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순 위원장은 이번 능곡1-4구역 재개발사업 추진을 맡게 되면서 복직 아닌 복직이 되어 버렸다. 그에게 추진위원장 취임을 복직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그의 전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건설사에서 주택사업을 담당했었기 때문. 결국 젊었을 때 청춘 바쳐 일했던 주택 분야로 다시 회귀한 셈이다. 역시 재건축과 재개발의 정확한 용어 구분을 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박 위원장이 회사에서 한창 일하던 때에는 회사 내에서도 부서 구분 및 업무 영역도 정확치 않았다. 따라서 주택과 관련해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서 그는 재건축·재개발 뿐만 아니라 택지개발사업까지 망라해 주택부문 주요 분야를 고루 거치게 됐다. 이와 관련해 그는 회사 내에서 최초의 주택 재개발사업을 자신이 주도했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회사 자체에서 처음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는데 현재 이대 정문 앞 근처였습니다. 지금도 그 근처를 지나노라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하죠.”
고생도 지나고 나면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것일까. 지금은 추억으로 회상하지만 당시에는 답답하고 힘든 점도 많았다며 옛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재개발사업은 ‘최초’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사업이었지만 ‘최초’라는 단어에는 갖가지 어려움도 숨어 있다는 걸 알려준 사업이었다.

그나마 관련 법령이 계속 개정되어 가는 현재 시점에서도 재개발사업이 어렵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지고 있는데 당시에는 얼마나 그 어려움이 컸을지 추측이 어렵지 않다. 예전의 재개발 사업 환경은 어떠했을까.

“최초로 시작하는 재개발이라 과정 과정마다 어려움도 참 많았었습니다. 재개발이란 이름만 있었을 뿐 자료도 없었고 참고서적도 없었습니다. 또한 재개발을 해 본 사람도 없어 누구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 볼 수 없는 상황이었죠. 관청 담당자들도 처음 하는 것이라 그들도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설명을 해 줘 가면서 사업을 추진했어야 했죠. 또한 비리 등 이권을 둘러싼 문제들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주택사업으로의 복직 과정에서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시공사 직원으로였다면 이제는 추진위원장 자격이 됐다.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의 대표로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재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도 하고 의견 대립을 중간에서 중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특히, 시공사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중립적 관계를 지속하며 사업 추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일을 보다 수월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시공사와의 관계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 해 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십 수년간 일해왔던 시공사의 조직논리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 시공사와의 협상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성공적인 재개발사업을 위해서 주민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예정 구역 내 일부 상가 주민들이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재개발사업은 그 영향은 곧바로 주민들에게 미치는 반면 재개발사업에 대한 지식은 주민들에게 많이 퍼져있지 못하다. 사업이 한창 진행될 무렵 그럴듯한 유언비어가 조합 안팎에 뿌려지며 추진위나 조합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평소 추진위나 조합이 주민들에게 홍보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하루에 10∼20여 명의 주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새 집에 들어갈 때 자신의 부담금 규모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닌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하며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렇듯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바로 알리는 것이 추진위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능곡 이외의 거주지를 가져 본 적이 없다는 박 위원장. 능곡 토박이가 살기 좋은 능곡 만들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