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주택조합을 중심으로

                이선희 변호사 / 법무법인 클라스
                이선희 변호사 / 법무법인 클라스

주택법에 근거한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 사업 등에 관한 법률실무를 하다 보면 조합장의 독단적인 보증행위로 인한 다툼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법률적 쟁점에 관하여는 과거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고,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하에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에서 정하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ㆍ개량행위나 법률적ㆍ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ㆍ처분이 아닌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총유물의 관리ㆍ처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비법인사단인 조합의 조합장이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규약에서 정한 조합 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그 보증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에 조합 임원회의의 결의 등을 거치도록 한 조합규약은 조합장의 대표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표권 제한 및 그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 거래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선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총유물의 관리ㆍ처분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나 총유물 자체의 관리ㆍ처분이 따르는 채무부담행위와 그렇지 않은 채무부담행위가 명확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어촌계의 총유인 어업권의 상실에 따른 손실보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촌계의 총유에 속하므로 그 계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만 이를 분배할 수 있다고 하였고(대법원 92다534 판결), 비법인사단인 종중의 토지에 대한 수용보상금은 종원의 총유에 속하고 위 수용보상금의 분배는 총유물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정관 기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종중원 총회의 분배결의가 없으면 종원이 종중에 대하여 직접 분배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93다32446 판결). 비법인사단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전 또는 장래에 보유하게 될 금전도 총유물에 속함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고 위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금전 처분행위도 정관 기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이 비법인사단이 현재 또는 장래에 보유하는 금전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행위와 금전채무 보증행위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아, 전자는 사원총회의 결의를 요한다고 하고 후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 등을 규율하는 주택법시행령 제20조 제3항 및 주택법시행규칙 제5항 제3호는 ‘예산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대부분의 조합은 위 규정을 따라 정관 내지는 규약에 위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마도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한 행위일지라도 정관 기타 규약이 없는 경우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총유물의 관리ㆍ처분행위는 상대방의 선의 여부에 관계없이 무효가 되므로 그 결과 비법인사단의 이익은 보호받게 되는 반면 상대방의 이익은 침해받게 되어 거래안전이 침해될 위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래의 안전 문제는 총유물의 관리ㆍ처분에 관한 민법과 대법원판례의 입장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하여 해결하거나 비법인사단으로 하여금 법인격을 취득하게 하는 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하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할 것은 부적당하다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조합장이 단순한 채무보증이 아니라 예를 들어 상가를 전체 매수한자로부터 개별 수분양계약을 체결한 거래를 규약에서 정한 임원회의 내지는 총회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보증을 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조합과 전체매수자 사이의 계약이 무효로 되는 경우에는 그 이행을 보증하는 성격과 상가 전체매수와 수분양자 사이의 계약이 수분양자 귀책사유 없이 해지되는 경우 손해배상의무를 보증하는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에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과 그에 반대되는 논거에 비추어 볼 때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관한 동의로 보아 무효로 보아야 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의 총유에 관하여 조합원들이 선택한 규약내용과 주택법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규정을 무시하고 비법인사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민법 제275조 제2항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해석론으로 그 해석의 한계를 무시한 지나친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유지되고 있으므로 조합으로서는 조합집행부의 독단적인 전횡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문의 02-556-7002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