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개정되는 도정법에 이젠 세입자 강제퇴거금지까지 내집 가지고 사는 게 큰 잘못입니까. 세입자를 주거약자라고 표현하는데 실상 소유자가 더 약자인 경우도 많다는 건 모르시는지 아니면 세입자가 되라고 하는 건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등 여·야 33명의 국회의원들이 지난 25일 사업지구 내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는 '용산참사방지법-강제퇴거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국회에 발의 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불법적인 철거·퇴거 현장에서의 폭력행위 금지와 위반 시 형사처벌  국가인권위에서 권고한 퇴거 금지 시기(일출 전과 일몰 후, 공휴일, 겨울철, 악천후) 명시 등이다. 아울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퇴거가 일어나는 현장에 담당공무원을 파견해야 하며, 위법한 퇴거 행위가 있을 때에는 퇴거의 중단 명령, 응급 의료 조치, 경찰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도록 규정했다.

정 의원 측은 "충분한 협의 없이 거주민이 겨울철 강제철거로 영하의 날씨에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은 언제든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용산참사 3주년을 맞아 재발을 막고자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제정 사유를 밝혔다.

즉, 법적 근거를 마련해 세입자 보상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란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사업성 악화, 비용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예견되는 제정안이기에 자발적으로 독배를 든 국회의원들의 의도가 사뭇 궁금해진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기성 시가지내 다양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닌 주택들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를 비롯해 주요 대도시들이 앞장서 추진해 왔다. 또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시절과 달리 MB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부수적인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종합대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강남지역 전매제한 해제와 함께 마지막 독소조항인 분양가상한제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튀어나오니 일선 조합과 업계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는 것은 말 하면 입 아픈 일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와 함께 서울의 경우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시공자 선정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운용자금 부족으로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소유자는 전혀 고려치 않은 이 같은 법안을 들고 나온 것은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진배없다.

일례로 지금도 정비사업의 시 세입자들이 보상금 등의 이유로 나가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합원들의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분담금 상승을 불러와 소유주를 세입자로 만들어 버리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소유자는 강자기 때문에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단순논리로 법안이 제정된다면 근본문제를 해결은 고사하고 모든 책임을 소유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며 볼모로 만드는 그간의 모순을 반복 학습하는 꼴밖에 되지 않음 명심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법률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재개발 재건축 지구 내 일부 상가세입자들의 경우 권리금을 적게는 몇 백 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씩 내고 들어오는데 과연 이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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