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만물시장이라고도 불리는 황학동 벼룩시장은 청계천 7가와 8가 사이 삼일아파트 앞 뒤편에 모여있다. 1천 여 개에 달하는 점포에다 휴일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노점을 벌이면서 전국 최대의 만물 시장, 중고 시장, 도깨비 시장이 열린다.

이 곳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50∼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대문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영세 상인들이 동대문 밖 청계 7가와 8가에서 노점을 벌였고, 다른 곳보다 가격이 싸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민들이 모여들어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팔 수 있기에, 너 나 할 것 없이 나와서 사고 팔기 시작한 것이 수 십 년을 흘러 현재 국내 최고의 벼룩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황학동 벼룩시장은 청계고가의 상징적이고 인위적인 흐름이 아닌, 민초들의 지혜와 삶의 동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다. 파리 등 외국 도시의 벼룩 시장이 관광객들의 명물로 사랑을 받고 있듯이, 황학동 벼룩시장도 만물 시장이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종 중고품과 골동품이 널려있어 인테리어 전문가, 주부, 학생, 방송국 소품 담당자, 외국인 관광객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고객들이 연일 북적대고 있다.

다만, 밤낮을 가릴 것 없이 교통이 복잡한 곳이기 때문에 자가용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구석구석 천천히 걸으며 물건들을 살피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보물을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인도를 반 이상 차지한 채 건강 식품 등 각종 제품들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의 현란한 화술은 차라리 신기에 가깝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골동품을 비롯해, 중고 가구, 가전 제품, 시계, 보석, 피아노, 카메라, 각종 기계류, 공구류, 의류, 등산 및 낚시 장비, 비디오테이프, DVD 등 매우 다양하다. 전국 구석구석을 벼룩 뛰듯 돌아다니며 희귀한 물건을 모아온다는 만물상들의 집합소여서 필요한 물건을 언제든지 구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황학동 벼룩시장 전체를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두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내려 중앙시장을 지나 황학동으로 오는 길이나, 동대문역이나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내려 청계천 길을 따라 오면 황학동 벼룩시장을 만날 수 있다.

누가 저런 걸 살까, 저런 건 어디서 구했을까 생각하면서 구경하다 슬슬 출출해지면 곳곳에 위치한 포장마차에서 파는 멸치국수, 콩국수, 우묵 등을 먹어보자. 가격도 천 원에서 이천 원으로 저렴한데다 맛 또한 좋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곳 벼룩시장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수 십 년 동안 형성된 시장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야 없겠지만, 아무튼 황학동 벼룩시장을 아직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하루 빨리 이곳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발전과 시대의 대세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는 요즘 세상에 지난 시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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