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가에 유리한 합의안, 조합원 전원 동의 필요하다”
최근 법원이 상가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평가된 조합과 상가간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아파트 재건축에서 상가 동의는 지난 수십 년간 고질적 난제로 손꼽혀왔다. 재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입게 될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금 등을 어떻게 책정할지 현실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동의 조건을 둘러싼 조합과 상가간 갈등은 사업지연의 주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때론 일방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유지할 경우 결국 상가를 존치한 채 아파트만 재건축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처럼 상가 존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양측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이루는데,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숫자가 적은 상가 조합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관행처럼 진행돼왔다. 문제는 이 같은 암묵적 관행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로 인해 상가 합의 또는 상가 동의 절차가 새로운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번 법원 판결의 취지만 놓고 본다면 아파트 조합원에게 유리하다. 상가 합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상가 조합원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판시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사업에 동의할 메리트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하급심 판단으로 확정된 법리는 아니며,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각급 법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상급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사업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상가 합의가 법령을 위반할 경우 언제든지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기준마련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요구된다.
∥최근 상가 합의 사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A 재건축조합이 2023년 11월 진행한 정관개정 및 상가합의서 승인 안건의 총회 결의에 대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제동을 건 상가합의 내용으로는, 첫째 ‘기존 근린생활시설(상가)의 1층 상가소유자 권리가액은 도시정비법 제74조 제4항에 따른 기존 아파트의 비례율이 감안된 대지면적에 대한 평균 평당 감정평가액의 3.1배를 적용하며, 2층 상가소유자는 1층 산정가액의 55%를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
두 번째는 ‘조합은 상가소유자가 신축 주택(아파트)의 분양신청을 희망하는 경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 제2호 나목을 준용해 기존 상가의 권리가액에서 새로 받을 상가의 조합원 분양가를 뺀 금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규모 분양 단위의 추산액보다 크게 산정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 위 나목을 준용해 정관 등으로 비율을 조정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개정된 정관 내용으로 ‘기존 부대시설·복리시설(상가)의 가액에서 새로이 공급받는 부대시설·복리시설의 추산액(단, 부대시설·복리시설을 공급받지 않는 경우 추산액을 0으로 본다)을 뺀 금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0.1을 곱한 가액보다 클 것’으로 정했다.
정리하면 상가조합원의 대지지분은 아파트 대비 3.1배를 적용하고, 상가 조합원이 상가가 아닌 아파트를 공급받는 경우 권리가액이 최소 분양단위 아파트 가격의 10%보다 크면 분양받을 수 있도록 상당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A 조합은 전체 조합원 1900여명 중 1500여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1400여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들을 통과시켰다.
∥법원의 판단
도시정비법 제63조 제2항은 ‘재건축사업의 경우 법 제74조에 따른 관리처분은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른다. 다만, 조합이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그 기준을 따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호는 ‘상가 조합원에게는 상가를 공급할 것.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재건축사업의 상가소유자에게 무분별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가 조합원에게는 주택의 공급을 예외적으로 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되,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와 다른 기준을 정할 수 있음을 정한 것으로서 그 규정의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추어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한편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 제2호 가목은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기존 상가의 가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 등으로 정하는 비율(정관 등으로 정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1로 한다. 이하 나목에서 같다)을 곱한 가액보다 클 것’을, 나목은 ‘기존 상가의 가액에서 새로 공급받는 상가의 추산액을 뺀 금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 등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가액보다 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은 “위 각 예외사유의 취지는 재건축조합이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 않거나,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만 일부 상가 조합원에게는 종전자산가액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의 상가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등 ‘상가 조합원에게는 상가를 공급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위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면 상가 조합원에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상가 조합원에게 공동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정관 개정안 및 합의안 쟁점 조항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분양받기를 희망할 경우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관리처분계획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을 핵심골자로 한다”고 해석했다.
이 경우 상가 조합원이 상가가 아닌 주택을 분양받기를 희망할 경우 조합으로서는 종전 상가가액(새로 공급받는 상가의 추산액을 0으로 보아 뺄 가액이 없다)이 분양주택의 최소분양단위규모 추산액의 10%만 넘으면 상가 조합원에게 공동주택을 분양할 수 있게 되므로, 조합이 상가를 충분히 건설해 상가 조합원에게 상가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경우에도, 상가 조합원이 상가 분양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는 등 임의적 선택에 따라 상가 또는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합이 상가를 건설하지 않거나(가목),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만 일부 상가 조합원에게는 종전 상가가액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의 상가를 공급할 수 밖에 없어 상가 조합원에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나목)을 전제로 하여 상가 조합원에 대한 주택공급의 예외사유를 규정한 도시정비법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조합의 상가 합의 총회 결의에 대해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조합측은 “이 사건 청구가 인용될 경우 향후 상가 조합원들과 조합 사이의 추가 분쟁 등으로 이 사건 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여러 항변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은 “강행규정에 반하는 해석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어 “사업시행자가 종전 자산의 가격 등을 평가하는 경우 반드시 규모·위치·용도·이용 상황·정비사업비 등을 참작하여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여야 하고, 이러한 평가 요소들을 무시하고 사업시행자가 임의대로 자산평가 방법을 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상가합의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상가 조합원들에게 유리하게 종전 상가가액을 평가하는 것”으로서 “이는 공정한 자산평가 방법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산 평가방법에 대한 도시정비법의 관련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