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근래 재건축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종래 재건축조합이 재건축불참자에 대하여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에 재건축불참자들은 재건축결의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47조, 제48조에 정한 재건축결의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매도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항변을 하는 방식으로 소송이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재건축불참자, 또는 조합원 중 집행부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재건축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건축조합 입장에서는 재건축결의 무효확인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향후 재건축사업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2. 재건축결의의 요건에 관한 법령의 규정과 해석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에서 재건축결의를 할 때에는 건물의 철거와 재건축비용의 개산액 및 그 분담에 관한 사항, 신건물의 구분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구분소유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 아니면 시가에 의하여 구분소유권을 매도하고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재건축결의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므로(대법원 1998.6.26.선고 98다 15996 판결), 재건축의 실행단계에서 다시 비용부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분담액 또는 산출기준이 명확하여야 한다. 재건축결의를 하면서 이에 관한 사항을 정하지 않았거나 위와 같은 정도의 내용이 없는 재건축결의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재건축결의의 하자가 발생하는 이유

재건축결의시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에서 정하는 요건대로 결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과거에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원 및 컨설팅사의 전문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자는 수준의 재건축결의를 한 조합이 있는가하면, 재건축건설비용은 시공회사가 조달한다, 조합원의 부담금은 지분비율대로 정한다 정도의 내용으로 재건축결의를 한 경우도 많이 발견된다. 이러한 정도의 내용으로는 구분소유권자에게 재건축 참가 또는 재건축 불참을 선택할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 다음 이유는 재건축결의를 할 당시에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재건축결의를 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조합의 창립총회에서 재건축결의를 하게 되는데, 그 때로부터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시점까지는 5, 6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계획법」 「건축법」 조례 등의 변천으로 인하여 애초에 설정한 용적률과 건립세대수가 변경될 수밖에 없다. 물가변동이나 일반분양 분양가격의 변동으로 인하여 조합원 부담금액의 산정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건축조합의 창립총회시에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재건축결의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조합원부담금 등을 확정짓기가 곤란하므로 그러한 내용은 추후 사업승인을 받는 시점에서 별도로 정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단순히 재건축하자는 내용의 재건축결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재건축결의시에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는다면 무효라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므로 근래에는 재건축결의시에 잠정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조합원분담금 등을 적시한 후 사업계획승인절차를 통하여 용적률의 변동, 부담금의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단서조항을 달아 추후 부담금액의 변동을 예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초의 재건축결의시의 조합원 분담금과 사업계획승인 시점의 조합원 분담금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건축결의를 새로 받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종전의 재건축결의가 유효한 것인가 하는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최초 재건축결의를 할 때와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시점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그 내용상으로도 많은 차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재건축결의시에 신축건물의 설계의 개요,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 조합원의 분담금까지 확정하도록 요구하는 현행제도의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4. 재건축결의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에 정한 재건축결의의 내용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재건축결의는 재건축결의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경우 재건축불참자 등이 재건축결의무효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수 있는가?

현재 재건축결의무효소송이 제기되어 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사건은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아직까지 재건축불참자 등의 승소판결이 난 경우는 발견하지 못했다.

재건축결의가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에서 정한 내용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소송상의 쟁점은 재건축결의무효확인을 구할 소송상의 이익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확인소송은 당사자 사이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현존하는 위험, 불안이 야기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확인대상으로 삼아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로 확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경우에만 허용되고 보다 근본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집합건물법에 의한 재건축결의는 구분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어느 특정시점에서 재건축결의요건에 흠이 있다하더라도 추후 그 흠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시점에서 재건축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확인을 받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확인이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재건축참가자가 구분소유자의 4/5에 미달되더라도 추후 서면결의를 통하여 구분소유자의 4/5 동의를 받으면 유효한 재건축결의가 되는 것이며,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에서 정한 내용상의 요건을 일부 누락했다면 그 누락한 부분에 대하여 다시 구분소유자의 4/5의 동의 또는 조합원의 4/5의 동의를 받아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통상 창립총회에서 재건축결의를 하게 되는데, 창립총회에 참석하는 조합원이 구분소유자의 4/5에 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결국 거의 모든 재건축조합의 재건축결의는 집합건물법에 따른 서면결의의 형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창립총회에서의 재건축결의는 무효라는 확인판결을 하는 것이 분쟁의 유효적절한 해결수단인지는 의문이다.

집합건물법 제47조, 제48조에서 정하는 재건축결의의 효력으로서 매도청구권이 발생한다. 따라서 재건축결의가 무효라면 재건축불참자로서는 매도청구소송에서 재건축결의의 하자를 다투어 매도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별도로 재건축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필자는 아직까지 법원의 태도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소의 이익에 관하여 판단한 법원판례, 또는 재건축결의 무효확인을 받아들인 하급심 판례도 아직 발견할 수 없었다. 향후 법원이 이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재건축결의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의 해결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5. 입법론

최초의 재건축결의시에 세운 사업계획안 그대로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경우는 예상하기 어렵다. 재건축조합으로서는 보다 많은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관계법령 및 조례의 규정, 그리고 도시환경을 우선하는 법제의 변경 등으로 인하여 재건축조합이 처음 제시한 용적율, 수익성에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의 사업승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초의 재건축결의시 재건축조합이 밝힌 조합원 분담금과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시점에서의 조합원 분담금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최초의 재건축결의시에 사업승인절차에 따라 용적률, 조합원 분담금에 증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는 정도의 부담금액 변동조항이 있다하여 재건축결의를 유효라고 볼 수 있을까?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본다면 어느 정도의 변동이 있을 경우 무효인지에 대한 기준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최초의 재건축결의시에 집합건물법 제47조 제3항에 정하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 재건축결의를 받도록 요구하는 것이 무리이다. 그리고 사업계획승인안이 최초 재건축결의시의 사업계획안과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조합원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최초의 재건축결의시는 단순히 재건축을 하자는 정도의 결의로 족하고, 사업계획승인신청시에 별도의 조합원 동의를 받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주택재개발의 경우에는 조합설립시 토지소유자 총수 및 건물소유자 총수의 2/3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시행인가신청시 토지면적의 2/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와 토지소유자 총수 및 건물소유자총수의 각 2/3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조합설립시에는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로 충분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안에 대한 동의는 사업계획승인신청 시점에 따로 조합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환경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안)」에는 조합설립인가시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동의와 단지 전체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5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정비사업시행계획의 수립 및 변경은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때에는 재개발조합의 경우 구역안의 토지면적의 2/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와 토지소유자 등의 총수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며, 재건축조합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에서 따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내용대로 입법이 될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시와 사업계획인가시에 별도의 조합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므로 재건축결의의 내용을 둘러싼 분쟁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인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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