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김준식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문제의 소재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지침서에서 대안설계를 허용하는 경우, 조합은 통상 입찰참여자에게 도시계획 심의를 비롯한 각종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대안설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시공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입찰참여규정 위반에 준하여 입찰보증금을 귀속할 수 있다는 내용을 입찰지침서에 삽입하곤 한다. 그러나 입찰절차가 마무리되고 시공자를 선정한 이후 실제 심의에 이르러서야 대안설계가 심의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여 지는바, 대안설계가 심의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여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입찰보증금을 조합에 귀속시키거나 시공자 선정을 무효로 할 수 있는지 문제 될 수 있다.

 

2. 입찰 무효 판단 기준

이에 대하여 입찰지침서의 문언 등을 근거로 하여 입찰참여규정 위반이 있은 이상, 입찰지침서가 정하고 있는 제재가 가능한 것이므로, 시공자가 자기책임 하에 제시한 대안설계가 그 내용대로 인가를 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입찰이 무효가 되고 그에 따라 공사도급계약도 무효가 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입찰에 따른 공사도급계약 역시 사적자치 원칙에 따른 계약이라는 점에서 그와 같은 견해가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입찰지침서는 조합이 일방적으로 마련하는 것으로 계약 체결을 위한 청약 또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고, 지침서에 다양한 조건이 부가되는바, 그조건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입찰보증금의 몰취 또는 입찰의 무효와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가능하고, 법원 또한 입찰 절차상 다소간 흠이 존재한다는 점만으로 입찰을 무효로 보는 경우, 이에 따라 체결된 계약 역시 무효에 이르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고, 불필요한 경제적·시간적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입찰절차가 법령의 기준에 어긋나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낙찰자 결정이나 그에 기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법원 판시는, 입찰 절차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가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하고, 상대방도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낙찰자결정과 계약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에 한하여 입찰 및 이에 따른 낙찰자결정과 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절충적 입장인바(대법원 2006. 6. 19.자 2006마117결정 등 참조), 결국 하자의 중대성 등을 판단하여 입찰 무효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을 법원의 입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사안의 경우

위와 같은 법원의 입장은 입찰절차에 따라서 시공자가 제시한 대안설계가 심의를 통하여 얼마나 변경되었는지를 기초로, 그와 같은 변경이 중대한지, 그와 같은 변경을 입찰참여자가 예상하였거나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의 평가를 통해 입찰 무효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그와 같은 해석은 입찰 과정에서 하자를 유발한 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면서도, 과실 대비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지 않도록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으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의에 의해 대안설계가 거의 그 의미를 갖기 어려울 정도로 변경되는 경우(예를 들어 원안설계에서 6개 동으로 단지를 구성하였으나 대안설계는 1개 동을 삭제하여 5개 동으로 단지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을 때 심의를 통해 1개 동의 삭제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그와 같은 변경이 중대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덧붙여 대안설계가 심의를 통과할 수 없다는 점을 시공자 또한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입찰보증금 귀속, 입찰 무효 등의 불이익 처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심의를 통해 대안설계의 중대한 변경이 수반되지 않고 단지 세부적인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변경만으로 시공자에게 입찰지침서 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고, 그와 같은 변경을 모두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운바, 입찰지침서에서 정하고 있는 제재를 시공사에 가할 수는 없고, 다만 공사도급계약상의 공사변경, 공사금액조정 등 규정에 의해 공사비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문의 02-267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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