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과 서울시 일방적 통보에 민간건설사 등 어떤 식으로든 손실 불가피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정상화 방안이 결국 민간출자사를 배제한 공공개발이었음이 드러났다. 서울시가 열악한 재무상황과 별개로 코레일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며 새판짜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29개 민간출자사들이 내달 1일 코레일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더라도 언제든 출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코레일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정상화 방안과 함께 제안했던 5가지 사항에 대해 법령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용하기로 했다. 사항은 ▲서부이촌동 부지관련 이행방안 마련 ▲인허가 신속 이행 및 협조 ▲국공유지 무상귀속 ▲공유지 매각대금을 토지상환채권으로 인수 ▲광역교통개선대책 부담금 완화 등이다.

특히 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행정부시장과 도시계획국장이 포함된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사업정상화를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코레일도 사업계획 수립 시 상가세입세 등을 포함한 주민들의 보상대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는 공유지 매각대금을 토지상환채권으로 인수해달라는 요청은 도시개발법에 근거가 있지만 전례가 없어 채권회수 방안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공유지 무상귀속은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결정 자체가 의아하단 입장이다. 재무상황 상 코레일의 제안을 수용하기에 무리수가 따르고, 현재 채무 줄이기에 돌입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목적성 없이 코레일의 제안을 덥석 물진 않았을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공공개발 파트너로 서울시를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발표된 사업정상화 방안에도 사업이 무산될 경우 손배소송 불가를 명시하는 등 공공개발 추진의사를 밝혀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가 코레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총 4천443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드림허브가 용산 철도정비창 매입을 위해 책정했던 금액인 3.3㎡당 약 7천만 기준 무상귀속 대상지가 6천882㎡로 1천459억 원, 매입대상 토지가 1만2천184㎡에 달해 토지상환채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2천584억 원이 필요했다. 여기에 여의도~용산간 신교통 추진보류에 따른 부담금 400억 원을 감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시의 부채가 지난해 19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 5일 채무를 줄이기 위해 맥킨지 컨소시엄(맥킨지앤컴퍼니,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한 이력을 생각할 때 이같은 막대한 금액을 충당하면서까지 기존 입장을 뒤엎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코레일이 새판을 짜기 위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고의적으로 만들었고, 시는 오세훈 전임 시장의 책임론 회피를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단 분석이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레일은 디폴트 상황에 처하기 전부터 공공개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3일 만에 서울시가 코레일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인 것만 보더라도 정황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에 민간출자사들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민간출자사의 정상화 방안 수용여부와 상관없이 코레일이 언제든 사업부도 선언과 함께 새판을 짤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오는 6월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상대로 사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 어떤 식으로든 민간출자사의 사업성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현재 사업성이 풍부한 한경변 대림과 성원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빠지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파트는 지은 지 불과 10년여에 불과해 주민들의 찬?반여론이 30:50인 상태다. 따라서 이곳의 시공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 등이 배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에 출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요원해져서다.

이와 관련 한 감정평가사는 “코레일의 철도기지창 사업은 도시개발사업이고, 서부이촌동은 재개발 사업이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다른 사업을 억지로 붙여 진행하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차라리 분리해 진행해야 사업정상화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출자사들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출자금과 CB를 포함해 총 1조74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재무적투자자 중에서는 KB자산운용이 1천억원(10%)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푸르덴셜 부동산투자 770억원(7.7%), 삼성생명 300억원(3%), 우리은행 200억원(2%), 삼성화재해상보험 95억원(0.95%) 순이었다. 총 2천365억원(23.65%)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도권이 없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삼성해상보험 관계자는 “투자액 중 절반정도는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아둔 상태고, 나머지 절반도 다음 회계연도에 처리할 예정이라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투자자로 출자한 기업은 롯데관광개발, 미래에셋, 삼성SDS, KT&G, CJ그룹, 호텔조선 등이다. 순서별로 각각 출자금 1천510억 원, 490억 원, 300억 원, 150억 원, 100억 원, 95억 원이다.

이중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허브 출자금 1510억원 외 CB를 226억 원 가량 인수해 총 투자금액이 1천736억 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 자본금(55억 원)의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편 건설투자자로 참여한 출자사(CI)가 보유한 지분은 2천억 원(20%)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가장 많은 640억원(6.4%)을 출자했고,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이 200억 원(2%)씩 ▲SK건설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이 120억 원(1.2%)씩 ▲한양건설 100억(1%) ▲태영건설 60억 원(0.6%) ▲두산건설과 남광토건, 반도건설, 유진기업 40억 원(0.4%)씩 ▲삼환기업, 계룡건설, 우미건설, 삼성에버랜드 20억원(0.2%) 등 17개사가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640억원까지 지분에 참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레일이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트리플원의 시공권을 포기하란 입장을 밝혔으나, 발주처인 드림허브가 공식적 입장을 내놓을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업협약 사항에 채무불이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코레일이 사업해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드림허브의 경우 코레일이 사업해지를 결정하면 언제든 청산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용산개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특별합의서에는 ‘제21조 해제권 또는 해지권’ 항목으로 “공사(코레일)가 합의서 체결 이후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공사 이외 나머지 당사자가 합의서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으로 본 사업의 정상적 진행에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공사는 본 합의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어 출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간출자사 관계자는 “코레일이 용산개발의 모든 사업방향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000억 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용산개발 사업을 코레일이 단독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개발은 중대 고비에 놓여 있다. 현재 도시개발법상 정비구역 지정 후 3년 내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지 않으면 구역지정이 해제되기에 2010년 4월 22일에 지정된 용산개발사업은 오는 21일까지 시에 인가 접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구역지정을 취소한 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개발이 어떤 마무리를 지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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