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금년 2월 14일 및 15일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 조합에 종전토지를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조합이 형식적으로 토지를 취득하는 것은 취득세부과대상이 아니라는 요지의 판결을 연이어서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일견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지만, 그간의 경과를 살펴보면 매우 획기적인 판결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판결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 단서규정에 대한 위법 내지 위헌여부에 대한 시비를 단칼에 잠재우고 시시비비를 명백하게 가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동안 하급심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었고, 여러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제소되어 있으나 각하사례만 몇 건 있었을 뿐 결정이 지연되고 있었던 재건축조합의 해묵은 과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 판결요지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 단서는 수탁자인 주택조합과 위탁자인 조합원 사이에 이루어지는 신탁재산에 관한 형식적인 소유권이전행위 등을 취득세부과대상으로 전환할 목적으로 신설된 것이 아니라 당시 신설된 제105조 제10항에 의하여 주택조합이 취득하는 조합주택용 부동산 중 조합원이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는 부동산의 경우 더 이상 제110조 제1호 단서의 규정에 의한 비과세대상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신설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제110조 제1호 단서의 신탁재산 취득은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모든 신탁재산의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105조 제10항에 의하여 조합원이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는 신탁재산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수탁자인 주택조합이 위탁자인 조합원 소유의 부동산을 조합주택용부동산으로 취득하면서 주택조합 명의로 신탁등기를 하는 경우 당해 조합원용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105조 제10항에 의하여 해당 조합원이 이를 취득한 것으로 의제되므로 취득세부과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조합원용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부분(일반분양용)은 제110조 제1호 본문에 의하여 취득세부과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돌이켜보건대 재건축조합이 신탁을 원인으로 취득한 토지 중 일반분양용에 대하여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은평구 소재 N조합이 기존 연립주택들을 헐고 신축한 아파트 122채 중 74채를 일반분양한데 대하여 관할 은평구청장이 N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신탁을 원인으로 토지를 취득 등기한 것 중 일반분양부분에 대하여 1997년도에 신설 개정된 구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 단서규정을 근거로 그간 비과세하여 왔던 관행을 깨고 취득세 부과를 감행했다.

이에 대하여 조합이 당연히 불복을 제기하였고 이의신청과 심사청구과정에서 각각 기각되는 과정을 거쳐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에 제기되었었는데, 이 사건을 접수한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관련 지방세법 해당조항의 단서규정이 ‘부동산개발업자가 재개발사업후 일반분양하는 경우나 조합이 일반분양하는 경우나 법적으로 차이가 없는데도 전자는 취득세를 비과세받고 후자만 취득세를 내도록 되어있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라는 요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던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헌제청의 결과는 자못 실망스러워 아직까지도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이 지연되어 왔고 그간 몇 번의 각하결정이 있었을 뿐이다.

위헌관련사건 중 이미 각하결정으로 종결된 사건의 경우, 그 각하결정의 이유를 보면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행정사건의 재판부가 실수로 위헌제청을 한 것처럼 보일 수가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즉, 처음에는 과세관청이 신탁을 원인으로 취득등기한데 대하여 취득세를 과세하였는데 재판 및 위헌사건의 진행과정에서 과세관청 스스로 위헌여부가 부담이 되자 말을 바꿔서 신탁등기에 대하여 과세한 것이 아니라 (조합이 사업준공에 따른 일반분양용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시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자) 대지권등기를 조합의 토지취득으로 보아 취득세를 과세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위헌제청사건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것으로 되어 버렸고 결국은 각하결정이 나게 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과세관청의 이러한 주장은 자충수가 되어 해당 행정소송사건에서는 대지권등기는 새로운 취득이 아니므로 취득세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피고 패소의 판결이 뒤를 잇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관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을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하급심 판결내용 요약

원고(조합)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가 그 지상에 집합건물이 완성되어 이 사건 토지가 구분소유자들의 전유부분 소유를 위한 대지권의 대상이 되었고 그 후 일반분양분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수분양자에게 이전등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신탁재산으로서 대지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던 원고가 그 자신으로부터 본질적으로 소유권과 다름없는 대지권을 승계취득한다거나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원시취득한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할 것인 바, 원고에게 대지권과 관련한 어떠한 취득세 과세원인 행위도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위 판결에 의하면 비록 조합이 승소하기는 하였으나 그 이유가 신탁을 원인으로 한 취득이 비과세대상이라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이미 신탁으로 취득한 토지를 대지권등기를 통해 다시 취득할 수 없는 것이어서 비과세대상이라는 것이므로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조합의 토지취득은 과세대상이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시 과세관청(이하 ‘피고’라 한다)에서는 대지권등기에 대하여 취득세를 과세한 것이라는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신탁을 원인으로 한 조합의 토지취득으로 취득세 과세원인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조합원용과 일반분양용 토지의 면적구분이 사업준공시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므로 준공일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과세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회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그 이후 각급 법원(1심과 2심을 말함)은 피고 주장의 내용에 따라서 ①대지권등기를 취득으로 보아 과세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 승소판결을 ②신탁등기에 대하여 과세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 승소판결을 각각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피고가 신탁등기를 취득원인으로 하여 준공일에 과세요건이 확정되었다고 하면서 다시 부과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승소의 실익이 없는 것인 바, 이로서 각 재건축조합에 비관적인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금번 대법원의 서울 구로구 소재 N조합(공교롭게도 2003년 최초의 위헌제청사건 관련조합과 영문이니셜이 같다)에 대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내림으로서 결국 납세의무자인 조합측이 역전승을 거두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서 이번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개정연혁과 개정취지 등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세법은 1949.12.22. 법률 제84호로 최초로 제정되었지만 현행 지방세법 제110조의 모태가 되는 법률은 1961.12.8. 종전의 지방세법을 폐지하고 법률 제827호로 새로 제정된 지방세법이라 하겠다. 동 지방세법 제110조의 내용은 현행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의 내용과 비교할 때 단서규정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보면 거의 50년 동안 신탁등기에 대한 취득세비과세의 규정이 조문의 순서나 제목조차 변경됨이 없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지방세법 제110조의 규정내용

지방세법 [1961.12.8.제정, 법률827호]
제110조 (형식적인 소유권의 취득 등에 대한 비과세)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것에 대하여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제1호, 제2호 및 제6호 생략)
3.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의 취득
4. 신탁의 종료 또는 해제로 인하여 수탁자로부터 신탁재산을 위탁자 또는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경우의 취득
5. 신탁의 수탁자 경질로 인한 신수탁자의 취득


그렇다면 이렇게 장기간 평온하게 유지되어 온 비과세상태를 깨드릴 뻔한 단서규정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변동과정은 어떠했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지방세법 제110조에 규정된 형식적인 소유권의 취득 등에 대한 비과세규정은 전술한 바와 같이 오랫동안 그 골격을 유지하면서 보완되어 오다가 1997.8.30. 단서규정이 신설되면서 약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건발생의 원인이 되었는데, 그 단서의 내용은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택조합과 조합원간의 신탁재산취득을 비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일견 주택조합의 조합원과 조합간의 신탁재산은 모두 취득세 비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는 1997년에 신설된 단서에 있어 주택조합 내지 정비사업조합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령이 주택건설촉진법에서 주택법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법명을 변경한 것 이외에는 전혀 1997년 개정시와 현재의 법률내용에 다름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내용에 따르면 단서조항에서 말하는 주택조합과 조합원간의 신탁재산은 조합원용재산(토지)에 국한되는 것이지 일반분양용토지까지 포함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좀 무리한 해석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①1997.8.30. 지방세법 개정의 취지와 ②1997.8.30. 동시에 개정.신설된 지방세법 제105조 제10항의 규정 및 ③신탁재산에 대한 비과세를 최초로 규정한 1961.12.8. 제정 지방세법 제110조 제3호 내지 5호의 규정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점과 ④이러한 상태를 깨뜨릴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금번 대법원 판결에서의 논리와 법해석이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는 결론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이 된다.

1997.8.30. 지방세법 개정의 취지는 정부가 밝힌 대로 ‘주택조합에 대한 취득세 과세에 있어 조합과 조합원에 대하여 이중과세가 되지 아니하도록 조합원에게만 과세하도록 한다’는데 법률개정의 목적이 있었던 것에 틀림이 없고, 그간 비과세되어오던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가 병행되는 신탁재산의 취득 중 유독 주택조합에 대하여 그 비과세를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던 만큼 금번 대법원의 판결은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 그동안 하급심에서 조합이 신탁을 원인으로 취득한 조합원의 종전토지에 대하여 조합원용은 비과세이고 일반분양용은 과세라고 판단하였거나 대지권등기는 비과세이나 신탁취득은 과세라는 다소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은 보다 깊이 있는 심리가 미흡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방세법 제105조는 취득세 납세의무자에 관한 규정으로 1997년에 신설된 제10항에서는 주택조합 또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용으로 취득하는 것은 이를 조합이 아닌 조합원이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신탁토지의 경우 결국 신탁전후 소유자간의 혼동으로 새로운 취득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되어 취득세비과세와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게 되었고 이로써 지방세법 제110조 제1호와 비과세규정이 중복 규정됨으로써 이를 조정하기 위하여 제110조 제1호 단서규정의 신설개정이 뒤따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입법론적으로는 단서의 내용을 ‘주택재건축조합과 조합원간의 신탁재산 중 조합원용 재산의 취득을 제외한다’로 규정하였더라면 최근 수년간의 혼란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기서 잠간 억울하게 취득세를 추징(대부분의 경우 자진납부의 형식을 취하였지만 실제로는 사업추진상의 애로와 추가적인 가산세부담의 우려에 기인한 타의에 의한 자납이었다)당한 각 재건축조합에서의 실무적인 구제방법을 언급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현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진행중에 있는 조합들은 그대로 절차를 진행하면 확실한 승소가 기대되며 그밖에 행정쟁송을 전혀 제기하지 아니하였던 조합과 행정쟁송을 제기하였으나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중간단계에서 어떠한 사정으로 진행을 포기한 조합들은 행정처분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고려해 볼만하다. 이 경우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신고일 또는 고지서 수령일로부터 5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매우 중요한 판례이며 그 동안 과세관청의 요구에 의하여 또는 가산세부담 등을 우려하여 할 수없이 일반분양분토지에 대한 취득세를 자진납부하거나 고지에 의하여 징수당한 조합들은 끝까지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구제절차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세금부담 이외에도 수많은 규제조치로 인하여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 조합들이 열악한 환경에 위축되지 말고 소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여 나아갈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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