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총회를 마치면 그나마 한가할 줄 알았는데 웬 일이 이다지도 많은지

붉은 능소화 꽃이 출렁이며 장맛비 속에서 춤을 춘다. 사무실 골목 입구 쪽 도로변 울타리따라 굵직한 줄기를 타고 넓디넓게 농염하고 풍요로운 붉은 자태를 피우고 뽐내던 능소화. 여름의 끝자락까지 끈질기게 꽃을 피워내던 생명력이 갑자기 눈앞에 아른거린다.

마지막 꽃잎은 여름 햇빛에 탈색된 듯 붉은 색이 옅었던 것 같다. 사무실이 가건물이라 여름을 지내기에는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추어야 하기에 뜨거움 속에서도 의연한 능소화가 더 떠오르는가 보다.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하였던 후끈하고 끈적하였던 여름이 삼삼하다.

엊그제는 송년모임을 가던 길에 갑자기 머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 곧바로 한의원에 가 침을 맞았다. 몸이 쳐져서 본의 아니게 모임은 참석하지 못하였다.

꼭 가야 하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체력이 따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게 건강하다고 자신하였던 나였는데 추진위원회 시절 총무이사 업무에, 조합에선 조합장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가 보다. 속도 곯은 듯 비슷한 주량을 마셔도 점점 깨어나는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허나 아무리 힘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은 어떻게라도 해내기 위해서는 똥배짱도 가져다 써야 되겠지.

우리 고색동 작은말 재개발 사업장은 수원 도심지에서 한쪽으로 벗어난 비행장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수원의 많은 지역이 비행장 소음에 숙명적으로 노출되어 있지만 우리 동네는 이륙 후 선회하는 지역이어서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어떤 때는 대화가 끊겨질 정도로 비행기 소리가 커서 찾아 온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반분양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일반분양 700세대가 좋은 사업성이 아니라 시공비 회수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공사와 첫 번째 협의과정에서 알게 되었을 때, 자부심이 부담감으로 변색되는, 눈앞이 노래지는 그 황당함을 우리 조합 임원들만 아는 사실일까?

시공사 등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총회를 지난 12월 5일에 무난히 치루었다. 시공사는 두산건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선정되었다.

여러 번 경험한 총회이나 할 때마다 왜 이렇게 생소하고 힘든지. 아마 각각 총회의 성격이 뚜렷이 차이나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점점 총회의 목적이 분명해 지고 조합원의 재산권과 이익에 결부되는 항목이 많아지기에 살펴보아야 할 것이 대폭 늘어나니 심적 부담도 생기는 것 같다.

어제는 시민단체인 주거환경연합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에게 계약서 초안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어떤 조항이 우리에게 불리한지, 어떤 조항이 애매한지, 어떻게 표현해야 유리한 해석이 가능한지 등등.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주거환경전문가과정’ 동기생인 다른 시공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도 부탁할 참이다. 다른 설계사무소도 물론 포함된다. 어림잡아 10여명 정도의 지인에게 검토를 요청할 생각이다.

그리고 계약체결에 필요한 점검사항을 족집게처럼 과외해 주는 ‘화요강좌’가 있다는데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비용과 시간이 들어도 꼭 배워서 최대한 유리하고 단 한 푼이라도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 계약서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나름대로 시공사 선정에 있어 여러 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하여 우리 작은말에 주어진 여건 아래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아 뿌듯하다. 특히 확정단가라는 조항은 이 시점 다른 사업장 시공 계약에 비교하여 두드러지는 수확일 것이다. 이 조건 때문에 여타 건설회사들은 가슴이 아프겠지만 일단 우리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비행장 소음을 극복하고자 인근 대단위 산업공단 조성계획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장점이라고 침을 튀겨가며, 반 공갈협박으로 선전하던 그 시간도 이제는 능소화같은 추억이 되겠거니 하니 이 겨울이 괜시리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바라건대 내년 여름까지만 그 집 울타리 능소화를 보고 싶다.

후년 여름엔 건설공사의 힘찬 중장비 소리가 울려 퍼지는 현장으로 전환되기를 고대한다. 조합원들도 우리 사업장의 장단점을 훤히 알고 있으니 이제는 빠른 사업진행만이 분양성을 보장해주는 유일한 해법임을 다 같이 공유할 것으로 믿는다. 작은말 조합원님들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하시고 힘찬 새해를 맞이합시다.

작은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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