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과도한 무상지분율 높은 일반분양가로 메울 수 있다 판단

 

고덕재건축단지들을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던 막대한 무상지분율이 현재는 독이 되고 있다.

특히, 조합과 시공사 간 무상지분율을 놓고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며 본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왕십리3구역과 같이 시공자 계약해지 등의 변수 역시 적지 않은 상태다.

앞서 고덕지구는 201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뛰어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주민 간 반목현상 등으로 사업지연에 골머리를 앓던 곳이었다.

하지만 공공관리제도 본격시행을 발표한 직후 사업성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대동단결 끝에 조합설립과 시공자 선정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순식간에 끝마치는 결과를 연출했다.

실제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클린업시스템에 고시돼 있는 조합설립인가 날짜를 살펴봐도 고덕주공2단지와 4단지만 2009년에 조합설립인가를 득해 다소 여유가 있을 뿐, 3·5·6·7단지의 경우 공공관리제 관련법안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의4가 공포(2010년 4월 15일)되기 직전인 2~4월경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 제도적용을 간신히 피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진 시공자 선정총회에서는 국내 재건축 역사상 최고 수치의 무상지분율이 참여조건으로 제시되는 등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였다.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서울시 내 수주현장이 향후 몇 년간 없을 것이란 시공사들의 판단에 과열경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며, 조금이라도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과도한 무상지분율이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2008년을 기점으로 국내 정비사업 자체가 하향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덕지구의 경우 승승장구하며 사업시행인가를 불과 1년여 만에 득하거나 준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기우에 불가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정확히 거기까지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과 지난해 느닷없이 불어 닥친 5차 보금자리주택 광풍에 고덕지구의 빵빵했던 사업성에도 금이 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원순 시장 취임 후 급변한 주택정책 역시 톡톡히 한몫 거들며 지난 1년간 고덕지구의 행보가 눈에 띌 정도로 둔해졌다.

사실 2010년 시공사들이 고덕지구에 과도한 무상지분율을 제시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밝혔듯 줄어드는 파이를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이에 못지않게 뛰어난 사업성도 한몫했다.

서울시 내 정비사업 현장 중 고덕지구만큼 높은 녹지율과 교육환경을 확보하고 있는 단지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에게 무상지분율을 다소 높게 책정하더라도 일반분양가를 높여 갭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는 시공사들의 판단 미스였던 것으로 끝맺음 됐다.

일례로 고덕지구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가 기준 역할을 했던 고덕주공1단지(현 고덕아이파크)의 분양가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당초 고덕주공1단지는 2009년 일반분양 당시 3.3㎡당 2500만~3000만원이었으나 입주한 지 2년7개월이 지난 현재 일부 미분양분을 1900만원대에 할인 분양하고 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태다.

또한 최근 시공자 재선정에 한 차례 물 먹은 고덕주공2단지의 경우 시공자를 선정했던 2009년 11월경 전용면적 55㎡가 6억5000만원선에서 거래됐으나,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급매물이 속출하게 됐고, 현재 평균 5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실상 1억원 이상 가격이 빠진 상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비단 고덕주공2단지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닌 고덕지구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의 공통된 점이란 것이다.

따라서 시공사 입장에서는 일반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무상지분율 조정을 조합에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조합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원성에 사업지연에 따른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하긴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조건 요구에 발목 잡힌 고덕2단지
과도한 조건요구에 결국 고덕주공2단지의 시공자 찾기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특히, 입찰참여가 확실시 됐던 현대건설마저 '품질경영'이란 아리송한 말과 함께 불참함에 따라 시공사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앞서 고덕주공2단지는 공사비만 1조원에 달해 현장설명회 당시 삼성물산과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1군 시공사 11개사가 몰려들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수익성 및 까다로운 입찰참여조건으로 인해 삼성에 이어 GS건설과 대우건설이 순차적으로 포기선언을 함에 따라 강한 수주의지를 보였던 현대건설의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단 한곳도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업계에서는 시공사들이 조합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까다로운 입찰참여 조건 때문이란 풀이가 나왔다.

실제 고덕주공2단지의 경우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100억원 중 50억원을 현금으로 요구했으며, 미분양 발생 시 현금대신 미분양 물량으로 공사비를 지불하는 대물변제 방식 채택, 확정지분제 방식에 150%대의 무상지분율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거대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컨소시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사실상 단독입찰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다 구역 인근에 대규모 보금자리주택단지 탄생 역시 수주포기를 선언하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A수주기획사 대표는 "고덕2단지의 경우 일반분양분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에 과도한 무상지분율을 제공할 경우 수익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고, 조합에서 미분양 책임까지 져야하는 조건을 붙여 시공사들이 수주를 포기한 것"이라며 "27일 예정돼 있는 대의원회에서 조건완화 얘기가 분명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공사 교통정리 끝마쳐야 3단지 비상할 터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25일 고덕주공3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득했으나, 시공자 교통정리가 우선시 돼야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림물산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시공사 변경을 구청에 공식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만큼 논란의 불씨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고덕주공3단지는 2002년 현대·대림물산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가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급락하는 주택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조합이 사업방식을 도급제에서 확정지분제로 바꾸기로 결정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조합원 총회에서 무상지분율을 156% 제시한 현대건설을 단독시공자로 재선정했기 때문.

이에 대림물산에서 시공권을 주장하며 강한 반발을 했고, 현대건설을 재선정 했음에도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조합관계자는 "컨소시엄을 유지할 지 현대와 단독으로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에 대해 조합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며 "문제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양사와 다시금 심도 깊은 논의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현대건설과 대림물산이 공동으로 가계약을 체결한 만큼 법적시공권을 양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강동구청 관계자의 말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대림이 일방적으로 배제될 경우 공공관리제로 시공자를 다시금 선정하지 않았단 사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궁극적으로는 함께 가는 것으로 결론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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