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비리 척결 위해 미술장식품 관련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미술장식품 대신 7/10만큼 기부금 납부해도 되나 메리트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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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건축조합이 조형물 납품을 청탁하며 수억 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조각가 심모 씨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심씨는 잠실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장 김모씨에게 아파트 단지 내 조형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2009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포착, 내사에 들어간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습니다."

2009년 재건축 시장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터졌다. 미술품과 관련해 바닥에서 움직이던 검은돈의 실체가 들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대형건축물에서 미술장식품에 대한 비리는 끊이질 않는 대표적 사건·사고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빈번하게 검은 돈이 오가는 것일까.
바로 검은돈이 오가기 쉬운 구조로 돼 있는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미술장식품은 문화관광부 소관으로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연면적 1만㎡이상의 건축물이나 공동주택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규정해 놓았다.
때문에 현재는 관련법 개정으로 미술품 대신 기부금을 납부할 수도 있지만 이전에는 미술장식품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준공검사에서 반려처리 돼 분양에 차질을 빚는 등 갖가지 문제를 야기했다. 아울러 시장 규모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한해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장식품 시장이 약 1000억원을 넘는 1/4수준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작품의 경우 예술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미술브로커나 상업성에 눈은 뜬 미술업자들이 악용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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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관부가 지난 2009년 2월 제도 개선 방안 논의를 시작한 지 약 2년 8개월만인 지난해 11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 건축물미술장식제도(옛 건축물미술장식제도)를 시행했다.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기존 '미술장식'은 공공미술로 개념을 바뀌고, 선택적 기금제(문화예술진흥기금)를 도입해 건축주의 의무이행을 다양화 했다. 또한 임대주택법상의 공공건설 임대주택은 미술작품 설치의무를 면제했고, 출연된 기금은 향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장애인 등 소회계층의 문화예술과 공공미술사업을 신규 추진하는데 사용키로 했다.

아울러 심의운영의 권한을 기초단체에서 광역단체로 변경함에 따라 미술장식품에 대해 그간 '눈먼 돈'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해 왔던 미술계 내부에서도 제도 운영의 효율성이 보강돼 리베이트수수와 미술장식 허가지연으로 인한 준공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해결돼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조합과 건설사 등 일선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달랐다. 작품을 설치하든 기금을 납부하든 공공의 사업에 있어 적지 않은 부분을 여전히 민간에서 부담한다는 점에 별 차이가 없으며, 현재의 환원요율로는 작품설치 대신 기금납부를 선택해도 사실상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건설사 부장은 "미술작품 설치 대신 기금을 납부할 경우 미술품 비용의 70/100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일부 브로커가 낀 경우 이면계약 등을 통해 실제 그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세제감면 등의 더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의 한 조합장도 "한국민에게 주택은 단순히 안정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적 개념 외에도 재산 증식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별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몇몇 특정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고, 그에 맞는 품격 높은 단지를 조합원들이 원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심의운영 및 사후관리 주체를 각 기초단체에서 관역지자체로 변경하다 해도 비리가 차단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공공미술의 특수한 의미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항에서 작가의 이름값만으로 심의에 참여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아 작품의 질 역시 눈에 띄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따라서 미술 업계관계자들은 "미술품에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들 수 있는데 미술관 등에 진열하는 미술품은 예술성을 중시할 수 있지만 많은 대중들이 출 퇴근길 등 오가며 볼 수 있는 작품에는 대중성에 더 비중을 둘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술장식품 계약방식 바꿔야 커넥션 끊을 수 있다
 - 국 공립 미술관 미술품 선정 때처럼 3단계 심의방식 도입해야

현재 미술장식품 선정은 공개경쟁입찰과 수의계약방식 등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개입찰의 경우 LH공사나 SH공사 등 공공의 건축물에 미술장식품을 설치할 경우 사용되고, 수의계약은 민간 시공사가 건설하는 빌딩 등 근린생활시설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 현장에서는 미술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브로커가 성행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말 그대로 순수예술가가 아닌 전문조형물을 찍어내는 '꾼'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술장식품 선정에 대한 비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는 고질적 문제다.
물론 미술장식품에 대한 커넥션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도시미관에 대한 기여도나 건축물 및 환경과의 조화, 가격 등을 심의하는 미술장식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용되고 있지만 한계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 장식품을 선정 설치한 후에 심사를 하기 때문에 일부 지적사항 등 개선사항에 대해 지적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 효과가 미미해서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단지 입구나 건축물 앞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미술장식품에 대해 '문패 조각', '껌 딱지 조각'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미술비평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공공의 주체인 시민들도 자의식과 가치관과는 상관없이 매일 심미적이지 못한 작품들을 어쩔 수없이 보고 지나쳐야하는 고통의 시간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A조형물업체 대표도 "1000억원이 넘는 거대시장이지만 지자체의 사후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미술장식품 유통구조를 조금만 알면 누구나 넘볼 수 있어 근본적으로 혼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 미술장식품 설치제도는 프랑스의 '1%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YS정권 시절이었던 95년 '연면적 1만㎡이상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다중 이용시설 등)을 신 증축할 때 건물 규모별 비율에 따라 의무적으로 1/100에 해당하는 비용을 미술장식품에 지출해야하는 미술장식품은 회화나 조각 등으로 건물 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선정돼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24조를 법적근거로 규정됐다.

당시 문화와 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방법으로 채택한 것으로 분명 취지는 좋았으나, 변질 운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갖가지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이다. 이에 관련전문가들은 해외에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고 국내 실정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경한 미술비평가는 "가까운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와 같이 공공의 조형미술품을 의무 설치하는 제도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제도화 됐지만 미술장식품을 설치하기 전 주민이 참여하는 설명회 등을 개최해 어떤 장식품이 적정한가에 대해 심사 평가해 그 의견을 미술장식품 설치에 반영하는 시민참여형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국내처럼 잡음이 많지 않다"며 "미술품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일반인들의 안목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다소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우리네 현실에 맞게 변경한다면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비평가는 "현재 비리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 미술장식품 선정을 건물주가 임의로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부풀려지거나, 선정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국 공립 미술관이 미술품을 선정할 때처럼 '미술품 추천위원회'와 '미술품 선정위원회' 그리고 '가격평가위원회' 등을 구성하면 미술장식품 선정에 대한 검은 커넥션을 상당부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추천위원회에서 미술품을 추천한다할지라도 선정위원회에서 그 미술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게 되고, 이후 가격평가 위원회에서 또 한 번 평가를 하기 때문에 검은돈으로 인한 얼룩진 비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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