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주공7단지 조기태 조합장은 같은 고덕지구의 주공2단지 변우택 조합장과 함께 ‘행동하는 조합장’‘공부하는 조합장’으로 통한다. 임대주택 의무건립 반대투쟁 때나 이번의 초과이익환수법 제정 반대투쟁 때나 변함 없이 선봉에 섰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 ‘전문가적 소양’을 쌓기 위한 공부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주거환경교육원에서 개최하는 정비사업전문가과정을 듣고 있는 조 조합장은 업무상 한 두 번 빠질 만도 한데, 꼬박꼬박 출석해 수업에 열중이다.

조 조합장은 “재건축은 종합예술이자 종합건설”이라고 말한다. “일반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겸비한 CEO가 필요하듯, 재건축 조합장도 전문성을 길러야만 혹시라도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한 번 뿐인 재건축에서 단 하나의 작은 실수도 조합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그 스스로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한때 건설회사에서 직접 아파트 건설을 해봤던 전문가임에도 모르는 부분은 배워서라도 자칫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없애고자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한다.

“추진위나 조합은 연구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갖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해 알아야 한다. 투명성은 기본이며, 관리자로서 조합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혼자 하는 사업이 아닌 만큼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서 조합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하지만, 연이어 발표되는 재건축규제는 이런 노력을 단번에 물거품으로 만들곤 해 절로 분통이 터지게 한다. “지난 2000년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착수했으나 소형평형 의무비율, 용적률 규제, 임대주택 제공 등 해마다 나오는 여러 규제로 정비구역지정이나 안전진단 등 뭐하나 이루어진 것이 없다. 이 규제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부담금 상승으로 인해 사업 지속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는 조합들도 생기고 있다. 아닌 말로 정부가 나서서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

초과이익환수에 대해서도 “법이 시행된다면 소송이 봇물을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법 자체의 위헌성은 접어두더라도 한 단지 내에서도 층이나 향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기준을 잡아 환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

재건축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대에, 조기태 조합장은 정부정책의 부당함에 대한 분통을 잠시 억누르고, 그래도 그 어렵다는 재건축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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