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거환경연합에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및 시·도 조례 개정안 설명 및 의견수렴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리를 기다려온 듯 행사장인 강의실은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가득 메워졌습니다. 그동안 듣고 싶은 얘기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계속되는 규제 속에 정비사업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고 많은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정권교체를 통해 사업 활성화를 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아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권교체와 함께 불어닥친 건 정비사업 활성화가 아닌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유가였습니다. 서민의 먹거리와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안으로 정비사업은 순위 밖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총선때까지만 해도 여러 후보들이 앞다퉈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훈풍이 부는가 싶더니 부동산가격만 들쑤셔놓고 이제와서는 일언반구조차도 없습니다. “집값안정세가 지속되고 부동산 과열양상의 우려가 없을 때까지 추가 뉴타운지정은 없을 것”이라는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혹자는 “서울시에서 지구지정을 늦추다보니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는 모두 4차 뉴타운 후보지라는 것을 내세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없애 빨리 지구지정을 해버리는 것이 부동산 가격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더욱 불안하다는 것을 이미 지난 정부에서 배우지 않았습니까.

어쨌거나 아직도 정비사업의 숨통이 트일 날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렇다보니 법개정 의견수렴 행사에 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겠죠.

이날 개진된 의견 중 상당수는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요건을 강화한 개정안을 철회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재건축 하나만 보면서 희망을 갖고 지내왔는데 그 꿈을 무참히 짓밟는 처사라는 주장입니다.

임대주택 얘기도 나오더군요. 전라도 광주에서부터 올라온 조합장들은 임대주택을 지으라 강제해놓고 국토부나 주공에서는 매입의사가 없고 시에서도 예산부족으로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에 그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비사업관련 문제점은 정부가 직접 정비사업 종사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논쟁도 펼치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정권도 바뀌고 2008년도도 벌써 절반이 지난 지금 정비사업 정보에 굶주려 있는 관계자들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가뭄에 단비를 만난 양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부에서 형식적 의견수렴이 아닌 진정으로 현장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줄 때까지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어째서 개선해야 하는지 객관적 근거를 들어 의견 개진을 해야합니다.

촛불시위만큼 전국민에게 파급력을 갖지는 못해도 치솟는 유가만큼 폭발력을 발휘하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인 토론과 의견개진을 통해 보다 많은 악법과 규제를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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