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자 KB부동산신탁, 전문성 부족 지적 … 신탁방식 반대 여론 ↑
서울시, 압구정3구역에 이어 정비사업 추진주체 압박 … ‘조합 길들이기’ 우려

29일 예정되었던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이 연기됐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운영위원회와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서울시의 압박에 두 손을 든 것.

서울시는 지난 19일 “사업시행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이 시공자를 선정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의 권한이 없는 부지를 사업면적에 포함했으며 정비계획 내용을 따르지 않고 입찰 공고해 도시정비법과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했다”며 이에 대해 시정조치하도록 영등포구청에 요청했다. 아울러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사업시행자가 시공자 선정 절차를 강행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의법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것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단지 내 상가인 롯데마트 부지가 소유주 동의를 얻지 못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음에도 해당 부지를 정비구역에 포함시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서울시의 압박에 KB부동산신탁과 운영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29일 예정되어 있던 시공자 선정 총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의 이번 판단과 관련해 다수의 대형법무법인을 통한 법률 검토를 진행했으나 도시정비법이나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법률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법적 분쟁이 발생하느 경우 최종 법원의 판단까지 장기간 소요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사업지연 우려가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잠정 연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빠른 시일 내에 롯데쇼핑과 협의를 마무리하고 연기 중인 시공자 선정 절차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절차를 단순히 연기하는 것이 아닌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시공자 선정 전면 재검토가 이뤄지는 경우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이미 제출한 설계안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사가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설계에 투입한 비용은 이미 2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자칫 KB부동산신탁과 재건축 운영위원회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시공사 선정이 늦어질 경우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라는 타이틀을 인근 공작아파트에 뺏길 가능성도 있어 사업지연에 대한 소유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한양아파트의 시공자 선정 연기와 관련해 정비업계에서는 몇 가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신탁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 문제다.

신탁사들은 그동안 뛰어난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소유자들을 설득해왔으나 과도한 수수료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번 한양아파트의 경우도 애당초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을 포함해 시공자 선정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서울시와 긴밀한 협의를 끌어내지 못한 신탁사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 말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에서 일부 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현장 설명회를 하루 앞두고 공고를 철회한 뒤 20일 만에 다시 입찰공고를 올리기도 해 전문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비사업 일선 현장에서는 서울시의 과도한 조합 압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압구정3구역 설계자 선정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압박하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더라도 조합은 이를 강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러한 행정이 신통기획을 통한 줄세우기와 함께 ‘조합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 있고 실질적인 사업지연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분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압박은 민간 사업인 재건축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