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선거의 키워드는 ‘경제’였다.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지친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망친 국가를 ‘경제인’ 이명박이 되살릴 것이라 믿었기에 기꺼이 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도시재정비 사업지역 주민들 역시 새정부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선거에 앞서 전국의 많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단지 추진위원회·조합 대표자들과 주민들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 하기도 했었다. 국민들이 경제회생의 적임자로 성공신화의 주인공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듯, 정비사업지역 주민들 역시 정권이 바뀌면 노무현 정부 내내 철저하게 옥죄었던 규제가 풀려 재건축·재개발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이러한 기대에 대한 응답은 전혀 없다. 세계적인 유가상승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경제는 회생기미는커녕 더욱 나빠지고 있고,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보인 미숙함으로 ‘광우병 파동’으로, 최근에는 대북문제와 대일문제로 전국이 시끄러워졌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기대했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실망 역시 계속되고 있다. 10월 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비사업지역 주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개선’이 이루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아니, 오히려 ‘개선’되는 내용보다는 ‘개악’되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의 근간에는 그동안의 법 개정 과정에서 해당지역 주민 및 정비사업관련 종사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전과’가 있는 데다가,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안)에서도 볼 수 있듯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해 도입했던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순차적으로 풀릴 전망”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과도하게 설정되었거나 중첩적인 규제는 합리화하되, 규제 특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단계적, 점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일단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와 조합원 자격 이전 등의 규제는 우선적으로 완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인가의 경미한 변경시 절차반복을 생략하고 중복 건축심의도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식 간소화, 재건축 시공자 선정시기를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정도의 완화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임대주택 의무건설과 소형주택 의무건립 등은 주택가격 안정기조 정착 및 개발이익 환수장치 보완 이후에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미분양 적체 등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요구가 높아진 것은 인정하지만, 지난해 9월 제도 도입 이후 상한제 적용 주택분양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주택공급에 위축이 없도록 상한제 하에서 택지비 및 건축비의 적정성을 검토하여 합리적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인데, 도심 주상복합의 경우 입지 및 건축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산비 추가인정 등의 개선방안은 검토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의 개선방향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현실 그 자체에 대한 반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독주택 재건축 노후도 강화이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재개발 대상이 되지 못하는 노후·불량한 단독주택 밀집지역이나 단독주택,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혼재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상당수의 단독주택지역들이 기본계획에 반영되면서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희망을 찾은 바 있고, 또 추가반영을 위해 3백여 지역이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처럼 노후도 요건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수의 3분의 2이상’으로 한정될 경우 거의 대부분의 단독주택지역들은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해진다. 기존에 기본계획에 반영된 곳들 역시 이 ‘3분의 2이상’보다는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의 2분의 1이상으로서 준공 후 15년 이상이 경과한 다세대 주택 및 다가구 주택이 당해 지역 안에 있는 건축물 수의 10분의 3이상일 것’이라는 규정 덕분에 재건축이 가능했었다.

단독주택 재건축 예상지역은 이른바 ‘지분 쪼개기’와 신축 등으로 노후도 여건이 맞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후도 요건 강화보다는 기존 시행령 조항의 존치 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위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만약 단독주택 재건축 규제 움직임이 국토해양부나 서울특별시의 주장처럼 단독주택지의 고갈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단독주택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 내지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들 지역의 주택들은 건축기술이 일천한 주택업자들이 사업성을 위해 저급한 건축자재로 건축한 건축물이 대부분이어서 건축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특히 주차공간이 없어 화재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장마철에 수해를 입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지역에는 현재까지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 주민들의 보건위생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슬럼화를 방치하면서 “서민주택의 고갈을 방지하는 차원”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설마 서민주택지는 의당 슬럼가가 되어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또, 현행법상으로는 재건축조합원은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로 한정되어 있어 협동주택 소유자를 비롯하여 구역내에 토지 또는 건축물만 소유한 사람의 경우는 분양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건축물 및 부속토지 소유자’를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로 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이 외에도 기본계획 및 정비계획수립 공공의무화, 재건축 안전진단 정비계획 통합, 재건축·재개발 임대주택 제도개선, 지분쪼개기 방지, 재개발구역 및 촉진지구내 세입자 보상기준 개선, 정비사업 초기자금 지원책, 매도청구제도 개선 등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법·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루어 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인 주거환경연합에서도 지난 7월초 이미 국토해양부와 서울특별시에 공식적으로 개정 요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는 지역주민들과 정비사업부문 종사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꼼꼼히, 폭넓게 수렴하여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성공하여 국민성공시대를 만들어 가는데 국토해양부가 제 몫을 다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발행인 김진수
박사/ 건국대학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책임교수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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