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2008구합12917

1.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번지 일대 ㎡를 정비구역으로 하는 면목 구역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자인 법인이며, 원고 김 외 9인은 위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들이다.

원고들이 소유하고 있는 각 주택은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신축되어 등기부상 1개의 건물에 대하여 수인이 지분을 가지고 공유하는 것으로 등재된 후 각각의 지분이 이전되는 과정을 거쳐왔으나, 구조상 각 공유자의 가구별로 별도의 출입문을 갖추고 화장실, 부엌, 보일러, 수도가 설치되어 독자적인 생활이 가능한 독립된 주거공간으로 구성되어 왔으며, 이 사건 각 주택에 대한 재산세, 도시계획세, 지방교육세 등은 모두 각 가구별로 따로 부과되었다.

또한 이 사건 각 주택의 공유자들은 1개의 주택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된 특정한 주거공간을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로 인식하여 왔고, 다른 공유자와 상관없이 자신의 공유지분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특정 주거공간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하여 현재의 소유관계에 이르게 되었다.


나.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요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이하‘정비조례’) 부칙 제7조는 재개발사업에 적용되는 규정이고, 재건축 사업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건축사업에도 유추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종래 재개발사업은 도시재개발법(2003. 7. 1. 폐지), 재건축사업은 주택건설촉진법이라는 별개의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되어 오다가 새로 제정된 도정법의 시행으로 2003. 7. 1.부터 양자가 단일 법률에 통합되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익성이 약하다고 인식되었던 재건축사업도 공공개발사업으로서 성격이 강화되어 재개발사업과 비슷한 수준의 공법적 규율을 받게 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양 사업의 내용을 비교하여 보아도 정비기반시설의 우열을 제외하고는 노후 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도시재개발법에서 위임한 사항 및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었던 서울특별시도시재개발사업조례(2003. 12. 30. 폐지) 제27조 제2항 나목, 부칙 제6조에 이미 정비조례 제24조 제2항 제3호, 부칙 제7조와 같은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고 있다가 도정법 시행과 함께 정비조례가 제정되면서 그대로 옮겨오게 되었으나, 주택건설촉진법상 재건축사업은 재건축의 대상인 노후 불량주택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공동주택인 아파트와 연립주택에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재건축사업이 이루어질 여지가 거의 없어 재건축에 관하여는 정비조례 부칙 제7조와 같은 규정이 없는 상태로 시행되어 오다가 결국 정비조례를 제정할 때도 재건축사업에 관해서는 위와 같은 경과조치를 두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도정법은 정비구역의 지정에 관한 도정법 시행령 제10조 제1항 관련[별표1] 제3항 나목에서 기존의 단독주택을 재건축하고자 하는 경우 단독주택 200호 이상 또는 그 부지면적이 1만㎡ 이상으로 법정의 요건을 갖추면 정비구역으로 지정 받아 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단독주택지 재건축을 폭넓게 도입한 결과 공동주택 재건축과 달리 단독주택지 재건축사업에 있어서는 재개발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다가구주택을 실제로는 수인이 독립한 주거공간으로 구분하여 소유하면서 등기부상으로는 지분에 의하여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다분함에도 정비조례 제정시 이를 간과하고 재건축사업에 관하여는 위와 같은 경과조치를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법령 제 개정의 경위,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의 목적과 성질의 유사성, 다가구주택 소유자간의 형평성 등에 비추어 보면 정비구역 내에 사실상의 다가구주택을 구분소유하고 있는 공유자의 취급에 있어서는 재건축사업과 재개발사업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2. 평석

가. 사건의 쟁점

도정법 제19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48조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지상권이 수인의 공유에 속하는 때에는 그 수인을 대표하는 1인 조합원으로 하여 1주택만 공급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사업의 분양대상에 대한 서울시의 정비조례 부칙 제7조(서울특별시조례 제4330호)는 1997년 1월 15일 이전에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필한 다가구 주택(1990년 4월 21일 다가구주택제도 도입 이전에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지분 또는 구분등기를 필한 사실상의 다가구주택을 포함한다)에 대해서 다가구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가구수에 한하여 가구별로 각각 1인을 분양대상자로 한다고 규정하여 정비조례로서 사실상 도정법 제19조 제1항의 조합원 자격 범위를 확대하였으나 한편, 이 사건의 경우처럼 재건축, 특히 단독주택재건축의 경우에는 위 서울시 정비조례 부칙 제7조에 다가구주택의 분양기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바, 위 서울시 정비조례의 규정을 정관에 둘 경우 이른바 협동주택의 소유자별로 조합원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계속해서 문제되었습니다.


나. 중랑구청(소송피고지인) 및 서울시의 입장

소송피고지인 중랑구청은 이 사건 원고들이 재건축구역내 건축물(협동주택)의 소유자이면서 재건축사업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해당 건축물을 공유하고 있고, 도정법 제19조 제1항, 동법 제20조, 동법 시행령 제26조, 동 시행규칙 제7조 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규정해 놓은 관련법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정해야 하는 것이지 법에서 정한 조합원의 자격범위를 벗어나게 정관에서 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조합원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 쟁점 해설

(1) 다가구 주택의 연혁

산업화 과정에서의 도시 인구집중은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사태를 가져왔고 이를 아파트 건설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되자, 정부는 1985년 건축법 개정을 통해 단독주택용 택지에 공동주택을 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다세대주택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다세대주택은 건축법상의 일조규정(대지경계선이나 도로경계선으로부터 2∼3미터를 띄워야 함), 주차장설치 기준, 세대별 전용 상하수도의 설비 설치 등의 규제를 받았습니다.

이에 일부 주택건설업자들은 1980년 중반부터 건축법이 적용되지 않는 단독주택형태의 다가구주택을 서민층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며, 정부는 1990. 4. 21. 전·월세보급으로 서민의 주거안정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가구주택의 건축기준’을 지침으로 운영하였습니다. 당시 다가구주택은 원칙적으로 분양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다만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변경한 경우에만 분양이 허용되었습니다. 건축법상으로 다가구주택은 1999. 4. 30. 건축법 시행령(대통령령 제16248호)에 도입되었습니다. 당시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세대주택 및 다가구주택의 건축기준(대지안의 공지와 채광방향의 일조기준)을 통일시키고, 5년 이상 경과된 다가구주택은 다세대주택으로 전환이 가능토록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이른바 협동주택은 1990. 4. 21. ‘다가구주택의 건축기준’ 및 1999. 4. 30. 건축법 시행령이 나오기 전의 주택형태로서 등기부 등 공부상의 권리관계는 수인이 구분소유가 아닌 공유로 소유하고 있음에도, 건물 내부는 구조상 구분되고, 독립된 건물로서 사용되면서(구조상 이용상의 독립성), 거래 및 과세에 있어서 독립된 소유권의 객체로서 이용되어온 주택으로 사실상 다가구주택의 실질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건축법령의 미비로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각 공유자들의 지분등기가 경료되었습니다.


(2) 서울시 정비조례 부칙 제7조의 연혁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필하지 못한 다가구 주택은 하나의 토지 및 건물을 공유한 것으로써, 원칙적으로 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에 의거 수인을 대표하는 1인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고, 1개의 아파트의 분양권만 인정되며, 나머지 가구에 대해서는 현금청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수인이 다가구 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다세대주택의 규제사항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뿐 재개발아파트의 분양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며, 건축허가를 받은 가구수 만큼 위 다가구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면 위 다구가주택은 건축물관리대장상 다세대주택과 구분될 뿐 실질적인 용도는 다세대와 동일하며, 건축허가 당시부터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마친 가구의 권리는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며, 다세대로 구분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다세대와 흡사한 다가구주택에 대해 1개의 아파트 분양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가구에 대해 현금청산 한다는 것은 법감정에 맞지 않으며, 재개발사업이 사업구역내 토지등소유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므로, 해당 구역내 주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서울특별시는 구 도시재개발사업조례를 개정함에 있어 1997. 1. 15. 조례 제3372호로 최초로 다가구주택에 관한 특례를 도입하였습니다.

한편, 서울시는 도정법이 시행된 이후 2005. 11. 10. 서울특별시 정비조례 제4330호로 사실상의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에게도 조례의 형평성과 행정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지속적인 민원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재개발사업지의 이른바 협동주택소유자들에게도 분양권을 인정해 주도록 조례를 개정하였습니다.


(3) 주택재건축사업에 있어 협동주택 소유자의 단독조합원 지위 인정 필요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주택재개발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되는 사업인데 비해, 주택재건축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이 양호하나 노후 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되는 사업으로 양자간의 차이는 정비기반시설이 우열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주택재건축에 비해 공공성이 강한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에도 서울시 정비조례 부칙 제7조에 의해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 이상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만 특별히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유라는 이유만으로 1개의 분양권을 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 받으라고 하면, 재건축사업에 의해 분양권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할 수 없어, 해당 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도정법의 입법취지에도 크게 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처럼 협동주택이 문제된 가구가 10가구에 불과하므로, 결국 5가구는 현금청산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10가구의 대부분은 이 사건 정비구역에서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었음에도 협동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 지역의 투자자 또는 투기꾼들에게 주택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다른 다가구주택 소유자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 정비사업조례 부칙 제7조의 다가구주택의 분양기준에 관한 경과조치를 단독주택재건축의 정관에 둘 경우 건축허가를 받은 가구수 만큼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3. 결론

이 판결은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에도 협동주택 소유자에게 서울시 정비조례 부칙 제7조를 유추 적용하여 조합원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번째 입장표명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특히, 건축법이 정비되기 이전인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서울시 은평구, 서대문구, 중랑구 등 일부 구에 집중적으로 건축된 협동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사업추진이 중단되었거나 지지부진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지에 있어서는 협동주택 문제를 해결하는데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판례를 계기로 해서 입법론적으로 서울시 정비조례 부칙 제7조의 적용범위를 주택재건축사업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 학계, 실무계 및 행정청의 폭넓은 논의를 기대해 봅니다.


서순성 변호사 / 법무법인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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