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땅이 많이 있다. 이런 땅을 국공유지라고 한다. 그런데 국가나 지자체는 별도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내지 않으므로, 정비사업 실무에서는 국가나 지자체가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었다.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하는 지자체가 도시정비구역 내에 토지를 소유했을 때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는 있었지만 국가 또는 정비구역 지정권자인 지자체도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씨앗이 남아 있었다.

얼마전 대법원에서 국가나 도시정비구역을 지정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구역 내에 국·공유지를 소유한 경우, 서면동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주택재건축조합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는 마포구 신수동 일부를 도시정비 예정구역으로 고시·지정했다. 정비구역 안에는 국가 소유의 국유지와 지자체 소유의 시유지, 구유지 등이 있었지만 국가와 서울시, 마포구는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마포구는 국가, 서울시, 마포구가 조합설립에 동의했음을 전제로 정비구역 내 토지·건물 소유자 414명 중 314명의 동의했다며 조합설립을 인가했다.

하지만 정비구역 내에 일부 소유자들이 국가와 서울시, 마포구가 조합설립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국가 또는 지자체의 구체적인 동의방법에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정비사업과 관련한 여러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고 특수한 공적 지위에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며 "국가 또는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대표자로 있는 지자체가 해당 정비구역 내에 국·공유지를 소유하는 경우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정비사업조합의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국민과 주민의 공공복리를 실현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지자체로서는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시행될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조할 의무를 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해당 정비사업조합에 대한 설립을 인가하는 관할관청이 대표하는 지자체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을 통해 조합의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관 사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인복 대법관과 김신 대법관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정비구역 내에 국·공유지를 소유하는 경우에도 서면에 의한 동의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면서 다수의견에 반대했다. 이 대법관과 김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재건축조합 설립 동의에는 서면동의 방법을 정한 명문규정에 의하면 국가나 지자체도 서면에 의한 동의의사를 표시해야 조합의 설립에 동의한 것이 된다"고 별도의 서면 결의가 없는 경우, 국공유지는 동의율에 합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을 만큼, 국공유지의 동의 추정 문제는 법리적으로 간단하지는 않은 사안이다.

정비사업은 도시기능의 회복이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의 계획적인 정비를 위한 것으로서, 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시정비법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므로, 그 추진은 도시정비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부합하고, 국민과 주민의 공공복리를 실현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시행될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조하여야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정비사업조합의 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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