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주민, 즉 조합원 동의로 시작해 동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들은 추진위로부터 조합설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 정비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정비사업을 왜 하는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 등등은 주민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사항들이다. 이 같은 핵심 사항들을 알리고 설명하는 일에 특화된 이들을 가리켜 보통 홍보요원 또는 OS(Out-Sourcing)요원이라고 칭한다.

홍보요원은 또 달리 표현하자면 가히 정비사업의 첨병이라 칭한다. 조합원과 직접 대면해 조합의 사업 진행 추이를 알리는 한편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의견이 어떤지, 또는 조합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등을 수렴하는, 이른바 조합과 조합원간 연결창구 역할도 맡는다. 더러 극성스런 조합원을 상대하며 고충을 겪기도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그 어느 직종보다도 높다.

(주)엔엠엑스이엔씨 정혜진 대리는 홍보요원으로 필요한 자질로서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동적인 삶을 거부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지향하는 그녀에게 현재의 업무에 대해 단순히 보람 있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OS라고 불려지는 것에 약간의 불만이 있다. ‘전문홍보요원’이라는 말로 불러달라는 그녀의 당찬 모습에서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 같은 자부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에 대한 강한 의욕과 열정,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이 뒷받침돼 이뤄낸 결과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주민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홍보요원들의 구애활동은 어찌 보면 눈물겹기도 하다. 때론 이런 그들의 모습에 대해 일부 반대 입장을 지니신 주민들은 대단히 반발하지만 입장이 다르다 하여 그들의 노력까지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홍보요원의 활약상을 들어보면 헌신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다. 회사의 한 상사는 동의서 2장을 얻기 위해 조합원의 집에서 2박3일동안 동거동락을 하며 조합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마침내 소심줄 같은 홍보요원의 설득작업에 넘어간 조합원이 곧바로 동사무소에서 인감증명을 띄고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정 대리는 “동의서 1장으로 인해 정비사업을 하느냐 마느냐를 가늠하는 때가 더러 있다”며 “동의서 징구 업무뿐만 아니라 홍보요원활동을 할 때는 항상 나 자신의 역할에 따라 사업이 진행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일선에서 조합원들을 대하는 홍보요원의 성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정 대리는 “그래서 홍보요원의 인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성품이 진솔하고 바른 사람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요원들에 대한 점검절차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정비사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만큼 특색있는 경력을 지닌 이가 많지만 정혜진 대리 또한 그에 못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봉사심이 강했던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고 한다. 육군본부와 군수사령부 등에서 근무한 그녀는 5년 5개월간의 복무를 끝으로 사회로 돌아왔다.

당시 군생활을 연장할지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수동적인 군생활에 지쳐버린 뒤였다고 한다. 전역 이후 대학에 진학해 행정학을 전공하고 인터넷방송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다 현재의 엔엠엑스이엔씨에 근무 중이다. 스스로 일을 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삶에 대한 이상을 쫓아 지금의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후회는 없다. 보람만이 있을 뿐.”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