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의 이주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가 세입자의 이주계획수립일 것이다. 공사기간의 단축여부가 재건축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 요소라 할 때, 조합원 및 해당 단지 거주민 이주기간의 준수가 공사기간의 단축여부를 결정짓는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주기간의 지연으로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자주 접하고 있다.

이주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선의 재건축조합은 자체 규약에 이주기간의 준수를 조합원의 의무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에서의 주거대책비나 임대주택의 공급과 같은 세입자에 대한 대책이 현행관련법규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관이 주체가 되어 도시계획사업의 일환으로써 추진되는 재개발사업과 구분소유권자들이 주체인 순수 민간주도형의 재건축사업이 동일한 절차나 방법에 의해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사업의 성격상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건물 소유자와 세입자간의 협의를 통해 이주 대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조합원 즉, 건물 소유자와 세입자간의 임대차계약기간이 재건축사업추진계획 일정을 벗어나 정해지는 경우가 있어 사업추진에 장애가 발생하곤 한다. 조합측은 마땅히 조합규약에 의거하여 조합원에게 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토록 요구할 것인데, 이때 조합원이 사업추진일정을 예측하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임대차기간을 정하였다면 이는 당연히 해당 조합원에게 있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이행과 세입자의 임대차기간보장요구라는 난처하고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일선의 어느 재건축사업현장의 경우 소수 세입자의 이주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철거공사가 지연되는 등 공사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게다가 세입자들의 일방적이고도 법적 근거 없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제3세력의 물리적 개입은 문제상황을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확대시켜 전체 조합원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입히게 되는 불미한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세입자의 권리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는 당연히 가지지 못한 약자의 편에서 사회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행의 관련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대다수 주민들의 요구와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을 볼모로 삼아 자신만의 이해를 강요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회정의를 세워야 할 명분마저도 상실케 할 것이고 사회적 지탄을 자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어떠한 제도적ㆍ법적 장치도 없는 조합원과 세입자간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전체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관계 당국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의 "2년 임대차기간보장"조항의 개정을 통해 재건축사업추진단계의 이주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사업계획승인신청을 전후로 하여 임대차계약 해제 가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재건축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이주대책 수립에 앞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세입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조합원들의 이주 관련 의무이행을 적극 독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주비 지급 등의 업무와 연계하여 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합의 업무추진상황을 수시로 공지하여 조합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조합원들은 조합의 사업추진상황과 일정을 사전에 주지하고 세입자의 이주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대차계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더더욱 세입자의 이주문제는 조합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 조합원 자신의 문제이며, 만약 이로 인해 발생되는 손실이 있다면 손실에 대한 책임마저도 지게 되는 불행과 대다수 조합원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시내 5개 저밀도아파트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 아파트들은 여느 고층아파트들보다도 세입자거주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이나 조합원들은 세입자들의 원만하고도 합리적인 이주대책 수립을 위해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최태수 / 재건련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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