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변호사 / 법무법인 클라스
          이선희 변호사 / 법무법인 클라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은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여야 할 의무 또는 조합원 등의 열람·복사 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124조 제1항, 제4항, 제138조 제1항 제7호 규정을 두고 있고, 주택법도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여야 할 의무 또는 조합원 등의 열람·복사 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12조 제1항, 제2항, 제104조 제2호 제3호 규정을 두고 있다. 실무상으로는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이해관계의 다툼과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정보 파악의 요구에 따라 사업 관련 자료 등의 열람·복사에 관한 법적 분쟁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비록 도시정비법이나 주택법 및 동법 시행령에 열람·복사의 대상 서류나 자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대상, 범위에 관하여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 실행 과정상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점에 관하여 유의미한 대법원 판결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대법원은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을 통하여 열람·복사의 대상과 그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설시하고 있다.

우선, 위 판결은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에 관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 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 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0976 판결, 헌법재판소 2011. 4. 28. 선고 2009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 등).라고 판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열람ㆍ복사 대상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 사건 의무조항은 '조합원 명부'를 열람ㆍ복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합원 명부에 조합원들의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가 열람ㆍ복사의 대상이 되고, 조합이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다면 이 사건 의무조항에서 열람ㆍ복사의 대상으로 규정한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도시정비법은 공개 및 열람ㆍ복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보를 '주민등록번호'에 한정하고 있고, 조합원의 전화번호는 정비사업의 추진과 관련한 조합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정보이며, 추진위원회ㆍ조합의 해산이나 정비구역 등의 지정 해제를 희망하는 토지 등 소유자, 조합 임원의 해임 등을 위한 총회 소집을 희망하는 조합원의 경우 다른 조합원들과의 정보공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의무조항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이자 '조합의 공익과 조합원의 권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므로 비공개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고 있다.

세 번째로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가 열람ㆍ복사 대상인지 여부에 관하여,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는 이 사건 의무조항에서 열람ㆍ복사의 대상으로 규정한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 정비사업에서 신축건물 동호수의 추첨ㆍ배정은 개별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문제로서, 동호수 추첨ㆍ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조합원이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조합원들이 조합의 집행부가 마련한 관리처분계획안이 적정하게 수립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관리처분계획안 수립의 필수 구성요소인 조합원별 신축건물 동호수 추첨ㆍ배정 결과를 조합의 집행부가 관리처분 계획안을 총회 안건자료로서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기 전이라도 미리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대법원 판결은 실무상 문제가 되고 있던, 그 실효성이 있는 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권한의 범위에 대하여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 판결이 비록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에 관련된 판결이기는 하나 이와 유사한 공동주택사업인 재개발 정비사업이나 주택법상의 지역주택조합 등에 원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판결로 보인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으로서는 위 판결을 참조하여 정보공개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조합원들과의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고, 조합원으로서는 조합을 상대로 자료 열람·복사를 요청함에 있어 그 효율성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의 02-556-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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