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김준식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문제의 소재

법제처는 2019. 9. 6.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위탁하거나 그에 관하여 자문을 받기로 하는 것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법제처 유권해석의 의미를 넓게 새기는 경우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창립총회에서 이를 추인하여도,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설립 이후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바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 법제처 유권해석의 논거

법제처는 위 유권해석의 논거로 ① 추진위원회는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임시로 구성된 단체일 뿐 사업시행자가 아니므로 추진위원회의 업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각 호에 기재된 것에 한정되어야 하는 점, ②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하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여 수행하게 할 수 있는 업무로서 추진위원회의 업무만을 규정하고(별표 제5조 제3항), 시공자나 감정평가업자의 선정 등 조합의 업무에 속하는 부분은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별표 제5조 제4항),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나 계약, 용역업체의 선정 등은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점(제6조), ③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려면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주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나,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거쳐야 하는바 정비업체의 선정 절차가 다르다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3. 법제처 유권해석의 적용범위 및 한계

그러나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 조합의 업무가 아닌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부분에 한정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지를 질의한 사안에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관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도시정비법령의 문언을 기초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률해석을 한 것인바, 위 유권해석을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창립총회 추인 결의를 득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① 법제처 또한 도시정비법령이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조합 설립 전 업무로 한정하는 취지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법제처 유권해석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가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관한 것으로 한정된 점이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도록 도시정비법령상 관련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하면서 차제에 법령 개정 권고를 하고 있음),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제한하려면 다른 법률상 근거가 필요한데,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1호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추진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을 뿐, 특별히 위탁받거나 자문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지 않았고,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은 추진위원회가 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관련법령을 종합하여 볼 때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가 조합 설립 이전의 것으로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②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표(이하 ‘별표 운영규정’) 제5조 제3항이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로 별표 운영규정 제5조 제1항 각호(제5조 제1항 제2호 제외)를 들고 있는 것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조합이 아닌 추진위원회를 구속하는 규범으로 추진위원회의 업무에 속하는 사항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일 뿐, 국토교통부 고시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조합 설립 이후 업무범위 수행 가부를 규정하려는 취지로 보이지 않고, ③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주민총회로 족하나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는 법제처의 논거는 창립총회는 조합원만이 참석자격 및 의결권을 갖는 것으로 조합 설립 이후의 조합원 총회와 참석 대상이 동일하므로, 적어도 창립총회의 추인결의가 있는 경우에는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지위 또한 조합에 승계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4. 관련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추진위원회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조합 총회를 통한 추인결의도 없었으므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역에 대한 과세관청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된 사건에서,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역계약은 유효하고, 그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는 조합에 모두 승계되므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은 타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4. 7. 선고 2008구합31444).

그리고 법제처 유권해석이 있은 후에도 하급심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지위가 조합에 포괄승계된다는 판시를 하였는데, 대전지방법원 2020. 7. 17. 선고 2020카합68 결정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설계자는 조합설립 후 조합에 포괄승계되므로 이를 인준하기 위한 관련 안건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고, 특히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창립총회를 통해 추인한 것이 도시정비법 제34조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6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전주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20구합2827 판결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은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에서 추진위원회의 기능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승계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거나,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관계 법령 및 원고 조합의 정관이 정하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창립총회를 통해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추인한 것이 도시정비법과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5. 결어

사법부에 의한 사법해석과 행정기관이 행하는 행정해석이 충돌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 경우 당연히 사법해석이 최종적 효력을 가지며 행정기관의 해석은 그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은 법제처를 통하여도 확인되는바(법제처가 발간한 ‘법령해석 실무 및 사례’참고), 적어도 추진위원회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을 창립총회에서 추인한 경우에는 사법해석에 따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조합설립인가 이후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해석은 현행법과 이에 대한 유권해석 및 판례를 근거로 한 것인데, 상술한 바와 같이 도시정비법이 본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추후 입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며, 하급심 판결은 대법원 판결과 달리 다른 하급심 재판부를 기속하지 않는바, 사법해석이 바뀔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는 점 또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문의 02-267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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