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김준식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문제의 소재

통상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도급계약에는 조합 임원을 연대보증채무자로 하는 연대보증계약이 포함된다. 연대보증계약을 통해 시공사는, 공사도급계약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해제, 해지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매몰비용(가령 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한 대여금)에 대한 담보를 확보하게 되고 그 결과 보다 용이하게 메몰비용을 회수할 수 있게 되는 한편, 조합의 업무를 집행하는 임원들이 함부로 계약의 효력을 다투거나 계약을 위반하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효과 또한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조합 임원들은 조합채무에 대한 보증채무를 지게 되므로, 경우에 따라 시공사에게 매몰비용을 변제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합임원들이 매몰비용을 변제하였다면 조합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나, 조합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검토가 필요하다.

 

2. 조합원들에게 구상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공사도급계약의 당사자는 조합과 시공사이고, 조합 임원은 조합이 시공사에게 부담할 수 있는 일부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한 것인바, 조합 임원이 보증하고 있는 채무의 주채무자는 조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조합이 조합원으로 구성된 법인이기는 하지만, 조합과 조합원은 분명히 구분되는 법인격이므로, 원칙적으로 조합 임원은 주채무자인 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조합원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참고로 시공사로부터 금전지급 청구를 당한 조합 임원이 조합원들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한 사건들에서 가압류가 인용된 사례가 있긴 하나, 그와 같은 사례들은 매몰비용에 대하여 조합원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의 것들이며, 본안소송과 달리 가압류신청자(채권자)의 소명만으로 결정이 나오는 가압류 절차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일반화할 것은 아니다.

 

3. 조합을 대위하여 조합원에 대한 분담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나아가 조합 임원들이 조합에 대한 구상권채권을 피보전권리를 하여 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갖는 비용부담금 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데, 표준정관 제10조 제1항 4호는 조합원은 정비사업비 등의 비용납부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4조 제1항은 조합이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응 조합원들이 사업추진비 대여로 발생한 비용에 대하여 납부의무를 진다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준정관 제21조는 정비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8호) 혹은 정비사업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12호) 등에 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므로, 총회의 의결이 없는 한 연대보증인들은 조합을 대위하는 방법으로도 조합원에게 비용부담금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

법원 역시 “조합의 정관은 조합의 내부 관계를 규율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정관 조항에 의하여 곧바로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하여 구체적인 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 점, 조합의 채무를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는 조합원 총회 등에서 결의를 한 때에 비로소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점에 비추어 조합원의 조합에 대한 부담금 채무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4가합24239 판결)고 판시하여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 한 조합원 개인이 매몰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거나, 정관 제63조 및 제10조를 근거로 하여서도 조합원들에게 매몰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없다(대법원 2017다201361 판결)고 하는바, 법원 판결 취지를 종합하여 볼 때도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비용분담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는 없다.

 

4. 총회 의결을 거친 경우 분담금채권을 대위행사 할 수 있는지

한편, 위 판결의 반대해석 상 총회 결의를 거친다면 조합원 개인에게 매몰비용을 부담하도록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표준정관 제34조와 같이 정비사업비의 부과 및 징수 규정에 근거한 총회 의결을 거친 다음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정비사업비 부담을 조합원 간 공평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총회 의결을 통하여 정비사업비 부담 기준을 확정하는 경우에도, 각 조합원은 조합에 대하여 정비사업비 부담 채무를 지는 것에 불과하므로, 조합 채무를 연대보증하여 연대보증의무를 이행한 조합 임원들이 조합원에게 직접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조합의 무자력 등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위한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조합을 대위하여 각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 부담금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매몰비용을 연대보증한 조합 임원들이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하였고, 해당 채무의 부담에 관한 총회 의결이 있었다고 하여도, 해당 조합 임원들이 곧바로 조합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한 조합 임원들은 조합원으로부터 부담금을 징수한 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조합을 대위하여 부담금 채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직접 조합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 뿐이다.

문의 02-267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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