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시공사 선정, 컨소시엄 구성으로 극복 … 내년 하반기 일반분양 목표

고척4구역 전경
고척4구역 전경

최근 이주 절차가 대부분 완료된 구로구 고척4구역이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제반 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고척제4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박경순)은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득했다. 시공사 선정 당시 제시됐던 단지 특화 내역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작년 6월 관리처분인가를 통과한 고척4구역은 지난 12월부터 이주 절차를 진행해왔다. 지난 4월말 예정됐던 자진이주기간에 이미 대부분의 거주자가 이주를 완료한 상황이다. 조합은 조만간 기존 건축물 철거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제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경순 조합장은 “법률적으로 청산절차 및 명도소송 등 협의가 필요한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합원과 세입자가 이주에 응해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조합 집행부를 믿고 따라준 조합원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입주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위기일발’ 시공사 선정, 컨소시엄으로 대통합

고척4구역은 지난 2006년부터 재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요건의 미달로 오랫동안 사업추진이 멈춰 있었다. 이후 구역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조례 개정을 통해 2014년 3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사업추진이 본격화됐다. 2016년 11월 조합설립인가, 2018년 2월 건축심의 통과 그리고 2018년 12월 사업시행인가 등의 단계를 밟아왔다.

그리고 2019년 상반기에 진행된 시공사 선정 과정 중 예기치 않은 난관을 만나게 됐다. 당시 총회에서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자웅을 겨루었고, 대우건설이 근소한 득표차로 우위를 나타냈지만 과반 득표에는 모자란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후속 조치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당시 조합은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 매우 엄격한 기표 방식을 제시했고, 그에 벗어난 형태로 기표할 경우 해당 투표지를 무효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률자문 결과 무효표 중 일부는 법률적으로 유효표로 인정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만일 기표 방식을 일반적인 규정대로 진행했다면 과반 득표를 얻어 시공사 선정이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됐을 터이지만 보다 철저하게 검증하자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던 것.

결국 무효표의 유효 처리 여부에 대한 논란은 법정공방으로 커져갔고, 이와 더불어 조합원도 양측으로 갈라져 갈등이 확산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축제가 돼야할 시공사 선정이 어느 순간 조합의 분열을 야기하는 최악의 문제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분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자칫 사업추진이 무산될 우려가 제기됐고, 조합은 갈등을 봉합할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는데, 그 해결책이 바로 컨소시엄이었던 것.

이와 관련 박경순 조합장은 “당시 무효표 처리를 둘러싼 논란과 소송 제기 등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다행히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시의적절한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조합과 조합원, 그리고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관련된 모든 이들이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대승적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척4구역 예상 조감도
고척4구역 예상 조감도

∥내년 하반기 일반분양 목표

현재 고척4구역은 대부분의 조합원과 세입자가 이주한 상황이다. 조합에 따르면 큰 규모의 현금청산자 몇몇만 남은 상태로서 조만간 철거 절차에 들어가 올 겨울 안으로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구조·굴토심의와 문화재조사 등을 병행하면서 철거와 관련 인·허가를 동시에 진행해 내년 봄까지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박경순 조합장은 “내년 가을 이내에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분양 일정 등은 향후 발표되는 정부의 규제완화 등에 대한 대책들과 고물가, 고이율 등의 상황을 감안해 최적의 타이밍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정비사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와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늘어날 조합원 부담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 조합장은 “물가상승 이외에 특화설계를 적용하는데 있어서 공사비 상승은 절대 없을 것이란 약속을 받아냈다”면서 “다만, 이번 사업시행계획 변경과정을 통해 변경된 일부 마감재 부분에서의 공사비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타 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것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공사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7월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고척4구역은 사업지연이 없는, 경미한 범위 내에서 특화안을 적용하게 된다. 해당 사항으로 먼저 단지내 개방감 확대를 위한 전체 아파트동의 필로티 설치, 개별 승강기가 딸린 스카이라운지 조성, 외부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세대 설치 등이 적용된다.


잠깐 인터뷰 - 고척제4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박경순 조합장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다”

 

박경순 조합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 추진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정비구역 지정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오늘날 고척4구역을 존재하게 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재개발사업을 10년간 이끌어오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은 박 조합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자칫 사업이 무산될 위기였던 시공사 선정 당시일까. 아니다. 박 조합장에겐 정비구역 지정 당시가 가장 뇌리에 남는다고 한다.

재개발사업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초기 고척4구역은 기본계획만 수립된 상태였고 구역지정 요건 중 일부가 충족되지 않아 추진위만 설립된 상태로 수년간 답보상태에 처해있었다.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고자 구의회와 구청, 시청 관계자들을 만나봤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구역지정 관련 규정이 바뀌던가 아니면 구역지정 요건을 충족하던가 둘 중 하나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딱히 없었다는 것. 그 때 당시 전임자들처럼 마냥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고척4구역은 없었을 것이다.

박 조합장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현실보다 적극적으로 규정을 바꾸는 도전을 택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구의원, 시의원 등 규정 변경에 필요한 인사들을 모두 만나고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에 들어갔고, 마침내 조례 개정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이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박 조합장은 “당시에 거의 모든 사람이 구역지정 통과를 예상하지 못했고, 특히 전임 임원들은 불가능하다며 거짓 소문을 내기도 했지만 이를 당당히 이뤄냄에 따라 그들의 반발을 일축시킬 수 있어서 가장 기쁘고 통쾌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조합원들의 신뢰가 쌓이는 한편 구청 관계자들도 내심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다가 서울시에서 통과되고, 더불어 용적률까지 최대한 얻어내는 소득을 거둠에 따라 박 조합장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로 구청은 고척4구역에서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한편 조합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까지 먼저 알려주는 등 든든한 우군이 됐다고 한다.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속담이 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걸 때에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는 말이다. 편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활로를 뚫어낸 박 조합장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고척4구역을 보기란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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