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폐품을 수집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 오씨 할머니는 손녀와 함께 재개발이 예정된 달동네에 위치한 박씨 소유의 30년 된 무허가 건물의 작은 방 한 칸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어느 비 오는 날밤 부엌과 창고홀로 통하는 방문이 상단부의 문틈과 벽 사이에 약 1.2㎝ 내지 2㎝ 벌어져 있고 그 문틈과 문자체 사이에도 두 군데 0.5㎝의 틈이 있었는데, 이곳으로 방문과 80㎝ 떨어진 연탄아궁이에서 나온 연탄가스가 스며들어 오씨 할머니와 손녀가 연탄가스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이 경우 임차인인 오씨 할머니와 손녀의 사망에 대해 임대인 박씨는 어떤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지 검토해 보자. 위 사안과 같이 임차인이나 제3자가 임차한 방에서 연탄가스중독으로 상해를 입었거나 사망한 경우,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과방지의 주의의무, 즉 방의 하자에 대한 보수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민법상 임대인에게는 임차인이 임대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시킬 의무가 있으나, 임대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겼다고 무조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파손정도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파손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의 하자가 발생하였더라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통고하거나 임대인이 스스로 그 하자를 인식한 이후에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발생한다.

위 사안에서 오씨 할머니가 임차한 집에 문틈과 벽 사이에 약 1.2㎝ 내지 2㎝ 벌어진 것과 그 문틈과 문자체 사이도 두 군데 0.5㎝의 틈이 있었는 바, 이 정도의 틈은 문을 새로 제작하여 교체할 필요까지는 없고, 테이프나 목재 등으로 메꾸어 넣을 수 있는 정도의 소규모의 파손이므로 임대인인 박씨에게 수선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오씨 할머니와 손녀의 사망에 대해 임대인 박씨에게 과실치사죄의 형사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도 “부엌과 창고홀로 통하는 방문이 상단부의 문틈과 벽 사이에 약 1.2센티미터 내지 2센티미터나 벌어져 있고 그 문틈과 문자체 사이도 두 군데나 0.5센티미터의 틈이 있는 정도의 하자는 임차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거나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있는 대규모의 것이 아니고 임차인의 통상의 수선 및 관리의무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어서 비록 임차인이 위 문틈으로 새어든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위 사안과 달리 임차인이 지은 지 30년이 지난 낡은 한옥으로서 연탄가스가 들어올 수 있는 균열이 여러 군데가 있었고, 임차인이 두 차례나 연탄가스를 마셔 임대인에게 여러 차례 방을 고쳐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결국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작은방의 마루쪽 출입문 앞 방바닥에는 폭 약 3㎜, 길이 약 30㎝의 여러 갈래의 틈이, 아랫목을 기준으로 왼쪽 방바닥에 폭 약 2㎜, 길이 약 20㎝의 틈이, 오른쪽 방바닥에 폭 약 1㎜, 길이 약 20㎝의 틈이 나 있어 아궁이에서 올라온 연탄가스가 위 방바닥의 틈으로 스며 올라 올 염려가 있는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전 임차인으로부터 위 작은방에서 연탄가스 냄새가 많이 나고 사람들이 두 차례나 연탄가스를 마셔 죽을 뻔하기까지 했으니 방을 고쳐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앞서의 하자 상태가 이 사건 가옥의 전반적인 노후화 정도에 비추어 과연 대수선을 요하는 정도인지가 불분명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임차인으로부터 이러한 요구를 받고도 연탄가스 냄새가 나는 원인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임대인인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임대인을 과실치사죄로 처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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