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종 대표변호사

안전진단이란 재건축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절차로 재건축에만 필수적인 제도이다. 보통 안전진단은 예비 안전진단과 정밀 안전진단으로 이루어지는데, 도시정비법에서 재건축 정비계획의 수립 이전에 반드시 거치도록 한 것이 정밀안전진단이다. 현지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노후도를 파악하는 예비 안전진단을 실시한 후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 구조안전성, 설비성능, 주거환경, 경제성 등을 항목별로 세세하게 평가를 하게 되는데,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가 나오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의하면 정비계획의 입안권자가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반드시 안전진단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문 안전진단기관이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주택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기준’에 맞춰 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노후 주택 재건축의 첫 단계인 정밀안전진단 기준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시절인 2018년에 대폭 강화되었는데, 당시 국토부는 구조적으로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는 사회적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정밀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하는 기준을 변경한 바 있다. 이로 인해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서울 노원구, 양천구 등 노후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이 정밀안전진단으로 인하여 사실상 안전진단 통과가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로 인해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의 규제 완화는 재건축시장에서, 특히 서울시에서 숙원 사업이 된 상황이다.

정밀안전진단 기준이 문재인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돼 오다가 급기야 2020년 6·17 대책에선 안전진단 절차의 강화로 재건축추진을 위한 첫 관문인 1차 안전진단의 기관 선정 및 관리주체를 관할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여 1차, 2차 모두 시·도를 안전진단 주체로 강화함으로써 선거에 민감한 기초지자체의 지역주민들의 민원성 압박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상위 지자체를 내세운 것이다.

정밀안전진단 기준 중 주거환경의 비중은 오히려 40%에서 15% 낮아지면서 결국 구조안전성의 문제로 건물이 무너질 위험에 있지 않는 한 현재 상황에서는 정밀안전진단의 통과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정밀안전진단 기준의 강화로 재건축의 시작 자체를 어렵게 하여 재건축 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는데, 이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가 지나치게 침해되고 기존 거주자에게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수해야하는 가혹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행 정밀안전진단 평가항목과 개선(안)>

 

항목

구조안전성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주거환경

비용 편익

현행

50%

25%

15%

10%

개선(안)

30%

30%

30%

10%

 

30년 이상의 공동주택의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 윤석열 당선인의 정부하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것은 법률 개정을 통하지 않고도 가능한 부분이라 다음 정권인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재건축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

이에 반하여 정부 교체에 따라 법률의 개정이 없어도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행정부가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금하기 위해 그 구체적인 범위를 법률로 규정해야 된다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조수진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현재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안전진단과 관련, 노후·불량건축물 정의나 안전진단 제외대상, 정밀안전진단 기준 등 구체적인 범위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내진성능 미확보 건축물·소방시설 미설치 건축물 등의 경우에는 안전진단을 생략하고, 구조안전성 분야 가중치는 전체의 100분의 30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하도록 했으며, 노후·불량건축물 정의, 안전진단 평가 기준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차기정부에서 정밀안전진단 기준 완화 공약이 실현될 지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듯하다.

문의) 02-593-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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