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의 대의원 강씨 등은 대의원회의를 개최하여 위 조합의 재건축사업 추진을 사사건건 방해하여 온 양씨로 인하여 해당 아파트 지역이 소란스럽게 되고, 관할구청에 대하여서도 조합설립인가와 관련하여 조합원간에 마치 내분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여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주민들에게 사실대로 홍보하여 재건축사업에 적극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결의를 한 후 양씨의 방해행위로 인한 조합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하여 양씨의 방해행위를 기록한 유인물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배포하였다. 그런데 이 유인물에서 강씨 등은 양씨에 대하여 ‘강탈·도용’, ‘악의에 찬’, ‘행패’, ‘협박과 공포조성에 혈안이다’ 등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표현방법들을 기술하였다.

이 경우 대의원 강씨를 양씨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을 지 검토해 보자. 형법상 명예훼손죄란 공연히 진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사람이 가지는 인격의 내부적 가치 그 자체나 자기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자기 자신의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의 도덕적 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가리키는 외적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판례 및 학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명예훼손죄는 첫째 “공연성”을 가져야 하는 바, 이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불특정이면 다수인이든 소수인이든 묻지 아니하고, 다수인이면 특정이 되어 있더라도 공연성을 인정하게 된다.

판례는 공연성을 ①피해자와 발언을 들은 사람들과의 관계, ②발언장소·발언시각, ③발언동기 등 행위당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고소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발언을 유도하여 비밀녹음을 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발언은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서 공연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둘째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 바, 여기서 사실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의미하며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이면 그 내용은 불문한다. 또한 적시는 사람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데 충분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판례는 ‘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 같은 놈’이라는 구절은 모욕적인 언사일 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는 할 수 없고 ‘잘 운영되어 가는 어촌계를 파괴하려 한다’는 구절 또한 어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는 할 수가 없어서 결국 이는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형법은 명예를 훼손하였더라도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였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위 사안에서 A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의 대의원 강씨 등은 양씨의 방해행위를 기록한 유인물을 작성하였으므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며, 이러한 유인물을 여러 조합원들에게 배포하였으므로 공연하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대의원 강씨 등이 양씨의 방해행위를 기록한 내용은 사실을 기초로 하여 작성된 것이고, 아파트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다는 공익적 목적에서 행해진 행위로 보여지므로 처벌되지 아니할 것이다.

대법원 또한 이와 같은 사안에서 “형법 제310조에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하여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

김재철 변호사 / 중원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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