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달 전인 지난 3월30일 또 다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 이튿날부터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에는 정부 대책에 대해 “말도 안되는 대책”“재건축단지 주민들을 모두 죽이는 정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거나 하소연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며칠이 지나면서 당사자인 조합원들의 ‘분통’은 마치 그동안 정부가 발표했던 대책이 잠시만의 ‘약발’을 발효하는데 그쳤던 것처럼 수그러들었다. 차라리 전화를 해준 사람들은 감사했다.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었고, 그런 관심이 지금까지 바른 재건축문화 정착을 위해 활동하는데 힘이 되어 줬다.

재건련은 그 이전부터 개발이익환수 차원에서의 임대주택 도입, 소형평형 의무비율 강제,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등 일방적인 재건축규제를 막기 위해 정책당국에 계속적으로 건의를 하고, 수정과 철회를 요청했었다. 3·30대책이 발표되자 역시 이 ‘대책’이 ‘무책’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켜 더욱 집값을 상승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 입법저지투쟁을 시작했다.

전국의 조합대표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고 모여달라고 부탁을 하고, 투쟁을 하고자 조직을 만들고, 집회를 위해서 밤을 세워 준비를 했다. 그러나 처음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냥 그뿐이었다. 회의에는 항상 오는 사람만 보였고, 말로는 대통령에게도 쳐들어 갈 것 같았던 사람들은 정작 다같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다짐하는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4월19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3·30대책으로 인해 당장 피해를 보게 된 가구만도 수만, 수십만은 될 터인데, 당일 시위현장에 모인 인원은 1000명이 되지 않았다. 비바람이 불던 날씨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그동안 준비했던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다. 도대체 왜 이 고생을 하는지, 말만으로 참여하는 조합이, 조합원이 야속했다.

그러나 악천후 속에서도 재건련과 각 단위 조합을 믿고 모여준 700여명의 주민들을 생각하곤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이미 관리처분을 끝내 3·30대책으로 인해 피해를 볼 일이 없었음에도 기꺼이 동참해준 조합장님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비록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더라도 우리의 투쟁을 보고 있을 거라고, 그리하여 언젠가는 함께 어깨 걸고 정책의 부당함을 소리 높여 지적할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전국 재건축·재개발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살기 좋고 아름다운 주거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의 일원이라는 희망과 긍지를 잃지 않고 열심히, 또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모두 알아줄 것이라고…. 아니, 알아주지 않더라도, 비록 응답 없는 메아리를 기다리게 되더라도, 이 일은 내가,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최창석 / 재건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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