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율 130% 등 담은 관리처분계획 변경 앞둬 눈길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공사비 급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등 각종 악재로 인해 “건설업계가 연말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이러한 악재들은 정비사업 현장들에게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서울 및 근교의 수도권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지방 정비사업 현장의 경우 미분양 적체, 입주율 부진 등으로 더욱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장도 있다.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가 그 대표주자다.

 

∥좌천범일구역은?

좌천범일구역은 과거 부산진 해안을 메워 만든 일명 ‘매축지(埋築地) 마을’이자,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군락지로, 55보급창과 철로로 막혀 도심 속의 섬처럼 일제강점기 지어진 목조건물들이 여전히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진시장과 자유도매시장, 조방 앞 상권 등이 발달했던 1970~80년대에는 경제의 발전과 함께 직주근접(職住近接) 주거지로 서민들이 몰려들기도 했지만, 조방 앞 상권이 몰락하자 노년층이 겨우 자기 몸 누울만한 공간에서 공동화장실을 쓰며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주거여건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0년 5월 8일 ‘건고 제243호’로 좌천·범일동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재개발에 대한 어떠한 기대감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을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좌천·범일동 일대는 사람들이 관광지처럼 방문해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 됐고,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열악해지는 주거환경에 큰 불편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 녹록치 않았던 정비사업

지난 2003년 좌천·범일동 일대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좌천범일구역 중 6·7·9·10지구가 각각 조합설립을 인가받으면서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

물론,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었다. 개발 방식을 두고 인허가권자인 구청이 정비계획을 입안할 것인지, 주민들이 제안하는 방식으로 할 것인지, 이미 개발이 진행된 1지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동시행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8지구를 제외한 2·3·4·5지구를 하나의 구역으로 통합해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2개의 구역으로 나눠 사업을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논의가 나왔던 탓이다.

결국 수많은 논의 끝에 각각 통합2지구와 통합3지구 등 2개의 구역으로 나눠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고, 기존의 6·7·9·10지구가 하나로 묶여 2008년 1월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으면서 마침내 지금의 좌천범일 통합3지구가 탄생했다.

그러나, 통합 정비사업의 첫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2007년부터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의 여파로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좌천범일 통합3지구가 또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그로부터 7년여 후인 지난 2015년에 이르러서다. 장맛비가 내릴 때마다 오래된 목조건물들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임시방편으로 접근금지를 조치하는 등 주거환경이 더욱 더 열악해 지자 2015년 초 당시 부산시장이던 서병수(현 국회의원) 시장이 직접 구역을 방문해 좌천범일 통합3지구의 추진을 위해 협조할 사항을 경청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실제로 당시부터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설계도서 작업이 시작됐고, 구청에서도 관내 가장 열악한 주거지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면서 사업 속도를 내게 됐다.

조합에서도 사업이 중단됐던 7년의 시간을 헛되이 보냈던 것은 아니다. 국민신문고에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했고, 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여러 규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좌천범일 통합3지구 사업 재개에 큰 주춧돌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와 관련해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송인종 조합장은 “특히, 사업 재개를 위해 풀어야할 마지막 숙제는 바로 구역 내 학교부지 문제였다. 우리 구역 학교부지는 교육청이 유상으로 매입해야 하는 부지였는데, 학생수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상업용지인 해당 부지에 미니학교 신설을 위해 교육청이 학교부지를 매입가능 한 지가 관건이었다”며 “이에 조합 집행부들은 수십차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드나들며 학교의 존치문제에 대해 다각도의 토론을 벌였고, 결국 교육부에서도 학생수와 투자의 적정성을 검토해 학교부지를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말한다.

이후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 조합측은 기존 성남초등학교의 1개동을 철거하고, 새롭게 신축해 제공해 달라는 교육청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후 설계도서를 확정, 2017년 모든 주민들이 숙원하던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듬해인 2018년 2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 받았다.

한편,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 조합원들 또한 사업추진에 대한 열망이 아주 높았다. 이는 좌천범일구역 통합3지구가 “열악한 주거여건 탓에 값싼 월세를 사는 세입자들과 현금청산자들의 이주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2018년 7월 이주를 시작한지 10개월여만에 이주와 철거를 완료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조합과 조합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하루 빨리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까?

이후 좌천범일 통합3지구는 2019년 5월에 시작된 일반분양 당시 분양개시 약 3주만에 전세대 분양 완판이라는 기염을 토했으며, 오피스텔 또한 약 3개월만에 분양을 완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좌천범일 통합3지구 정비사업은 또 한 번 시련을 겪게 된다. 인근 구역에서 지하에 오염토가 묻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착공하자마자 약 3개월간 조사와 정화작업으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고, 운송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약 2개월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를 가장 처음으로 체감한 현장으로서 당초보다 공사기간이 약 5개월이 증가될 수밖에 없었으며,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더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등으로 자재 수급문제와 단가 인상 등으로 공사기간은 늘 촉박했다.

이에 시공사측에서 조합에 불가항력에 따른 공사비 증가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여타 현장과 달리 좌천범일 통합3지구는 큰 분쟁없이 조합원 입주를 순조롭게 진행했다.

특히,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입주는 현재 약 98%의 입주율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입주가 한창이던 지난 7월에는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한 ‘제27회 살기좋은 아파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 관리처분 변경 총회 앞뒤 … 조합원 추가정산금 280억원 눈길

좌천범일 통합3지구 조합측은 위와 같은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분양 호조에 힘입어 지난 8월경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사업비 전액을 상환했으며, 시공사에 공사비도 대부분 지급한 상태다. 또한 사업의 성공적인 완료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준공을 위한 성남초 증축 등 정비기반시설공사 완료와 기부채납 ▲관리처분계획 변경 ▲이전고시와 등기절차 경료 ▲보류지와 일반분양상가의 매각 ▲학교부지 매각 ▲통합2지구가 제기한 학교부지 매각의 정산소송의 대응(1심 승소, 항소 예정) 등 몇 가지 중요한 업무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좌천범일 통합3지구 조합은 내달 관리처분계획 변경 및 위와 같은 남은 업무 수행과 관련한 임시총회를 진행할 계획인데, 조합측이 준비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에는 비례율 130%, 조합원 추가정산 금액 280억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눈길을 모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든 과정을 이겨내 온 성과가 마침내 사업 막바지에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송인종 조합장은 “우리 구역은 긴 시간동안 오로지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한가지 목표만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사업의 방향을 찾았고, 각계 각처에 도움을 구하러 발로 뛰어다닌 누군가, 그리고 조합원 전체의 열망에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며 “앞으로의 사업과정도 조합원들과 함께 힘 있게 마무리해 나아가겠다”고 말한다.

조합과 조합원들의 사업진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마침내 성공적인 사업 완료를 목전에 두게 된 좌천범일 통합3지구가 앞으로도 성공신화를 이어나갈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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