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e-편한세상, 현대 힐스테이트, 삼성 레미안, GS 자이, 대우건설 푸르지오 등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대형건설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진 한해였다.

더욱이 도급순위 10위권 내 업체들이 파이의 80% 이상을 가져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장세가 도드라졌다.

그에 따라 청구 및 양우건설 등 중견시공사라 불리는 업체들의 경우 시공권을 대형건설사에 팔아넘기거나 주택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 중반 아파트 붐이 일었던 그때로 돌아가 보자. '88올림픽' 유치가 결정난 후 서울을 중심으로 광역권 도시에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아파트들을 대량 건설했다. 당시 대형건설사 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들에게 어마어마한 이익을 가져다줬다.

더불어 현대아파트나 대우아파트 등 대형건설사들의 아파트들보다 청구아파트, 우신아파트 등 중견건설사들의 아파트들이 더 잘나갔던 때였다. 대형건설사의 아파트보다 중견건설사들이 특화된 전략과 함께 품질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재개발·재건축을 기다리는 구역에서나 '뒷방 늙은이'처럼 우중충한 빛깔과 여기저기 쩍쩍 갈라진 흉물스레 방치된 모습으로 간혹 보이곤 한다. 이처럼 잘나가던 중견건설사들은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일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대적 트렌드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 한다며 모두가 들떠있던 그 시절 대형건설사들은 중견건설사에 잠시나마 밀렸다는 작금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기존까지 건설사 이름을 붙이던 관행에서 벗어나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림산업이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아파트 브랜드화의 필두로 나섰고,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각기 '래미안'과 '자이'를 만들어 브랜드화를 시장에 정착시켰다.

이후 대형건설사들 대부분이 'I-PARK',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등 각사의 대표브랜드를 만들어 기존아파트들과의 차별화에 성공, 엇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중견건설사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국민들의 인식 역시 브랜드 아파트 쪽으로 변화해 나갔다.

중견건설사들은 시대적 조류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지난해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 자체가 위축된데다 분양가상한제로 수익성마저 크게 떨어져 도산 및 워크아웃 등의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더불어 금융권 역시 중견건설사들에게 PF대출을 꺼리며 사업을 해보려 해도 시장구조에 의해 시공권을 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했다.

실례로 흥화는 인천 청라지구 A8블록 시공권을 대우건설에 넘겼으며, 삼성물산도 양우건설로부터 김포한강신도시 AC-15블록 시공권을 인수했다. 나아가 절반은 공기업인 포스코건설 역시 중흥건설이 시행 시공을 추진하던 청라지구 A28블록 시공권을 인수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주택시장 중견건설사들이 설자리는 물론이거니와 일부대형건설사와 공공부문만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형건설사들은 가격을 위해 공급물량을 줄일 것이고, 일률적인 몇 개의 브랜드만 살아남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형건설사과 중견건설사 모두 살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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