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사실 관계

A·B구역은 1990. 5. 9. 구 도시재개발법 제4조에 따라 최초로 지정ㆍ고시된 정비구역으로서, 같은 법 제6조의2(재개발사업은 그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재개발사업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개발구역을 2 이상의 사업시행지구로 분할하여 시행할 수 있다)에 의거 원래 10개 지구로 분할되어 있었으나, 이 중 8개 지구가 사업성 부족으로 인하여 사업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자 부산광역시장은 2007. 2. 8. 이미 사업이 완료된 기존 제1지구와 제8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지구 중 제2, 3, 4, 5지구는 통합2지구로, 제6, 7, 9, 10지구는 통합3지구로 각각 통합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이하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을 결정ㆍ고시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①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 전의 기존 각 지구 면적은 최소 8,252.0㎡, 최대 13,111.6㎡였으나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 후 통합2지구의 면적은 46,610.5㎡로, 통합3지구의 면적은 44,432.0㎡로 변경 전과 비교해 약 4~5배 증가하였고, 건축물의 최고높이ㆍ층수가 통합2지구의 경우 당초 ‘15층’에서 ‘205m, 60층’으로, 통합3지구의 경우 당초 ‘15층~20층’에서 ‘205m, 60층’으로 대폭 상향 조정되었으며, ③ 기존 지구 내 일부 도로를 폐도하는 대신 통합2지구 내 도로는 18m, 북측도로는 10~12m로 각 그 폭을 확장하고 보행전용로 10m를 신설하였으며, 각 지구로부터 그 면적 비율에 따른 부지를 확보해 학교 부지 8,904.0㎡와 공원 부지 3,256.0㎡를 신설ㆍ확장하고, 기존 제3지구 소재의 교회 부지를 제2지구 내로 이전ㆍ배치하는 등 정비기반시설의 위치가 대폭 변경되었으며 그 규모 역시 당초 29,595.5㎡에서 32,956.4㎡로 11.4% 증대되었다.

한편, 기존 제3지구에는 이미 조합이 설립되어 시공사와 공사도급가계약 및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 업무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 이후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통합2지구 전체에 대하여 새로운 조합(이하 ‘통합2지구 조합’)이 설립되자 시공사는 기존 제3지구 조합에 계약 해제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겠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기존 제3지구 조합(원고)은 도시정비법상의 조합설립인가권자인 부산광역시 동구청장(피고)을 상대로 통합2지구에 대하여 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는,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이미 동일한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원고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이루어져 원고가 사업주체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처분으로서 ‘1 정비구역 1 사업주체 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함을 주장하였다.

 

3. 법원 판단의 요지

원심은 동구청장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1정비구역 1 사업주체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기존 제3지구가 소멸했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채, 다만 기존 제3지구와 통합2지구는 동일한 정비구역이 아니어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1 정비구역 1 사업주체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① 위 각 지구의 토지등소유자 수가 완전히 다른 점, ② 정비구역 및 그 면적, 정비기반시설 및 공동이용시설 설치계획, 건축물의 주용도ㆍ건폐율ㆍ용적률ㆍ높이ㆍ층수 및 연면적에 관한 관계 등의 측면에서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 전ㆍ후의 정비계획이 상이한 점, ③ 정비구역은 정비계획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그 법률적 운명을 같이하므로 정비계획이 상이한 이상 정비구역은 동일하지 않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원심은 당초 승인처분의 대상인 추진위원회가 새로운 정비구역에서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도저히 어려워 그 추진위원회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불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실효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두31284 판결을 근거로, 기존 제3지구와 통합2지구 조합의 상이성,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 전ㆍ후 정비계획의 상이성, 원고와 통합2지구 조합의 각 조합원 수 및 현황 등을 종합해 원고가 통합2지구에서 이 사건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사업시행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실효되었다고 판단하였다.

 

4. 결론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두31284 판결은, 일정한 정비예정구역을 전제로 추진위원회 구성승인처분이 이루어진 후 정비구역이 정비예정구역과 달리 지정되어 해당 처분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추진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1개의 정비구역 안에 복수의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그에 대하여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입법 취지와 추진위원회 구성승인처분이 다수의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파급효과 등에 비추어 보면, 일정한 정비예정구역을 전제로 추진위원회 구성승인처분이 이루어진 후 정비구역이 정비예정구역과 달리 지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승인처분이 당연히 실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정비예정구역과 정비구역의 각 위치, 면적,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 수의 비교, 정비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내용과 정도, 정비구역 지정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초 승인처분의 대상인 추진위원회가 새로운 정비구역에서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도저히 어렵다고 보여 그 추진위원회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승인처분의 실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은 다수의 단체가 난립하여 정비사업 추진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도시정비법의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여 줌과 동시에, 정비구역(또는 정비예정구역)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의 인가(또는 승인)를 받아 설립된 조합(또는 추진위원회)은 계속하여 존속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은 하나의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구역이 확장되는 경우의 문제로서, 두 개 이상의 정비구역이 통합된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사건 항소심 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실효는 인정하면서도 기존 제3지구 지정의 실효와 기존 제3지구의 소멸은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정비계획에 따른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고 다소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대상 판결은 정비구역 해제 등의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정비구역 통합만을 이유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실효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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