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재건축은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로 재건축정책의 목적이다
이미 시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의 영향을 반영이라도 한 듯 일단 가격상승은 멈춘 상태이다. 일부 사업승인이 임박한 단지들에 한해 반사이익이 반영되어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으나 이전에 비하면 상승폭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현재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에는 이미 재건축 사업추진이 전제된 그 기대이익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만 사업추진시기가 늦어지는 단지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가되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상의 아무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재건축 사업을 기대해서 형성된 가격은 ‘거품’이 틀림없다. 따라서 현재 정비된 각종 재건축 관련 규제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렇지만 재건축 관련 규제는 어디까지나 도시 및 건축적 규제이지 주택가격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만약 이러한 제도가 주택가격 조절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주택경기가 침체되는 시점이 도래하면 다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변명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다분히 재건축 관련 규제가 주택경기 조절의 일환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 결과 재건축에 의한 노후 주택정비효과보다는, 재건축은 재테크의 수단으로의 높은 가격 상승은 물론, 고밀과 난개발이라는 부작용이 더 컸다.
무분별한 재건축 사업추진은 사회적 낭비요, 주택시장의 교란 요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 자체가 죄악시되어서는 안된다. 대도시들은 노후 주택비중이 증가하면서 주택의 대체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은 재건축 수요 이외에도 여전히 주택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서울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은 주택공급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택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재건축 사업은 주택공급의 주된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전체 아파트 공급물량의 70% 이상이 재건축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다. 이처럼 재건축 사업이 주는 주택공급효과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재건축 사업 억제는 반대로 추가적인 주택공급방안이나 주택수요분산 대책을 요구한다.
물론 행정수도이전이 본격화되고, 재건축 관련 규제가 정착되면서 점차 서울 지역에 대한 과도한 주택수요 집중은 완화될 것이다. 낮은 서비스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도시 중심부에서의 주거보다는 쾌적한 교외로 이동하는 가구수가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주거는 관성이 있는데다가 이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재건축 관련 규제의 효과는 좀 더 느긋한 맘으로 기다려야 한다.
대신 비교적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지금 서울시는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미 사업이 확정되고 사업승인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시장상황으로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재건축 사업의 처리이다. 5개 저밀도 단지만도 이미 5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사업추진을 시작한지 10년이 된다. 11평 짜리 아파트가 5억이면 무엇 하는가. 그 안에서 얻어지는 주거서비스는 1억짜리 아파트만도 못한 형편이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억제해야 한다는 당면과제로 이러한 단지들의 사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강북 뉴타운 사업이 사업추진시기를 앞당기면서 빠르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 추진으로 대략 2만 5천여 가구의 이주가 예상된다. 이는 5개 저밀도 단지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달성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서울지역은 80% 정도 수준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이 완공되고 나면 주택여건이 좀 나아지겠으나 사업 기간 내 주택부족 현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저밀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완공되면 추가세대분이 늘어나면서 주택공급의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꼭 필요한 재건축은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재건축정책의 목적이요 주택 도시정책의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지금은 주택시장의 침체를 우려할 시기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내년 이후의 주택시장을 대비해야 할 절호의 기회이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주거환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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