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사실관계

피고인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에 따른 재건축조합의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으로 재직했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추진위원장으로 재직 중 6차례에 걸쳐 개최된 주민총회의 속기록 및 자금수지보고서가 작성된 때로부터 15일 이내에 인터넷 및 그 밖의 방법을 통해 공개하지 않았고, 검사는 위 속기록이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주민총회의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위 자금수지보고서가 같은 법 제124조 제1항 제9호의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각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모두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 및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3. 법원의 판단(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334 판결)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 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작성 또는 변경 후 15일 이내에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규정하는 한편, 도시정비법 제125조 제1항은 위와 같이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포함하여 총회 또는 중요한 회의가 있은 때에는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를 만들어 청산 시까지 보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신속하게 공개하여야 할 자료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작성 후 청산 시까지 보관하여야 할 자료를 구분하고,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는 보관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가는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도시정비법이 처음부터 공개대상으로 명시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에도 월별 수입·지출 내역, 현금예금 보유내역, 차입금 현황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산보고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하여 반드시 자금수지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예산·회계규정」에 의하더라도 결산보고서로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를 작성한다고 규정할 뿐,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와 불가분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자금수지보고서가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하에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4. 결론

법령은 수범자가 그 문언을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특히나 처벌규정이 있는 의무 조항 등의 경우에는 그 명확성이 더더욱 요구된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각 호로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작성 또는 변경 후 15일 이내에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규정하면서도 그 범위에 각 호가 규정한 서류의 ‘관련 자료’를 추가하였다. ‘관련 자료’는 그 문언상 다양하게 확장될 가능성이 수반되는 애매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물론 법조문의 한계상 ‘관련 자료’를 모두 열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수범자인 조합임원 등이 공개해야 할 서류 또는 자료의 범위를 특정하기가 어려워 형벌법규에 따른 예측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최근 하급심 판결을 통해 ‘관련 자료’라는 개념은 그 외연이 넓으므로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에서 정한 ‘관련 자료’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왔고,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이와 같은 ‘관련 자료’의 해석에 관한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렇게 법원을 통해 ‘관련 자료’의 의미를 매번 판단 받는 것 보다는 입법론적으로 ‘관련 자료’의 의미가 일반 수범자들의 보통의 상식을 통해서 해석이 가능하도록 구체화 시키는 개정 작업이 필요하고, ‘관련 자료’의 범위를 법이 아닌 시행령 또는 규칙으로 내려 그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의) 02-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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