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으로 사업지연 장기화 … 내년 하반기 착공 목표

연희1구역 전경
연희1구역 전경

극심한 내부 분란으로 답보상태에 처했던 서대문 연희1구역이 전문조합관리인 선임을 계기로 사업추진 정상화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희1구역 재개발사업은 꽤 오래된 사업장이다. 19년 전인 2004년 9월 추진위가 설립되며 재개발사업 추진을 본격화했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다. 그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일몰제 등 외부 환경 악화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집행부와 조합원간 내부 갈등이 사업지연 장기화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연희1구역은 지난 2020년 7월 관리처분인가를 통과한 이후 이주를 시작했지만 3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부 갈등으로 인한 잦은 집행부 교체와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명도소송 등 관련 절차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착공과 분양 등 후속 일정의 지연은 물론이고 이주비 금융비용의 증가로 조합의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인 것.

결국 조합은 자구책으로는 사업추진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전문조합관리인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전문조합관리인 도입이 총회 결의를 얻음에 따라 서대문구청의 주관 아래 지난 7월말 이재식 전문조합관리인이 선임됐다.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는 지난 2016년 도입된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단 도입된 사례가 적으며, 그것마저도 청산과 해산 등 사실상 사업추진이 끝난 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희1구역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사업단계가 이주 절차에 있지만 설계변경을 거쳐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까지 다시 진행해야 한다. 사실상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을 제외하고는 모든 절차를 새로이 밟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따라서 전문조합관리인 체제로 연희1구역 재개발사업을 정상화시키고 준공 및 입주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유명무실했던 전문조합관리인 제도가 조합장 리스크로 고통 받고 있는 사업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집행부의 빈약한 업무능력, 이주지연 초래

연희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전문조합관리인=이재식)은 서대문구 연희동 533번지 일대 5만5173㎡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2008년 3월 조합설립인가, 2010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한 연희1구역은 일몰제 논란을 딛고 2020년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현재 연희1구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주 절차를 신속히 완료하는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연희1구역의 이주는 대략 95% 가량 이뤄졌는데 현재 약80건의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라 한다. 놀라운 것은 남아있는 명도소송 대부분이 2020년 제기됐음에도 아직도 종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통상 이주를 위한 명도소송에 앞서 수용재결 절차를 갖는다. 이때 수용재결에 앞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감정평가 내역을 바탕으로 수용재결이 이뤄진다. 연희1구역은 편의상 두 차례에 걸쳐 수용재결을 진행했는데, 이 때 감정평가 유효기간인 1년을 지나쳐서 2차분을 신청했다고 한다. 결국 유효하지 않은 감정평가를 바탕으로 접수된 2차분 수용재결은 인정받지 못했고, 명도소송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이와 관련 이재식 전문관리인은 “당시에 조합이 내부 갈등으로 인해 집행부가 바뀌다보니 서류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망실했던 것으로 본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렵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당시 집행부가 법률적 지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전문성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과하게 겪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24년 상반기 이주완료 … 25년 상반기 분양 목표

이재식 전문관리인을 중심으로 연희1구역은 미뤄졌던 명도소송의 조기종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대측 변호사와의 협의를 비롯해 매일 미이주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향후 진행상황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것. 다행스럽게도 미이주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며, 그 동안 이 같은 자세한 상담이 없어서 답답했다는 의견도 상당했다고 한다.

조합은 그간 미뤄졌던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음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이주를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내년 하반기 철거 완료, 2025년 상반기 일반분양을 거쳐 2027년 하반기에 입주를 목표로 한다.

한편 연희1구역은 기존 사업계획이 현 트렌드에 뒤쳐진 점을 개선하고자 지난 7월 설계변경 절차를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설계안 대비 30세대 이상의 일반분양 세대 증가, 단위세대 변경(4-BAY), 주차대수 확대 등이 예상된다. 새로운 설계안은 용적률 246.78%, 건폐율 19.30% 등을 적용해 지하4층~지상20층 아파트 13개동 969세대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재식 전문관리인은 “10월말에 설계변경안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건축심의부터 각종 영향평가와 경관심의,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 사업계획에 대한 일괄적인 변경절차가 연이어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이주비 금융비용이 50억원 가량 발생했는데,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사업추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조합관리인 관련 구청에서 다양한 검증과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임한 만큼 향후 사업추진에 신뢰를 갖고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조합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잠깐 인터뷰 - 연희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이재식 전문조합관리인 

“조합장 출신 전문관리인, 정비사업에 최적화”

 

본인 소개

지난 2003년 응암7구역(1200세대) 재개발사업의 추진위원장을 시작으로 2006년 조합장에 선출돼 2011년말에 입주를 완료한 바 있다. 그 전에는 은평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재 노원구 재건축 신속추진단 기술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응암7구역은 조합설립 후 입주까지 5년이 소요됐는데, 공사기간 3년과 이주․철거기간 1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모든 행정절차를 1년 만에 끝낸 곳이다. 나름 열정을 다해 임했던 만큼 개인적으로 뜻 깊고 의미 있었던 시간으로 생각한다.

 

분쟁이 많은 사업장에 대해

분쟁이 많은 사업장에서 그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란과 같다. 굳이 구분하자면 집행부측의 잘못이 조금 더 있지 않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불신하는 것이고, 집행부가 업무수행을 잘 했다면 신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부분은 대부분의 조합 집행부가 정비사업을 처음 접한다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전문조합관리인 참여 계기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응암7구역에서 2011년 입주하고 2015년 해산했는데, 운이 좋게도 조합원에게 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나름 성공사례로 회자되기도 했고, 이후엔 부업 형태로 정비사업조합에 자문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연희1구역 소식을 알게 됐다. 이런 어려운 현장을 되살려보자는 사명의식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전문조합관리인 제도가 보다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원하게 됐다.

 

조합장 출신 관리인에 대해

현재 전문조합관리인의 자격조건으로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등등 여러 전문가가 제시되지만 이들은 해당 분야에는 정통할지 몰라도 경영자로서의 역량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비사업은 조합원의 생리를 비롯해 협력업체와 인허가 기관 등 각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여러 분야에 걸쳐 복합적으로 연계되는 조합 업무에 대한 경험이다. 경험은 책을 본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합 임원 출신의 전문조합관리인이 가장 제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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