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인프라, 학군, 희소성 등으로 수요 몰려

‘다주택자들, 똘똘한 강남 1채로 갈아타기’, ‘목동 / 상계동 / 성산동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 패닉’, ‘부동산 정책, 지방 집값만 잡았다.’

정부의 ‘강남 부동산 잡기’ 정책으로 인해, 여러 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위와 같은 글들이 각종 언론에 도배되다 시피하고 있는 요즘이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양도세 중과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고, 재건축 가능연한을 40년으로 연장했다.

사실, 정부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경제 좀 살려보려고 양적완화도 해보고 금리도 낮춰보고 했더니, 의도와는 달리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에만 자꾸만 쏠리는 것이다.

심지어 전 정권에서의 막대한 부동산 거래는 1450조원이라는 가계부채를 현 정권에 선물로 안겨주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미국의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금리인상도 빚 많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작금의 부동산 열기를 어떻게 해서든 잠재워야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시중의 자금이 더 이상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틀어막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위와 같은 정책은 공급을 막아버리는 효과를 낳아, 강남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하고 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니, 일단 강남으로 가야하겠다며 더욱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강남, 강남, 강남일까. 도대체 왜 강남인가.

그 첫 번째 이유는 ‘인프라’이다. 생활 편의를 보장하는 공공 인프라는 강남에 대부분 몰려있다. 현재도 공공 인프라로서는 국내에서 최대 규모인데, 정부 주도의 공공 인프라 건설 사업은 여전히 강남에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강남은 교통도 편리하다. 버스나 전철역도 많다. 지방에 내려갈 때에도 고속터미널역이나 수서역에서 버스나 SRT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방이동 올림픽공원, 양재동 시민의 숲 등 대형 공원도 많다. 강남의 높은 집값이 유지되는 비결 중 지하철, 공원 같은 공공 인프라는 절대적으로 한 몫을 한다.

둘째, ‘학군’이다. ‘사교육1번지’ 대치동 집값이 견고한 이유이다. 대한민국은 ‘맹모삼천지교의 나라’이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만큼은 가르치겠다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의 마음이다. 녹물이 나오는 집이라도,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이라도, 심하게 금이 간 아파트에 살더라도, 내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다면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그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자녀는 사회 각 분야에 포진되어있는 쟁쟁한 실력의 동문수학한 친구들을 인맥으로 삼을 수 있는 어드밴티지도 가진다. 이러한 심리와 장점이 강남 집값을 지탱하고 있다.

셋째, ‘희소성’이다. 강남에서 나올 수 있는 공급은 재건축이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은 이렇다 할, 놀고 있는 빈 땅이 거의 없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지 새로운 공급이 시장에 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급은 최소 몇 년이 걸린다. 집이라는 게 금방 한두 달 뚝딱 지어서 만들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은 인프라나 학군이 좋기 때문에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이지만, 반면에 늘 공급은 부족하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은 늘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강남 재건축에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넷째, ‘자본이 집중’되어있는 곳이다. 자본뿐만 아니라, 기업이 몰리는 곳이다. 강남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들어와 몰려 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강남은 가난한 사람, 부자인 사람이 뒤섞인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밥벌이를 한다. 자연히 다시 자본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섯째, 강남 부동산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이제는 ‘지위재(Positional Good)’라고 봐야한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의 개념을 넘어,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욕망을 기초로 한다. 강남 부동산은 이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도구이다. 비유를 들자면, 평범한 브랜드 옷 10벌을 사는 것보다 기왕이면 명품 브랜드 옷 1한 벌을 사고 싶은 마음과도 같다.

뿐만 아니다. 강남 부동산은 ‘성공의 척도’ 역할도 충실히 한다. 심해져가는 부의 양극화를 누리기에 부동산은 꽤 재미있는 도구이다. 다른 지역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보다, 조금 더 강력하게 갑(甲)의 위치,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누려볼 수 있는 곳이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圍師必闕(위사필궐)’ ‘적군을 포위할 때는 반드시 퇴로를 열어 주어야한다.’라는 뜻이다.

부동산 거래 자체를 줄여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애착을 기반으로 한 부유층의 투자 물길도 약간은 터줘야 한다. BC 6세기 손무가 주장한 위사필궐의 지혜는 21세기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 가장 필요한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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