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욕심이 많다. 그는 화수화평구역을 다시금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만들고픈 욕심으로 가득찬 욕심쟁이다. 이런 순수한 욕심이 얼어붙은 현대건설의 마음을 녹였고, 마침내 화수화평구역 재개발사업을 살리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전기원 조합장은 화평동 일대에서 40년간 생업을 유지해왔다. 한 때 50만명에 육박했던 동구 인구는 현재 6만여명에 불과하다. 바글바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고, 활력이 넘쳤던 도시는 생기를 잃었다. 그의 소망은 인생의 2/3를 보냈던 화평동 일대가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는 것이다.

2018년 12월 전임 조합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함에 따라 전 조합장이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다. 그 때 당시 그는 조합장에 나설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역내 명망을 갖춘 인사를 찾아가며 조합장 자리를 부탁했지만 대부분이 거절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사가 건넨 말 한마디가 전 조합장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렇게 중요한 조합장을 남에게 부탁하지 말고 직접 해보라’는 것. 전 조합장은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조합장이란 자리가 갖는 무거움을 잘 알기에 고심은 깊었지만 가슴속에 품은 욕심이 그를 조합장으로 이끌었다.

그가 조합장으로서 업무에 임한 시간은 1년반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이 지금처럼 순항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화수화평구역은 조합을 설립한 2009년경 시공사 선정을 진행한 바 있지만 연이은 유찰로 인해 시공사 선정을 이루지 못했다. 사업추진을 재개한 이후에도 지역적 특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선 한발자국도 사업추진을 이룰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직접 건설사를 찾아가 사업참여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만큼 재개발사업에 대한 그의 절박한 심정을 나타내는 일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여러 건설사를 방문하며 사업참여를 호소하는 와중에 현대건설로부터 연락이 오게 돼 담당직원과의 첫 번째 미팅이 성사됐다. 그의 열정과 절박한 심정이 전달된 것일까. 총 세 번에 걸친 미팅 결과 마침내 현대측 임원으로부터 사업참여 의향을 받아낼 수 있었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반신반의하던 조합원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어 사업추진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전기원 조합장은 “현대건설 선정이 신의 한수”라고 했지만 진정한 신의 한수는 전기원 조합장의 존재가 아닐까.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가득찬 화수화평구역이 되기를 바란다”는 전 조합장의 아름다운 욕심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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