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건물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준공 임박
싱가포르 국책사업 … 골조공사 끝나자 벌써부터 관광명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국가. 국가 전체의 면적이라야 서울보다 약간 클 뿐이니 ‘미니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에 이를 만큼 경제적으로는 ‘강국’이다. 정식국명은 싱가포르 공화국(Republic of Singapore). 쌍용건설 MBS견학단의 일원으로 7월16일 오후 4시10분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견학단은 대학교수와 건설관련 기관에 종사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쌍용건설 이병만 팀장의 추천으로 운좋게 견학단의 일원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MBS견학이란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건설하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공사현장 견학을 말한다. MBS는 2007년 9월 쌍용건설이 시공회사로 선정되었을 때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왔다. MBS는 싱가포르 정부가 2005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싱가포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관광산업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1970년대 초 ‘관광국가’임을 선포할 정도로 관광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2∼3일이면 싱가포르 전역을 둘러볼 수 있을 만큼 국토가 좁다보니 관광객들의 재입국율이 현저하게 낮아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마리나 베이와 센토사(Sentosa) 섬 두 곳에 대규모 도심형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MBS는  총 35억 달러가 투입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쌍용건설이 6억8600만 달러에 단독수주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개인적으로는 2년전 쌍용건설의 MBS 수주소식 기사를 쓰면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됐었다. 해외에서 수주한 거대 프로젝트란 점 외에도 MBS의 독특한 건축설계에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처럼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6시간의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Changi Airport)에 도착했다. 창이공항은 싱가포르 도심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있다. 공항에서 도심에 이르는 길은 바다 매립으로 건설된 동쪽 해안도로와 연결된다. 제1단계 공사를 마친 1981년 7월 1일 개항했으며, 1990년 11월 22일 제2터미널 완공, 2008년 1월 9일 제3터미널이 문을 열면서 지금과 같은 규모를 갖게 되었다. 창이공항은 5분에 한 대 꼴로 비행기가 이착륙을 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공항이다. 세계공항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리다가 최근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한다.

창이공항에서 맞이한 싱가포르에 대한 첫 기억은 후텁지근하다는 것이었다. 싱가포르가 연중 평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적도 인근 국가이고, 하루에 한 번은 스콜이라 부르는 열대성 소나기가 내린다고 하니 공기 자체가 흠뻑 젖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창이공항에서 버스로 20∼30분 가량 달려 견학단의 숙소인 ‘스위스호텔 더 스탬포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일반 관광객이 묵기에는 부담스러운 고급호텔이지만, 주최측인 쌍용건설이 건립한 곳이기에 ‘홍보’ 차원에서 숙소로 결정된 듯 했다.

 

 

싱가포르의 상징건물 ‘래플즈시티’

스탬포드 호텔은 쌍용이 건설한 래플즈 시티 복합건물(Raffles City Complex)에 위치하고 있다. 73층 규모인 래플즈 시티는 1986년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바 있는데,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반세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미화 4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공사 금액 외에도 당시 세계 최고층과 최대 객실수(2,065객실) 호텔이라는 점과 시공 중 발생한 각종 진기록으로 인해 화제가 끊이지 않았었다. 

래플즈시티는 국내에서도 몇 년 전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신화창조’라는 프로그램에서 래플즈시티 건설과정이 소개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쌍용건설은 이 래플즈시티를 시공할 때 소나기가 자주 오는 싱가포르의 기후를 감안, 5년 동안의 기상자료를 분석해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던 날을 찾아내 48시간 연속 매트 기초 콘크리트 타설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불과 3∼4일만에 1개 층을 올렸고, 초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당시 현지 언론과 싱가포르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현재 두바이에 들어서는 세계 최고층 건축물에 사용되고 있는 공법이 래플즈시티에서 적용했던 공법을 토대로 하고 있으니 당시 쌍용건설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잘 입증해주고 있다.

당시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수상은 싱가포르 독립 26주년 기념연설에서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한국인이 래플즈 시티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이 해낼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은 강인했고, 우리 모두는 래플즈 시티 프로젝트에서 그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고 대한민국과 쌍용건설을 극찬하기도 했다.

견학단과 함께 호텔 바에서 ‘타이거 맥주’로 가볍게 목을 축인 뒤, 래플즈 시티 45층 객실에서 바라본 싱가포르의 전경은 화려하면서도 포근했다. 다소 시끌벅적한 서울의 야경과는 전혀 다른, 고즈넉하면서도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다. 깊은 밤이건만, 해안가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불을 밝힌 채 입출항을 하고, 해안가를 따라 외곽지역마다 대형 공사현장들이 밤을 잊은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건물들의 평균 높이가 20∼30층은 훌쩍 넘어 보일 정도로 고밀도시이건만, 나름의 높낮이를 형성하면서 조화를 이뤄 전혀 고밀로 보여지지 않았다. 갖가지 건축제한으로 판박이 같은 건축물로 뒤덮인 서울과 비교가 되면서 입맛이 씁쓸했다.

 

 

싱가포르의 미래,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싱가포르에서의 아침을 맞이했다. 간단한 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견학에 들어갔다. 오전에는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현장과 도심지하철 2단계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견학의 주목적지인 MBS 현장과 쌍용이 센토사에 건립하고 있는 고급주택인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 현장을 방문하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견학단이 건설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빡빡한 일정을 버거워하기보다는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고 싶다는 의욕이 더 앞서 현장마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견학 목적에 충실했다.

지면관계상 마리나 해안고속도로와 지하철공사,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 견학 후기는 아쉽게도 생략한다. 다만, 각 현장에서 보여준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열정만큼은 전하고 싶다. 다국적 건설노동자들을 이끌고 무더위와 싸우며 난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힘, 대한민국 건설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힘’은 MBS 현장에서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쌍용건설이 2007년 9월에 수주해 시공중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까다로운 건축물 설계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모세 샤프디가 설계했다. 특히 세계적인 영국계 구조설계회사인 아룹사(Arub Consultant) 관계자가 “현재 완공했거나 시공, 설계 중인 모든 건축물 중 전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말할 정도로 시공이 까다로운 건물로 유명하다.

싱가포르의 관문을 상징하도록 설계된 이 호텔은 ‘入’자형으로 기울어진 경사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특히 두 개의 건물이 23층에서 만나기까지 동편의 기울어진 건물의 골조공사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었다. 따라서 이 설계가 발표되었을 때, 건축구조 설계사 등 세계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었다. 피사의 사탑(5.5°)보다 약 10배 더 기울이진 이 건물의 설계도가 발표되었을 때, 세계 건설업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탐은 나지만 수주하기엔 위험이 높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각국의 명예를 건 최종경합에 초청된 회사는 쌍용건설과 일본의 시미즈, 프랑스의 드라가지, 홍콩의 개몬 등 단 4곳. 당시까지는 화교계 기업으로 최근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를 완공한 홍콩의 개몬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쌍용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종 시공회사로 선정됐다. 그동안 싱가포르에서 수행한 많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새로운 공법을 제시하는 등의 기술력에서 경쟁사를 압도했기 때문.

 

 

대한민국, ‘21세기 건축의 불가사의’를 짓다

MBS 현장 입구는 대형 트럭과 각종 중장비, 현장 노동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현장사무실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후, 드디어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공사현장 견학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본 건물은 조감도에서보다 훨씬 기울어짐이 심해 보였다. 마치 스키 점프 선수들의 활강대처럼 휘어있는 건물을 보면서 절로 ‘저것을 어떻게 무너지지 않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소공포증을 숨긴 채 공사현장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간이 엘리베이터인 호이스트를 타고 최고층인 57층으로 올라갔다. 싱가폴 전역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전망이 탁월했다. 견학단이 방문하기 일주일 전인 7월8일 골조공사를 마치고 상량식을 거행한 바 있는 MBS는 2600객실의 마감공사와 3개 호텔의 56∼57층을 연결하는 축구장 약 2배 크기(12,000㎡)의 스카이 파크(Sky Park)를 내년 초까지 완성하는 대역사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었다. 이 거대한 공사를 2년 만에 마무리짓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골조공사를 1개월 앞당겼다고 하니 입이 벌어졌다.

건물이 활처럼 휘어진 것도 그렇지만, MBS의 또 하나의 관심대상은 바로 스카이 파크이다. 건물 꼭대기에 수영장, 전망대, 정원, 산책로, 레스토랑, 스파(Spa) 등이 들어선다고 하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라던 어느 영화 선전문구가 떠오른다. 길이 340m의 스카이 파크는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약 70m 가량이 하부의 지지대 없이 돌출되는 독특한 구조로 시공된다. 따라서 길이 38∼75m, 무게 200∼700톤 규모의 철골 구조물을 지상에서 미리 조립, 200m위로 끌어 올려서 시공하는 고난이도 공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골조공사가 본격화된 이후 전세계의 관광객들에게 건설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상징이 되고 있다”며 “향후 또 다른 난공사인 스카이 파크와 함께 2600객실, 연면적이 63빌딩의 약 2배에 이르는 매머드급 호텔의 마감공사를 단 몇 개월 만에 수행하는 대역사(大役事)를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설명을 하는 쌍용건설 관계자도, 이 설명을 듣는 견학단원들도 모두 뿌듯함으로 충만했다. 사람이 특별한 도구 없이 걸어 오를 수 있는 최고 한계인 이집트 피라미드 외벽(52°) 기울기와 동일해 ‘21세기 건축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이 난해하고 거대한 공사를 대한민국의 건설사가 단독으로 짓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래서일까? 고소공포증을 간신히 이겨가며 올랐던 것에 비해 내려오는 호이스트에서는 전망을 살피는 여유마저 부릴 수 있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가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국책 사업으로 추진 중인 도심형 복합 리조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의 메인 프로젝트인 MBS는 공사금액이 미화 6억8600만 달러(약 9천억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건축 프로젝트로 2010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5월31일부터 6월1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KOREA-ASEAN CEO Summit)’에 참석했던 리센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가 경제 4단체 주최 공식 만찬에서 싱가포르에서 활약 중인 한국 기업들 가운데 가장 첫 번째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시공 중인 쌍용건설을 소개할 정도로 그 활약상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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