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부담, 민간시장 위축 등 부작용 신중히 고려해야

 

발행인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행복주택 프로젝트에 대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순기능보다 사업비 부담, 민간 시장 위축 등의 역기능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철도부지의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아파트, 기숙사, 교통·상업시설 등을 건설하는 복합 주거타운 정책으로 정부는 박 대통령 집권 5년간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유지인 철도부지를 활용하기에 토지매입비가 거의 들지 않아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반값 임대주택을 다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세입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행복주택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대량의 행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코레일은 자체 검토를 통해 서울·수도권 철도부지 중 선로부지 117만㎡, 대규모 차량기지 107만㎡ 등 224만㎡ 정도 부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철도역 45곳, 차량기지 5곳, 유휴부지 7곳 등 총 57곳을 개발 가능지로 꼽았다. 하지만 이 부지를 모두 활용해 용적률 400% 이상을 적용한다 해도 사업성과 입지조건을 감안하면 10만 가구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국토부에서는 당초 철도부지 상부로 국한했던 행복주택 부지를 철도·공공 유휴부지로 확대하고 순수 임대주택만이 아닌 역세권 복합개발로 바꿔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역세권 복합개발은 그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사업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최근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경기상황을 볼 때 50곳이 넘는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복합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막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예상보다 늘어나게 될 사업비와 이로 인한 LH 등의 채무부담 가중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행복주택의 건설비를 3.3㎡당 5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20만 가구에 대한 건설비 약 15조원을 국민주택기금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 건설비는 철도부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한 양천아파트의 당시 건설비에 단순히 연 4.3%의 물가상승률을 합산한 것이다. 양천아파트는 SH공사가 1995년 지하철 신정차량기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서 만든 공공임대주택으로 행복주택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대지인 데크를 설치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고 소음과 진동, 방진 등을 고려한 설계도입과 일부 지역의 선로이설비까지 고려한다면 3.3㎡당 600~700만원 이상의 건설비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국민주택기금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질 뿐 아니라 임대료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만성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LH의 재정상황을 볼 때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주택의 궁극적 목표인 주거질 향상에 있어서도 행복주택이 이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일부 철도부지의 주거시설에서 실내 소음이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90dB 이상으로 측정되기도 해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소음, 진동, 분진 등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시공비용의 대폭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모토로 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더욱이 양천아파트처럼 차량기지 위가 아니라 일반 선로부지에 인공대지를 조성할 경우 진동과 소음이 더욱 심해져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아울러 철도부지를 폐쇄 공간화함으로써 대규모 충돌이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 대피로나 상부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보금자리 주택이 민간시장에 안겼던 악영향을 생각할 때 대규모 행복주택 건설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민간 임대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월세 수익을 바라는 민간 임대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값논란으로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행복주택이 대량 공급되면 임대수익으로 활로를 찾고 있던 민간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행복주택은 그 이름만 달리할 뿐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도입초기 ‘반값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원칙을 깨뜨리고 주택구매 욕구를 감소시켜 민간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던 점을 고려한다면 행복주택 도입 역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냉각의 주 원인은 세계적 경기불황의 이유도 있지만 시장원리를 배제한 채 장기적 관점이 아닌 땜질식 주택정책들을 쏟아낸 여파도 적지 않다. 아울러 큰 틀을 가지고 전문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주택·도시정책이 표를 모으기 위한 수단이나 인기에 영합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좀 더 현장상황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유경제체제, 시장원리에 입각한 주택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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