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규정에 정하지 않더라도 전자투표가 가능한지

2026-04-01     편집부
           김수환 변호사 / 법무법인 고원

1. 서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만 함)2024. 12. 3. 법률 제20549호로 개정되면서 개정법 시행일인 2025. 6. 4.부터 소집하는 총회에는 서면결의, 직접참석 외에 전자 투표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마련되었다(45조 제6). 그 동안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조합에서의 총회는 코로나-19 당시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집회가 불가능하였던 경우 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특례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전자적 방식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였으나, 일반적인 경우에까지 전자투표를 가능하도록 규정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개정에 맞추어 각 재개발·재건축조합은 정관 규정으로 조합원들의 총회에서의 의사결정 방법을 직접 참석’, ‘서면결의에 의한 의사결정외에 전자투표를 규정해두고 이에 따라 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은 정관 개정 없이 총회에서 전자투표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건대, 도시정비법 규정은 조합 정관에 우선하여 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이므로 전자투표에 관한 의결권 행사 가능 규정을 설사 정관 개정으로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정 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법원은 위와 같은 개정법 시행 전 개최한 총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명령, 실증특례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에도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본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2. 14.2024카합10208 결정

당해 사안에서 조합(서울특별시 내 소재한 조합)은 위 개정법 시행 전인 20249월 조합임원 선임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면서 우편투표(서면결의서), 사전투표, 현장투표 외에 전자투표를 유효한 투표 방법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투표를 실시하였고, 일부 조합원들은 위 전자투표가 당시 도시정비법이나 정관 규정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총회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조합임원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위 사안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전문은 '조합원은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제45조 제5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정족수를 산정할 때 출석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에 관하여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7항은 '총회의 의결은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참석하여야 하나, 5항 각 호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45조 제7항 본문)(: 위 개정 전 도시정비법 규정)고 규정하고 있, “도시정비법 제45조 제7항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면서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와 달리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 이를 '직접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는 취지는 총회의 의결방법과 관련하여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출석으로 간주함으로써 극소수 조합원의 출석만으로도 총회가 열릴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총회 의결에 조합원의 의사가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하려는 것에 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56350 판결 취지 참조)”고 전제한 뒤, 전자문서법은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효력을 쉽게 부정할 수 없고(4조 제1), 전자문서가 그 전자문서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으며, 전자문서가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4조의2)'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 도시정비법 제45조 제8(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의 발생 등으로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던 위 개정 법률 전 규정)의 취지는 재난 발생 등으로 인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을 통한 총회 의결이 어려운 경우 전자적 방법의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려는 것인데, 도시정비법 제40조 제1항 제10호는 총회의 소집 절차·시기 및 의결 방법을 조합의 정관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45조 제11항은 총회의 의결 방법, 서면 의결권 행사 및 본인 확인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들과의 체계적·종합적 해석상 구 도시정비법 제45조 제8항은 재난 발생 등의 경우에 국한하여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취지라기보다는 조합의 정관에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에 관하여 별도의 정함이 없더라도 재난 발생 등의 경우에는 위 규정으로써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는 취지라고 볼 여지도 존재한다는 점을 이유로, 설사 도시정비법 및 정관에 별도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자투표를 유효한 투표로 인정하여 위 신청인들의 신청을 기각한바 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2. 14.2024카합10208 결정).

 

3. 결론

이러한 법률 개정 및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하여 본다면, 비록 정관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각 재개발·재건축조합은 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에 따라 유효하게 전자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위 서울동부지방법원 결정과 같은 법리는 아직 전자투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주택법상 리모델링주택조합, 지역주택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이나, 아직 대법원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개별적·구체적 사안마다 법원이 이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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