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8월21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 임태희 정책위의장,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김기현 제4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고 「주택공급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른바 ‘8.21부동산대책’이다.

8.21대책은 참여정부에서부터 줄곧 규제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유지되어오면서 지방의 주택 미분양이 심화되고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건설사들의 잇단 부도, 이로 인한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는 수도권은 주택 거래 활성화와 공급기반을 강화하고, 지방은 미분양 해소 및 위축된 수요 일부를 보완하는 등 주택수급 상황 등 시장여건이 상이한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적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한편으로 중소건설업계의 경영악화 완화 등을 통해 위축된 건설경기를 보완함으로써 서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재건축 규제완화와 수도권 신도시 추가지정 등의 주택공급정책이 이번 대책의 골자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예전부터 ‘예고’되어 있던 내용들이 ‘대책’이라는 탈을 쓰고 발표되었을 뿐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본지(제218호-2008.7.15.자)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이렇다할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조합원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던 후분양제나, 사유재산권의 심각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어 있는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재개발과의 형평성 논란에 휘말린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시기, 도시계획전문가들까지 도시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완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층수규제가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물론 중첩규제가 일부 해소되고,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반가운’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대책’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이 대책의 대부분은 일주일 뒤에 발표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에 따라 8.21대책은, 대책이 수립된 후 이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이 개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 개정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되는 내용을 차용해 대책으로 포장해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8.21대책은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수도권 공공택지 신규분양 물량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방의 미분양이 13만여 가구에 이르는 가운데 또다시 입지여건이 서울과 다소 거리가 먼 신도시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서울 강남지역의 인구 분산효과에도 미흡할 뿐만 아니라 적체된 지방 미분양 해소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사업 역시 이번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개발이익환수제, 소형주택 의무비율, 임대주택의무건설, 용적률 및 층수완화 등 보다 근본적인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혜택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낙후된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재건축사업의 경우 노후도 요건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규제가 더 강해진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대책 발표 직후부터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21대책에 대해 응당 수혜를 받는 재건축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덤덤한 것에 비해 일반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비난을 퍼붓고 있어 정책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폐지를 ‘투기재연’으로 몰아붙이고 있고, 8.21대책 자체에 대해 거래활성화 및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이른바 ‘건설업계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을 찍어준 지지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폄하하거나, 이번 대책에 이렇다할 알맹이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추후 추가완화를 위한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서민복지를 강조하며 좌편향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엔 서민들을 더 못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기능만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한쪽으로 편향된 정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대척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적 기반이나 사회를 보는 시각에 있어 노무현 정부의 책임자들과 이명박 정부의 책임자들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역시 노무현 정부가 범한 잘못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소리, 다양한 각계 각층의 소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소리만 들으며 정책을 편다면, 전임자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뿐이다.

아니면,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이번 대책처럼, 뚜렷한 신념 없이(오만한 신념이라는 비아냥을 사기는 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나마 신념이라는 게 있었다) 세간의 평에 휘말릴 경우 죽도 밥도 아닌 결과만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주택정책은 교육정책과 함께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정책이다. 당연히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찬반논쟁도 뜨겁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를 위한 정책,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할 뿐이다. 모쪼록 이명박 정부가 귀를 열어놓되, 귀가 얇지는 않기를 바라며, 보다 전향적이고 안정적인 대책,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발행인 김진수 박사 / 건국대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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