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계자들에게 딱 들어맞는 속담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아직도 규제할 것이 남아있나?’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로, 이미 재건축과 재개발 부문의 규제는 ‘포화’ 상태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전히 규제할 부분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지난 6월13일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별표1에 따르면,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수의 3분의 2이상인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다. 현재의 ‘노후·불량건축물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수의 3분의 2이상이거나, 노후·불량건축물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의 2분의 1이상으로서 준공후 15년 이상이 경과한 다세대 주택 및 다가구 주택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수의 10분의 3이상일 것’이라는 규정에서 ‘노후·불량건축물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의 2분의 1이상으로서 준공후 15년 이상이 경과한 다세대 주택 및 다가구 주택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수의 10분의 3이상일 것’이라는 부분이 삭제된 것이다.

문제는 이 삭제된 조항으로 인해 사실상 대부분의 단독주택지역들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서울시의 ‘뉴타운 추가지정 없다’ 방침으로 위축되어 있는 단독주택지역에 있어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사실상 ‘재건축 사망선고’에 다름 아니다.

지난 27일 주거환경연합이 개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시·도 조례 개정안 설명 및 의견수렴’ 행사에는 단독주택재건축 추진지역 주민들이 단독주택 노후도 요건 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대거 개진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 문정동 지역 주민들은 다른 재건축·재개발지역 관계자들에게 “주민들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절차를 완화하는 것처럼 홍보하고는 은근슬쩍 단독주택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켰다”며 국토부에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현재 단독주택 재건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노후도이다. “현재의 요건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단독주택재건축지역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노원구의 한 추진위원장은 “몇 년을 기다린 끝에 이제 간신히 노후도 요건 구비를 목전에 두게 됐는데, 만약 법이 개정된다면 몇 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국토부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경과규정을 둘 것으로 보여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단독주택 지역 추진위원장은 “노후도를 맞추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집을 새로 짓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라며 “더구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목적으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후도가 충족되더라도 공급되는 주택보다 조합원이 더 많은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분야에 종사한 지도 10년이 넘어서고 있는데, 법이나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지난 참여정부 시대에 쏟아졌던 각종 부동산 대책 가운데 성공한 것이 하나도 없던 것이 무엇 때문인지 잊어서는 안된다.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 주민들을 객체로 만드는 대책은 또 다른 문제만 발생시킬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한계를 갖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단독주택지역들이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단독주택이고, 또 개인적으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주거지로 선호한다. 하지만, 간혹, 집사람의 성화가 아니더라도, 아파트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철마다 수리해야 할 곳이 발생할 때, 주차할 곳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거나 혹은 간신히 주차해놓았더니 누군가 차에 고의적으로 흠집을 내었을 때, 통학로 조차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아 아이들이 등하교 때마다 차량 사이로 곡예하듯 다닐 때, 골목이라는 이유만으로 쓰레기를 제때 치워가지 않아 불편을 느낄 때가 그렇다.

대부분의 단독주택지역은 주택의 배치구조상 집을 새로 지으려고 해도 짓기 힘든 상황이다. 즉, 인접한 다른 주택들이 함께 공사를 하지 않으면 자기 집조차 새로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골목으로 연결된 경우 새로 짓더라도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 이러니 살고 있는 지역이 재개발이나 재건축 가능지역으로 분류되면 너나 없이 개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될 수 없는 형편의 단독주택지역들의 유일한 희망은 ‘재건축’이었다. 재건축 자체가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가, 설령 단독주택지역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100%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들 지역의 개발 희망은 도시정비법이 제정되면서이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희망을 갖고 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제 막 희망의 문고리를 제치려는 순간, 노후도 요건 강화라는 철퇴가 내려졌다. 단독주택 재건축을 추진하던 지역 주민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법이나 제도가 ‘개선’될 때마다, 그 개선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 가는 것이 재건축·재개발이 처한 현실이다. 법·제도대로 따르는 사람이, 국가정책에 충실했던 사람이 더 불이익을 받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시청 앞에 또 다른 ‘촛불’이 켜질 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