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노후 불량아파트의 범위를 준공 후 '20년 이상'에서 최고 '40년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지구단위계획과 더불어 아파트 재건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학문적 입장에서 재건축 준공연한 제도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시장 논리에 입각하여 준공연한 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과 내구연한 등을 고려하여 오히려 준공연한을 더 늘리자는 의견이 그것이다.

준공연한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은 재건축 연한이 없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시장논리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면서 주택시장 왜곡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주택의 경우 노후화와 관계없이 조기 개발이 일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현재보다 더 심각한 부동산 투기와 사회적 자원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에 부닥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정책 대안으로 이를 채택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준공연한을 오히려 더 늘리자는 의견은 아파트의 내구연한을 고려할 때 20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데 근거를 두면서, 궁극적으로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전환하자는 견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수준 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아파트가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서울시가 제시한 ‘40년 이상’을 준공연한으로 설정할 경우 20년 뒤 지금의 투기장화 된 재건축 시장 모습이 반복될 것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사실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 보면 준공연한을 늘리는 것이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일단 늘려 작금의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리모델링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과 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시간이 더 확보되었다고 해서 정책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 없이 리모델링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 세대에게 지금과 같은 재건축 시장의 투기적 모습이 미해결 과제로 남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연구들에서 제시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주택을 신축할 경우 현재와 같은 벽식 구조 아파트가 아닌 철골조나 라멘조 건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벽식 구조 아파트의 경우 벽 자체가 내력벽으로 철거 또는 변경이 어려워 단위세대 면적을 증가시키려는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둘째, 장기수선계획을 통한 주택의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 특히 공용부분의 수명연장을 위해 수시 점검 및 유지관리가 가능한 설계 기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지구단위계획 등에서 리모델링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의 제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리모델링이 가능한 공법으로 신축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용적률 규정을 완화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모델링의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범단지 지정과 같은 대안을 통해 그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모델링 활성화와 관련된 이 같은 대안들이 가지는 한계를 고려할 때, 서울시의 최근 방침이 ‘40년 이상’의 획일적 적용이 아닌 70년대, 80년대, 90년대 준공된 아파트 별로 차별적인 재건축 연한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것은 재건축 연한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인 시장 왜곡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차제에 중장기적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상경 / 경성대학교 건축도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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