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의 높은 수수료율이 가장 큰 걸림돌 … 장단점 면밀히 검토해야

최근 물가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갈등이 빈번해지면서 여의도와 목동 등 재건축 초기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탁방식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여의도다.

최근 여의도 삼익아파트가 한국토지신탁과 예비 신탁사 선정 양해각서(MOU) 안건을 의결하면서 여의도 내 16개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신탁방식을 선택한 곳이 7곳으로 늘어났다.

시범·수정·광장(3~11동)아파트는 한국자산신탁을 신탁사로 선정했으며 한양·공작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 삼익아파트는 한국토지신탁, 은하아파트는 하나자산신탁을 선정했다.

반면, 목화·삼부·대교·미성·광장(1~2동) 5곳은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며 장미·화랑·진주·초원 4곳은 아직 추진방식을 정하지 못했다.

최근 대거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 역시 신탁방식 바람이 거세다.

목동14단지는 지난 3월 KB부동산신탁과 MOU를 체결했고 목동9단지는 지난달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이외에도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의 절반 이상이 신탁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와 목동 등지에서 신탁방식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시공사와의 갈등 증폭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 거대 시공사를 상대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전문인력을 갖춘 신탁사가 협상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아울러 아직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부정·비리가 만연하다는 인식과 함께 조합집행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 있어 사업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신탁방식이 유리하다는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대출금리가 낮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일부 단지에서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금리를 낮춘 경우가 있으며 사업비 대출 역시 HUG 보증이 쉬워지고 금융지주의 신용 보강을 통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MOU체결 이후 부동산 신탁을 위해 사업대상 토지의 1/3 이상의 소유권 이전 단계에서 다시 조합방식으로 선회하는 단지도 발생하고 있다.

방배삼호아파트는 지난 2월 한국토지신탁과 결별하고 조합방식으로 변경했으며 방배7구역과 신반포4차 역시 추진해오던 신탁방식을 포기하고 조합으로 선회했다.

이들이 신탁방식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신탁수수료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초기 4%에 달했던 정비사업 신탁수수료는 현재 1~2%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지만 전체 사업비 규모가 막대하다보니 수십~수백억의 부담이 발생한다.

신탁사 관계자들은 신탁사가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을 하는 경우 비전문가인 조합대비 70~80% 수준까지 공사비를 낮출 수 있으며 1~2% 정도의 수수료는 10년 정도 소요되는 사업기간을 따져 봤을때 연간 0.1~0.2%에 불과해 큰 부담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곳에서는 신탁사의 전문성이 수수료에 비해 큰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7년 KB부동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했던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신탁수수료 재협상 필요성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토지면적 1/3 이상을 신탁등기 해야하는 데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해결하는 것도 숙제다. 소유자들은 신탁등기 후에는 매매가 용이하지 않고 한번 신탁방식을 선택하고 나면 해지하기도 어려워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아직 신탁방식으로 사업이 종료된 곳들이 많지 않아 신탁방식의 성패를 쉽게 점칠 수는 없다. 하지만 세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신탁수수료의 요율을 좀 더 낮추고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해 공사비 협상 뿐 아니라 사업기간 단축에 좀 더 성과를 낸다면 정비사업의 새로운 방식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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