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비사업 탐방 … 도심재개발 성공사례 일본 록본기힐스

다양한 용도를 한 자리에 … 기능 복합화로 도시 어메니티 회복

2008-02-18     이현수 기자
인구 집중에 따른 도시의 팽창과 기반시설의 부족, 기존 시가지의 노후화 등 당면한 도시의 과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러 선진국가들도 골치를 앓고 있는 문제이다. 이 같은 문제는 도시의 어메니티(amenity) 상실 및 경쟁력 쇠퇴로 이어져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십 수년 전부터 도심재생정책을 펼쳐온 일본은 록본기 힐즈와 미드타운 등 도심복합개발사례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여러 기능의 상호작용을 통해 도시경쟁력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한 일본의 개발사례는 아파트 등 단편적 기능에만 국한됐던 우리나라 정비사업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미드타운, 록본기 힐즈,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등 일본의 도심재개발사례는 모두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용도로 국한되던 일차적 개발이 아니라 여러 용도를 다양한 형태로 집적 또는 연계해 각 용도 및 기능의 상호작용을 통한 상승효과를 발휘하는 복합용도개발(Mixed Use Development)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복합용도개발이란 토지의 이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거단지, 산업단지, 교육·연구단지, 문화단지, 관광단지, 유통시설, 기반시설 등 일련의 시설을 종합적으로 계획·개발하는 것으로, 주거·산업·교육·연구·문화·관광·유통판매 등 최소 2개 이상의 단지 또는 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시설로 정의되고 있다.

일본의 도심복합개발사례에 두 가지 요소를 첨가한다면 하나는 해당 개발사업의 차별화를 위해 고유의 커뮤니티(Community)를 계승·발전시킨다는 점이다. 록본기 힐즈의 경우 아사히TV, 에비스 가든의 경우 삿포로 맥주회사 등이 좋은 예다.

또 한가지는 활발한 민간 자본의 도입이다. 다양한 민간참여를 통해 사업의 규모와 퀄리티를 확보하고, 지역의 명소 또는 랜드마크로 발전시킨다. 이러한 차별화된 매력은 곧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접어들어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으로 도시정비사업이 시작됐다.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2006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의 제정으로 단편적 도시정비를 넘어 도시관리 및 재생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정책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정해지지 못한 상태다. 이에 일본의 도심복합개발사례의 소개를 통해 장·단점을 분석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추진 모델을 지향해본다.


미드타운(Midtown) : 도시에 흐르는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일상

도쿄 미드타운은 광대한 녹지와 6개의 건물로 이뤄지고 크게 갤러리아와 플라자, 가든 등 세 구역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아는 4층으로 이뤄진 미드타운의 주된 쇼핑센터로 진귀하고,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를 갖춘 샵 그리고 직영점이 없었던 명품점, 고급 브랜드의 뉴 컨셉 숍 등의 유치로 기존 명품샵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차별화된 브랜드 샵의 유치 외에도 갤러리아는 독특하고 고급스런 내부 마감으로 인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갤러리아 중앙홀에 마련된 작은 대나무숲과 이를 위한 상부의 자연 채광창 등 호텔 라운지를 능가하는 내·외장 마감과 목재로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공간은 방문한 이의 감성을 뒤흔들어 미드타운의 매력을 배가한다.

건물군으로 이뤄진 플라자 존은 6성급 호텔인 도쿄 리츠 칼튼을 중심으로 산토리 박물관, 도쿄 FM 라디오방송국, 후지필름스퀘어, 메디칼센터, 디자인 허브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특징적인 기능을 지닌 시설이 한자리에 집중됨에 따라 미드타운을 찾는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미드타운이 여타 도심복합개발사례와 뚜렷하게 차별화 되는 것이 있다면 전체 부지의 40%에 달하는 녹지일 것이다. 잔디광장과 은행나무, 사쿠라, 쿠스노기 등 수많은 식물이 심어져 있어 기분 좋은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미드타운 가든. ‘시미즈정’으로 유명한 정원을 지닌 미나토구립 히노키쵸공원에서 가든으로 이어지는 녹지대는 미드타운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갤러리아내 위치한 가든 테라스에서 녹지를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는 미드타운이 도심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

대중들의 접근이 용이하기 위한 교통시설 또한 빠질 수 없다. 지하철 토에이 오오에도선 록본기역과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이 직접 연결되고, 도쿄 메트로 치요다선은 3분 거리, 도쿄 메트로 난보쿠선이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록본기 힐즈(Roppongi Hills) : 유쾌·상쾌한 즐거움 가득한 문화도시

두 번째 탐방 대상은 도쿄도 미나토구 록본기에 위치한 록본기 힐즈. 1986년부터 사업추진이 시작된 기나긴 역사를 지닌다. 2003년 4월 완공될 때까지 총 사업기간은 약 17년이 소요됐지만 순수 공사기간이 이뤄진 2000년도까지 약 14년 동안 사업추진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총 면적은 약 11㏊에 총 사업비는 약 4700억엔.

록본기 힐즈는 아사히TV 방송국의 재건축사업과 연계해 방송국 주변 40년 이상 경과한 550여세대의 노후불량주택을 포함해 재개발한 곳이다. 록본기 힐즈는 업무·상업·문화 등 여러 복합용도를 함께 집약했고, 도심공동화 현상의 방지 차원에서 고급 주거단지를 포함했다.

사업주체는 모리부동산과 지역주민이 조합으로 결성된 자치회로 이뤄진다. 최대 주주인 모리부동산에 의해 개발사업이 계획·주도됐다. 모리부동산 등 민간조직은 지역관리 및 전반적 운영을 담당하고, 자치회는 입주자와 함께 재개발조합 특성을 계승해 지역 친목 및 활성화를 맡았다.

록본기 힐즈에 위치한 시설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앙에 위치한 모리타워를 들 수 있다. 록본기 힐즈의 랜드마크인 모리타워(54층)는 오피스 건물로서 미드타워와 더불어 도쿄의 건축물중 최고층수를 자랑한다. 모리타워 최상층에는 도쿄도 전역을 전망할 수 있는 ‘도쿄 시티 뷰’를 마련했다.

6성급 호텔인 그랜트 하얏트 도쿄는 389개의 객실과 개성이 넘치는 10개의 레스토랑·바, 그리고 13개의 연회장 등을 완비해 최상의 서비스를 자랑한다. 아사히TV의 신사옥인 디지털미디어 스테이션과 중앙광장인 록본기힐즈 아레나(arena). 최고급 주거단지로 평가되는 레지던스는 4개동으로 이 중 2개동은 42층으로 이뤄져있다.

상업시설로는 세계 최고급의 명품브랜드매장이 길가에 늘어선 케야키자카 거리와 케야키자카 콤플렉스 등의 200개가 넘는 샾과 레스토랑 등으로 기존 침체된 상권을 일약 초고급의 거대 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문화시설로는 버진시네마와 토호시네마 등의 극장가, 미술관과 회원제클럽, 아카데미가 가세한 모리아츠센터(Mori Arts Center)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거대한 문화 복합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밖에 중앙광장 아레나와 연결된 모리공원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록본기 힐즈의 분위기를 수변공간의 친화력으로 더욱 부드럽게 이끌고 있다. 대규모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도록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과 난보쿠선, 토에이 오에도선 등을 연결시켜 최대 도보 7분을 넘지 않도록 했다.


에비스 가든플레이스(Yebisu Garden Place) : 지역 커뮤니티를 테마로 경쟁력 극대화

1994년 완료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록본기 힐즈나 미드타운과는 진행시기나 규모 면에서 약간 다르다. 2003년 완료된 록본기 힐즈나 2007년의 에비스 가든은 대규모 사업자본을 장기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 또는 컨소시엄 형태의 리스 후 임대형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985년부터 1994년으로 전반적으로 경제침체기였던 버블시기에 진행됐던 에비스 가든은 맥주주식회사가 공공부지 제공 및 대주주 역할을 진행하면서 토지의 이용가치와 자금의 유통화를 통한 부동산 투자개발 형태로 진행돼 민간참여에 한계가 있었고 사업규모 면에서 다소 처지는 편이다. 하지만 침체기였던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가장 성공적 개발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자리잡고 있던 고유의 커뮤니티인 삿포로 맥주회사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특색을 더욱 강화하고, 이에 더해 상업, 업무, 문화, 교통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중첩시켜 상호 작용을 통해 흡인력을 강화시키는 것에 있다.

개발사업의 타이틀인 에비스(Yebisu)는 삿포로 맥주회사의 상품으로 유명하다. 삿포로는 사옥을 다시 짓고 옆에 자사의 맥주 박물관을 건립해 일신을 새롭게 했다. 이에 웨스틴 도쿄 호텔과 전통의 미츠코시 백화점, 업무빌딩, 사진미술관, 다목적 홀, 영화관 등을 유치하고, 지하철 역사와 다닞 중심과장을 연결하는 진입 광장을 마련해 개방감을 확보했다.

또한 대상지내 도시계획도로의 유입과 일본식 국철인 JR선을 진입광장과 연계해 역시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전체 60%가 넘는 오픈스페이스에 숲과 광장, 수변공간을 조화롭게 연계했다.

※ 김정은·황희연 「일본 복합용도개발 재정비 사업의 특성분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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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소나 기후 등에서 느끼는 쾌적함을 일컫는 용어.

199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농촌 어메니티 운동 또는 농촌 어메니티 정책이 유행하면서 의미가 확대되었다. 이 경우에는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이 농촌 어메니티이다.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농촌 어메니티를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해 정부의 농업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어메니티는 농촌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은 어촌개발이나 각종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쾌적성만을 의미하는 단순한 추상명사에서 쾌적함과 만족감을 주는 모든 요소들을 함축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대·사용되고 있다.

어항을 중심으로 한 생산 기반시설 위주의 산업공간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어촌을 만드는 것을 어촌 어메니티라고 한다. 또 쾌적한 도시환경을 도시 어메니티라고 하는데, 어메니티는 이처럼 어느 한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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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은덩이가 쌓이는 거리 ‘긴자’(銀座)

긴자는 도쿄 주오구(中央區)의 상업지역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심상가지역이다. 온갖 브랜드 숍과 백화점, 호텔과 레스토랑 등으로 밤낮의 구분 없이 쇼핑객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긴자를 한자로 표현하면 은좌(銀座), 즉 화페로 통용되던 은이 많이 모이는 곳을 뜻한다. 그만큼 예전부터 활발하게 상거래가 이뤄지던 곳으로서 1612년 도쿠가와 바쿠후(德川幕府)가 은화 주조소를 이곳으로 옮기며 비롯됐다.


천황이 머무는 곳, ‘고쿄’(皇居)

현재까지 일본 천황이 머무르는 곳이다. 고쿄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지만, 주변의 공원은 예약을 한 관광객에 한해 공개된다고 한다. 황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고쿄 주변으로는 높은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도쿄의 간선도로인 수도고속도로 건립 당시 고쿄 상공을 지나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마찬가지의 이유로 지하터널로 대체됐다. 도쿄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고쿄를 두르고 있는 해자는 현재까지 보존돼 수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