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어느 해보다도 짧은 추석 연휴에 어떤 이들은 귀성길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귀성길이 덜 막힐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도 나오는군요. 내심 자식들이 고향에 찾아와주기를 바라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우리의 어머님의 마음만 불편할 것 같네요.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짧은 만큼 빨리 찾아와 과일이며 곡식 등 상차림 비용도 적잖게 들어갈 것 같습니다.

상차림 비용도 비용이지만 여기 저기 지인들에게 인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죠. 며칠 전 신랑과 함께 지인들의 선물을 장만하러 대형 할인점에 갔었습니다. 할인쿠폰과 할인카드를 챙겨들고 ‘무엇을 사야 할까’할인점으로 가는 내내 고민을 하며 찾아갔고, 저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한가위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선물세트를 고르느라 바쁘더군요. 저도 그 대열에 끼어서 이것저것 비교하고 이것 들었다 저것 들었다 고민 아닌 고민을 했었습니다.

대형할인점에서는 두 개 사면 하나를 더 준다거나 다섯 개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등 될 수 있는 한 많이 사도록 유도하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덤을 너무도 좋아하는 저를 유혹하기에는 아주 확실한 문구들이었지요. 마음 같아서는 아는 사람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다 챙길 수가 없겠더군요. 선물을 고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경기가 안 좋긴 안 좋은 것 같네, 할인점이 붐빌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추석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할인점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가의 선물세트보다는 2만원 안팎의 선물세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또한 많이 팔리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살아가는 모양새가 알게 모르게 비슷한 것 같아 내심 고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2∼3만원하는 선물세트 예닐곱 개를 고르니 금세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더군요. 더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를 자제하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꼼꼼히 챙겨간 할인쿠폰과 할인카드 덕에 당초 예상한 금액보다는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선물세트를 구입할 수 있어 기분이 정말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나름 쇼핑의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예전 추석에는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서로 빚은 송편 또는 음식은 나누며 함께 정을 나누었지요. 20∼30년전 만해도 지금보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한가위를 아주 넉넉한 마음으로 주고 받았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했습니다.

각박한 세상 탓을 하면서 마음의 넉넉함을 나누지 못하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 세상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 추석에는 정말 넉넉한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을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래보았습니다. 저의 바람처럼 세상이 좀더 여유 있고 넉넉해지고 또 우리 경기도 좀 활성화되기를 바라봅니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올해는 참 무색하고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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