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내 토지의 용도와 매도청구의 관계

2026-03-11     편집부
             김미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들어가며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된다. 이러한 재건축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법은 사업시행자에게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의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는 매도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A 조합의 토지 소유자 중에서 대상 토지가 유치원 부지로 지정되어 있음을 이유로 매도청구 불가 주장을 펼친 사례가 있다. 유치원 부지 내지 도시계획상 특정 용도로 지정된 시설이라면 매도청구가 불가한 것일까? 토지소유자는 해당 토지의 공공성이나 특수한 용도를 이유로 사업시행자의 매도청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사업구역 내 토지의 특정 용도가 매도청구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관련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도시정비법상 매도청구권의 대상

도시정비법 제64조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 등에게 동의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하고, 2개월의 회답 기간이 지나면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한 토지등소유자에게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위 규정 제4항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뿐만 아니라 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역시 매도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권을 사업시행자에게 일원화하려는 취지이다. 법문상 토지 위의 건축물 성격이나 토지의 용도에 따라 매도청구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3. 토지의 특정 용도를 이유로 한 매도청구 거부 가능성

그렇다면 실제 소송에서 토지의 특정 용도를 근거로 한 토지소유자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법원은 재건축조합이 사업구역 내 유치원 건물과 대지를 소유했으나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유치원 교육에 사용되는 재산이라는 이유로 매도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매도청구 대상자인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 제28조의 교육용 기본재산의 처분 제한 규정과 유아교육법 제8조에 따라 유치원 폐쇄 시 교육감의 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매도청구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사립학교법이 금지하는 처분행위는 학교법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재산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도시정비법상 매도청구권 행사는 사업시행자의 일방적 의사로 매매계약이 성립되는 형성권의 행사이므로 학교법인의 자발적 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았고, 유아교육법상 인가 규정은 유치원의 폐쇄나 위치 변경에 관한 것이지, 유치원 교육에 사용 중인 부동산의 처분 자체에 인가를 받도록 한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교육감의 인가가 매도청구권 행사의 효력요건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며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광주고등법원).

법원은 정비구역 내 토지의 용도가 변경된다는 이유로 매도청구가 부당하다는 토지소유자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사안에서 법원은 재건축 사업시행자는 정비구역 안에 토지만을 소유한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토지가 어떤 용도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었는지는 매도청구권의 요건과 관련이 없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부산고등법원). 이는 매도청구권의 성립 여부는 도시정비법 제64조에서 정한 요건, 재건축 정비사업 구역 내에 있고,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았거나 또는 건축물이나 토지만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될 뿐, 해당 토지가 도시계획상 도로, 공원 등 특정 용도로 지정되어 있는지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4. 결론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재건축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토지가 유치원 부지로 사용되고 있다거나, 특정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시행자의 매도청구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도시정비법상 매도청구권 제도의 취지가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있음을 중시하고, 매도청구권의 성립 요건을 법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 해당 토지가 정비사업구역 내에 있고 소유자가 사업 미동의자이거나 토지 또는 건물만 소유한 자에 해당한다면, 그 토지의 현재 사용 용도나 계획상 용도는 매도청구권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 중 특정 용도의 시설이나 토지를 소유한 경우, 자신의 토지가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매도청구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하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조합설립 동의 여부 및 분양신청 등 관련 절차에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문의 02-2673-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