사 등, 또는 구상권을 취득한 조합임원 등)가 채권자 대위권을 행사하여 직접 조합원을 상대로 재건축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는 재건축조합에 대한 판결을 얻은 후 재건축조합의 개별조합원에 대한 분담금 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강제집행을 위하여 조합원 소유 구분건물에 대한 부동산 가압류를 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건축조합의 결성 이전의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어떠한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조직과 실체를 가진 경우에는 위에서 설명한 재건축조합의 경우와 동일하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추진위원회의 초기단계로서 상법상의 발기인 조합과 유사한 정도의 단계일 경우에는 추진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구분소유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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